휘성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가수 휘성(38·본명 최휘성)이 연이어 수면마취제를 투약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제2의 프로포폴’이라 불리는 ‘에토미데이트’이 발견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연예계를 휩쓴 프로포폴 파문이 재현될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휘성은 지난달 31일 서울 송파구 한 건물 화장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는 비닐봉지와 주사기 여러 개, 액체가 담긴 병 등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휘성에 대해 마약검사를 진행한 뒤 음성 판정을 확인하고 귀가 조처했으나 이틀만인 이달 2일 광진구 한 상가 화장실에서 또다시 수면마취제류 약물을 투약한 뒤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현장에서 발견된 약품통에는 ‘에토미데이트’라는 라벨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휘성이 약물을 직거래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공개되며 파장이 커졌다. 경찰은 휘성이 사고 직전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 점포를 4차례 드나든 점을 수상히 여겨 에토미데이트 입수 경위를 조사 중이다. 현재 경찰은 휘성에게 약물을 건넨 남성 A씨를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일 긴급체포 했으며, 조사를 벌인 결과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약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수사가 진전될 경우 이번 사건은 단순히 휘성에서 그치지 않고 암암리에 에토미데이트를 구매해오던 연예계, 재계 등 인사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이다. 2011년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 관리 중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구입 의약품 목록에 비아그라 등과 함께 포함돼 있어 논란을 일으키면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문제는 에토미데이트가 ‘제2의 프로포폴’ ‘제2의 우유주사’로 불리며 연예계에 오남용이 심각하다고 알려져 있어, 휘성은 이번 사태의 하나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는 이미다졸 유도체로 수술, 내시경 등에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프로포폴 등 다른 마취제보다 호흡기나 심혈관 쪽에 자극이 적어 심장 상태나 호흡 작용이 불안정한 환자에게 많이 사용한다. 그렇지만 한 번에 1병 이상 쓰지 않기 때문에 일반인이 전문의약품을 개인적으로 5병 이상 소유하고 있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에토미데이트로 대체 수요가 몰리기 시작하면서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해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에토미데이트 수입량은 2018년 52만3920개가 수입돼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3배 증가했다. 불법 유통·판매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지난해 7월 의료기관 2곳과 도매상 3곳에서 총 1만5천700개의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최근 에토미데이트를 조달해 일반인들에 유통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회사 지점장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휘성

의료계에선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워진 프로포폴을 대신해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며 에토미데이트의 오남용에 대한 심각성을 지적했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된 프로포폴과 달리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어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 서울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면마취에 프로포폴, 미다졸람, 에토미데이트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그중 프로포폴과 미다졸람은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습관성 또는 중독성이 있어 인간의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약제)이라 병원 내에서도 관리가 까다롭다”며 “그런데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유사한 효과가 있음에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아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연예계에서 에토미데이트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있다. 에토미데이트가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은밀히 구입, 투약하고 있는 연예인이 꽤 많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과거 연예계를 덮친 프로포폴 사태와 비슷한 양상을 띨 수 있어 연예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 2013년 연예계는 프로포폴을 불법 상습 투여한 연예계 인사들이 대거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당시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현영, 에이미 등이 미용 시술과 통증 치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 불법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에도 연예기획사 대표, 배우 등 10여명이 관련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연예계에 프로포폴 스캔들이 또 다시 번질 조짐이다.

여기에 같은 의혹을 받던 휘성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입하다 두 번이나 쓰러진 채 발견되면서, 프로포폴에 이어 연예계 전반으로 에토미데이트 광풍이 번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에토미데이트의 중독성에 대해서 아직 연구결과가 없지만, 과도한 양을 사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서울 강남의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이후 사망하는 일도 발생해 그 위험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12월 마약류를 구매한 정황이 포착돼 수사를 받고 있는 휘성은 현재 우울증과 공황장애 증상 등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만 지정돼 있기 때문에 구매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따로 없어 휘성 역시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의사 처방 없이 전문의약품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고 투약한 것 자체는 분명 불법이라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MBN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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