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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 미야자키 | 윤소윤기자 younwy@sportsseoul.com

[미야자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악역을 맡아서 하고 있죠.”

두산 베테랑 투수 유희관(34)은 3년 연속 ‘투수 조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젊은 선수를 발굴하겠다는 김태형 감독의 뜻에 따라 올시즌 두산 캠프에는 박종기(25), 김호준(22), 김민규(21), 전창민(20) 등 어린 투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띠동갑에 가까운 ‘조장’ 유희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호주에서 1차 캠프를 치르는 동안 후배들의 성장세를 함께했던 맏형의 얼굴엔 뿌듯함이 가득했다. 지난 25일 세이부와 구춘대회 평가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그는 “두산 입단하고 참가했던 캠프 중 올시즌에 어린 투수들이 가장 많이 들어왔다”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모든 선수가 1차 캠프에서 한층 더 올라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번 캠프에서는 눈도장을 찍기 위한 어린 선수들과 제 자리를 지키려는 베테랑 투수들 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유희관은 두산의 뜨거운 마운드 경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기존 선수들은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 하고, 어린 선수들은 앞으로의 두산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그런 마음가짐들이 시너지 효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희관 스스로도 남다른 기록에 도전한다. 선발로 자리잡기 시작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10승을 챙겼고, 올시즌에도 연속 10승 기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유희관은 “느낌은 좋다. 꾸준히 컨디션을 조절해서 시즌 잘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묵직한 각오를 드러냈다. 시범 경기를 앞두고 100%의 몸상태를 만들기 위해 이번 미야자키 캠프에선 한 템포 쉬어갈 계획이다. 2차 캠프 직전 독감을 앓은 탓에 이번 구춘경기는 등판하지 않고 관중석에서 지켜보기로 했다. 유희관은 “구춘대회 때 던지려고 했는데, 연습 경기보단 시즌에 컨디션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 타이밍 쉬어가자는 생각으로 다시 몸을 만드는 중이다”고 밝혔다.

어느덧 베테랑 투수로 자리한 그는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악역도 자처했다. 팀이 나아가기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희관은 “제 운동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 조장이라 잔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악역을 하기로 했다”며 크게 웃었다. 이어 “잔소리를 하는 게 선수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될 거다. 두산만의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며 남다른 책임감을 드러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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