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유, 새의 눈 벌레의 눈-2019-갈천에 목탄-150x180cm
이지유, 새의 눈 벌레의 눈, 갈천에 목탄, 150x180㎝, 2019. 제공|제주현대미술관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제주를, 사람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는 이색 전시가 개막했다.

제주현대미술관(변종필 관장)은 2020 지역 네트워크 교류전 ‘각별한, 작별한, 특별한’전을 오는 5월 24일까지 제주현대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지역 네트워크 교류전’은 창작 배경과 활동 영역이 서로 다른 작가들의 예술 교류를 위한 제주현대미술관의 연례 기획전으로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박정근 작가를 비롯해 제주를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해 온 이지유 작가, 도외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경희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포스터

전시명 ‘각별한, 작별한, 특별한’은 작가들이 주시한 장소에서 역사적, 사회적, 개인사적으로 경험한 정서를 바탕으로 지나간 역사로부터 현재의 시간까지 들여다본 특유의 시선을 키워드로 제시한 이름이다.

특별전시실에는 1900년대 초 제주의 민중항쟁 ‘이재수의 난’을 소재로 상실한 기록과 기억 사이에서 망각된 시간과 존재를 표면화 한 이지유 작가의 작업이 전시됐다. 이지유 작가의 작업에 대해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이재수의 난은 제주 4.3항쟁과 맞물려 제주도, 제주도민의 역사적 항쟁의 중요한 모티브다. 이지유는 ‘날개 달린 장수’로 알려진 전설의 영웅이자 신화적 인물로 제주도 사람들에게 각인된 이재수의 존재를 이미지화했다. 회화와 영상, 설치 등으로 구현된 이재수의 존재는 상상에 의해, 작가의 해석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이미지다. 이지유는 이재수에 관한 역사적 사실, 목격자도 없고 구체적인 기록도 부재한 상태에서 망실되어 버린 그 사건을 재구성했다”고 말했다.

가시리 용사 오태경, 2018, Pigment Print, 140X100cm
박정근, 가시리 용사 오태경, Pigment Print, 140X100㎝, 2018. 제공|제주현대미술관

1기획전시실에는 4.3항쟁의 희생자 유족들의 사진을 촬영한 박정근 작가의 작업이 시선을 끈다. 박정근 작가는 ‘옛날사진관’ 프로젝트를 통해 촬영한 4.3 유족의 초상사진을 7m 벽에 100×140㎝ 크기로 나란히 걸어걸었다. 유족들의 주름진 얼굴에 아로새겨진 세월까지 읽을 수 있다. 김수열 시인은 “박정근의 전시물, 초상(肖像)들에서는 외로움이 물씬 풍긴다. 어린 나이에 영문도 모른 채 부모를 잃은 외로움! 어찌 그 깊은 슬픔을 헤아릴 수 있으랴. 그들의 용모에서 그의 어머니를 만난다. 그의 아버지를 만난다. 그의 삼촌을 만나고 어린 누이를 만난다. 저들의 삶이, 저들의 표정이, 저들의 이목구비가 제주의 역사요 우리의 현대사다. 저들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저들의 표정을 읽어내는 것이, 저들의 이목구비에서 저들의 혼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역사요 우리의 현대사다. 하여 박정근의 사진은 제주의 역사요 우리 시대의 ‘지금, 여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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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 움직이는 영토, Printed Image, Install on glass, 가변설치, 2020. 제공|제주현대미술관

2기획전시실에서는 지역민과 미군이 맺는 사회적 관계와 그 의존 형태로 또 다른 개인적, 집단적 정체성이 형성되는 미군 기지 마을의 독특한 삶의 형태를 그려낸 이경희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평론가 안진국은 “이경희는 뉴욕의 맥도널드에서 봤던 ‘그’ 성조기를 전시장으로 소환해 재가공한다. 성조기를 투과해 전시 공간에 맺힌 빛 그림은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그 몸체를 키우거나 줄이며 전시 공간을 지배하듯 천천히 움직인다. 이경희는 추측과 기대의 신념이 직조한 이데올로기와, 이 이데올로기가 현실과 맞지 않아 뒤틀리며 발생하는 균열과, 그 틈새에 낀 개인의 심리적 풍경을 예리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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