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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와 손혁 감독. 제공|키움구단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키움 선발 이승호(21)는 최근 손혁(47) 감독에게 “매일 하면 좋은 걸 추천해 달라”고 했다. 손 감독은 망설임 없이 “자기 전에 섀도 피칭 10개만 꾸준히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런데 마운드에서 100구 이상 전력투구하는 투수에게, 섀도 피칭 10개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고작 10개라니. 왠지 슬슬하는 느낌이다.

손 감독은 ‘섀도피칭 10개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고려대 선배이며, LG에서도 한솥밥을 먹은 이상훈(49) MBC스포츠+ 해설위원을 소환했다. 손 감독이 오랜 기간 마음에 품은 조언이다. 그의 말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하루는 이상훈 선배가 ‘혁이 너, 하루에 섀도피칭 몇 개나 하냐’고 해서 ‘100개 정도 한다’고 했다. 이 선배는 ‘그러면 다음날 훈련할때 지장은 없니’라고 또 물어봐서 ‘전날 섀도피칭 많이 하고 힘들면 다음날은 쉰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선배는 내게 ‘많이 하고 다음날 안하는거 보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1년간 꾸준히 해라’고 조언했다”
이상훈
이상훈. 제공|LG구단

이상훈은 지난해 ‘야구하자 이상훈’를 출간했다. 부제는 ‘18.44미터의 약속’이다. 그 책에도 섀도피칭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는 “중학생 시절 섀도피칭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프로선수가 된 후에도 중요한 훈련방법이 됐다”라고 밝히며 “프로 초창기엔 선배들이 ‘촌스럽게 프로에 와서도 섀도 피칭을 하냐’는 핀잔을 가끔 했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써 놓았다.

물론 이상훈은 선배들의 놀림에 아랑곳 하지 않고 섀도피칭을 꾸준히 했다고 덧붙였다. ‘반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시 섀도 피칭 10개로 돌아가보자. 반복이 중요하다지만, 고작 10개만으로 충분할까. 손 감독은 두 가지 이유로 충분함을 설명했다.

손 감독은 우선 “자기 전에 섀도피칭을 10개든 20개든 매일 하는거, 생각보다 어렵다. 야구가 끝나고 집에 가면 밤12시, 새벽1시다. 원정도 가야 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무리한거 말고 할 수 있는 걸 해야 부담이 없다”라고 했다.

할만한 적당한 목표를 세워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손 감독의 설명처럼 거창한 계획은 시작부터 사람을 지치게 한다.

박세웅
롯데 박세웅. 피오리아(애리조나)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두번째 이유가 더 중요해 보인다. 손 감독은 “하루에 섀도피칭 10개~20개만 해도 충분하다. 자기 몸이 기억한다”며 “섀도피칭 수치가 적을수록 선수들은 더 집중하게 된다”라고 콕 찍었다. ‘100개, 1000개 할 때 보다 10개를 할 때 더 집중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는 설명.

22년간 성공사례를 분석한 로버트 마우어 UCLA의대교수는 ‘끝까지 계속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이라는 저서에서 목표 달성법으로 ‘스몰스텝’을 강조했다. 요약하면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라는 것. 그래서 마우어 교수는 실패의 경우 “의지와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 방법의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주장한다.

마우어 교수의 성공법을 적용하면, 섀도피칭 10개는 나름 효과적인 스몰스텝이며 실행에도 효과적이다. 부담없이 꾸준히 할 수 있는 한 걸음이다. 작은 노력으로 자신의 폼을 정비하고 각인하는 명상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최근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 필요성이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섀도피칭 10개는 공식경기나 정규훈련이 끝난 뒤 하는 개인의 엑스트라 훈련이다. 그래서 해도 되고 안해도 그만이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프로는 결과로 말하면 된다. 하지만 이승호는 감독과의 약속으로 매일 밤마다 수건을 휘두르고 있을 듯 하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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