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웅

[스포츠서울 신혜연기자]“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분도 있지만 저는 평생 농사짓고 살거예요!”

‘중딩 농부’에서 어느덧 ‘고딩 농부’가 된 한태웅(18). 그는 우연한 기회로 출연한 KBS1 ‘인간극장’에서 1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는 단어 선택과 차진 사투리로 존재감을 알렸다. 게다가 학교를 다니면서도 조부모님과 농사짓는 일상을 공개해 신선함을 선사했다.

한태웅은 일명 ‘인간극장 짤’이 온라인과 SNS 상에 퍼져 나가면서 화제의 인물이 됐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방송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방영된 tvN ‘풀 뜯어 먹는 소리’는 한태웅을 두고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시즌 3까지 방영될 정도로 화제성을 입증한 만큼 다음 시즌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를 하고 다양한 방송에 출연한 그는 항상 자신을 소개할 때면 ‘소년 농부 한태웅입니다’라고 당당하게 외치곤 한다. 인사말에서부터 ‘농부심’(농사 자부심)이 느껴지는데 그의 밝고 건강한 마인드는 보는 이들의 정신까지 맑게 정화시켜준다. 처음 대면하고 근황을 묻자 한태웅은 “지금은 농한기여서 다음 농사를 위해 준비 중이에요. 틈틈이 농사 기계 파는 중고 사이트에 들어가서 새로 올라온 물건이 없나 구경을 해요. 가끔 친구들과 문화생활도 즐기고 있어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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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또래들과의 문화생활에 먼저 관심이 갈 텐데 ‘소년 농부’라는 타이틀답게 첫마디부터 농사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고등학생다운(?)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요즘 고민이 대학교 진학 문제예요. 한국농수산대를 가고 싶은데 사실 공부를 못해요. 어렸을 때부터 공부보다는 농사에 흥미가 있었고 변명 같지만 하면 할 수 있는데 농사짓느라 안했어요(웃음)”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진로 고민도 농부의 꿈을 위한 것이어서 새삼 놀랐다.

지금도 학교를 다니면서 논 4000평, 밭 3000평에 농사짓고 닭 30마리, 염소 40마리 등을 키운다는 그는 ‘투잡’ 비결을 묻자, “제가 방송도 가끔 출연하지만 사실 농사일로 학교를 빠지는 일이 더 많아요. 시골에서는 논에 물을 대야 되는 시간이 한시적이어서 조퇴가 불가피할 때가 있는데 다행히 선생님들이 제 꿈을 이해해주셔서 많이 배려해 주세요. 가족들도 대농이 되겠다는 제 꿈을 응원해 주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화제의 프로그램 TV조선 ‘미스터트롯’에도 출연해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쟁쟁한 실력자들 사이에서 ‘전선야곡’ 같은 옛날 노래를 선곡해 구성진 트로트 가락을 선보였다. 아쉽게도 초기에 탈락했지만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는 감정 표현과 풍부한 리듬감 등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며 마스터들의 하트를 대거 수거했다. 이에 대해 “‘미스터트롯’ 같은 큰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저보다 어린 친구도 있고 형들도 많아서 여러 가지로 배울 수 있는 자리였어요.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함께 했던 박명수 형님도 오랜만에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지금도 본방사수하면서 형들을 응원하고 있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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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에 대한 애정도 농사와 함께 자연스럽게 키웠다. 그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일하시느라 저를 할머니 할아버지께 맡기셨어요. 조부모님 손에서 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옛날 노래를 접하게 됐죠. 농사일할 때도 들으시고 집에서도 자주 들으셔서 흥얼거리다 보니 옛날 우리 노래가 정말 좋더라고요.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해서 ‘농사짓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요즘 시골이 많이 어렵고 농사 지으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데 이곳저곳 논밭을 다니면서 어르신들께 노래 불러드리고 싶어요. 흥도 돋우고 우리 시골 알리기에 힘쓰고 싶어요”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방송을 한다는 이유로 농사는 핑계고 방송인이 되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눈초리를 받기도 한다. 이런 시선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며 “‘연예인 병 걸렸다’, ‘연예인 되려고 방송한다’ 등 악플을 보면 마음이 안좋아요. 저는 평소에 농사 카페에서 농업을 알리기 위해 많은 분들에게 정보를 공유해 주고 있어요. 방송에 나가는 것도 어떻게 하면 농업을 알릴까 하는 마음에 시작했어요. 농번기에는 열심히 농사짓고 농한기에는 잊혀져 가는 우리 노래를 알리는 게 꿈이에요. 제가 알려지면 우리 옛 노래도 알려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요. 농업을 힘들고 하찮다고 생각하는 시선이 있는데 농촌 실정에 맞는 노래 가사로 그런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어요”라고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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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농사에 대한 예찬을 쏟아냈다. “농사를 지으면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정신은 하나도 안힘든데 몸이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농사는 정년도 없고 일할 때는 잡념도 사라지고 너무 행복해요. 논밭이 제 직장이기 때문에 한 논을 끝내면 다른 논으로 가서 또 일을 하는 게 그저 보람이에요. 그런데 학교 가서 친구들을 보면 농사지으려고 하는 친구들이 없어서 좀 걱정이 돼요. 지금까지 제가 가장 어린 농사꾼인데 중간 연령대 없이 저 다음이 70~80대 어르신들이니까 나중엔 누가 농사를 이끌어갈지 고민이에요. 기계화가 많이 됐다고는 하지만 사람 손이 갈 게 많거든요.” 농촌 고령화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묻어났다.

