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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이 국제선에 이어 지난 24일부터 국내선 운항을 중단 하기로 한 가운데 22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의 이스타항공의 발권창구가 승객이 없이 썰렁하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코로나19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국내 항공사를 비롯해 항공 관련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도산 위기에 놓였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이들 업체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체 자구안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정부에 보다 강력한 지원 정책을 호소하고 있어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월 넷째주 국제선 여객 수는 7만859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73만6366명)에 비해 95.5% 급감했다. 지난달 국내·국제선을 합한 항공 여객 수는 174만3583명으로 1997년 1월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200만명 이하로 내려갔다. 특히 국적 항공사 여객기 374대 중 87%인 324대는 갈 곳이 없어 주기장에 그대로 세워져 있는 상태다. 하루 20만명을 넘나들던 인천국제공항의 하루 이용객 수는 2001년 개항 이래 처음으로 1만명 이하로 떨어졌으며 운항 편수가 하루 100여편으로 급감하며 제주국제공항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항공협회가 국적 항공사의 국제선 운송 실적을 기준으로 피해 규모를 산출한 결과 올해 상반기 국적 항공사의 매출 피해는 최소 6조4451억원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와 같은 매출 타격이 이어질 경우 항공사가 보유 현금으로 높은 고정비를 커버하며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산업의 경우 영업비용 가운데 고정비 비중이 35∼40%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이 때문에 대규모 매출 타격에도 탄력적인 비용 감축이 쉽지 않아 보유 현금 소진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업비용(유무형 감가상각비 제외)과 이자 비용을 현금 유출액으로 볼 때 대한항공은 월평균 8800억원, 아시아나항공 4900억원, 제주항공 1000억원의 현금 유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은 월 현금 유출액 기준 1.2배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제주항공은 2.0배, 티웨이항공은 1.5배, 진에어는 4.1배 수준의 현금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업계에서는 다수의 항공사들이 올해 상반기 내에 현금 소진 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았다. 비상 사태에 대한 자구책으로 이미 항공사들은 유·무급 휴가와 희망휴직, 임금 반납까지 진행하며 사실상 구조조정 수순에 들어갔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을 통해 저비용항공사(LCC)에 40억~300억원을 지원했지만 항공사들의 어려움이 커지자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도 LCC에 대한 금융 지원을 항공사 전체로 확대하고 채권을 발행하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는 등 보다 실효성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항공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 등에 호소문을 보내 “국내 항공산업 기반이 붕괴하고 있으며 84만명의 항공산업과 연관산업 종사자들이 고용불안 위기에 직면해 있다”면서 “정부의 대규모 지원없이 항공업계의 자구책만으로는 생존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무담보 저리대출 확대, 회사채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 항공기 재산세 면제 등 세금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회사채 매입 지원대상에 제외됐는데 이들 항공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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