농업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일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유튜브 채널 ‘태웅이네’를 통해 농사 브이로그부터 농촌 먹방, 농촌 Q&A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영상이 공개되면 농사 관련 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답글을 통해 농사 지식을 알려주고 꿀팁을 공유한다. 한태웅은 “저도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아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고 노력해요. 유튜브를 통해 저도 몰랐던 젊은 농부형들도 알게 됐고 어르신들이 올린 ‘농튜브’ 영상을 보면서 공부도 되더라고요. 이런 인연으로 서로 농사 고민도 털어놓고 좋아요. 그리고 한해 한해 제가 농사짓는 걸 유튜브 영상으로 올리니까 기록이 되는 거 같아 뿌듯하더라고요. 지난해에는 농사를 어떻게 지었나 참고 자료도 되고 가족들도 종종 출연하는데 좋은 추억이 되더라고요”라며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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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친구들처럼 유튜브를 보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가 보는 콘텐츠는 전부 ‘농튜브’라고. 그는 “친구들이랑 대화하려면 요즘 핫한 유튜버들 영상을 봐야 할 거 같아서 친구들이 재밌다고 알려준 영상은 가끔 봐요. 그래도 대부분 농사 관련 유튜브를 보는 거 같아요. 유튜브 촬영도 열심히 해보는 중이에요. 업로드 주기를 점차 늘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한 방송에서 연 수입이 1000만원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던 한태웅은 “순수익이 아니라 농사를 지으려면 자금도 필요하고 남의 논을 빌리기도 해서 임대료도 들어요. 남는 게 많지는 않아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제 수입은 부모님한테 전적으로 맡기고 있고 용돈을 받아서 써요. 콤바인을 사야 해서 돈을 모으고 있는데 아직 부모님한테 손 벌리지는 않았어요. 염소 팔고 쌀값 나오면 모아보고 그래도 부족하면 부탁드리려고요”라며 기특한 모습을 보였다.

‘대농이’(구독자 애칭)들을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계획 중이라며 “아직은 농사 규모가 작지만 점차 커지면 직접 농사짓는 모습부터 쌀 생산하는 모습까지 영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판매도 하고 나눔 이벤트도 하면 좋을 거 같아요. 대농이들의 좋은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고 감사해요. 안좋은 말은 새겨듣고 정확한 정보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해요. 농번기 때는 새벽 4시에 나가서 밤 9시쯤 집에 들어오거든요. 댓글을 전부 다 볼 수는 없지만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끝까지 순수한 매력을 뿜어냈다.

글·사진 | 신혜연기자 heili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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