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강지윤기자·안은재 인턴기자] "어떻게 하면 저처럼 살 수 있느냐고요? 오늘 할 일을 하세요!"


유튜브 도전,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콘텐츠는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로 일상을 촬영한 콘텐츠)다. 하지만 왜 남의 하루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감상에서 알 수 있듯 브이로그 채널이 크게 성장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 여기 직장인 브이로그를 운영하며 불과 2년 만에 구독자 20만 명을 돌파한 채널이 있다. 구독자 대비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며 "언니, 오늘 버스 2인 요금 냈어요. 언니가 내 마음에 있어서"라는 '주접 댓글'이 달리는 곳, 바로 '한시연' 채널의 이야기다.


한시연(33)의 브이로그는 세 단어로 정리된다. 먹방, 술, 스피닝. '먹방 브이로그'라는 새 장을 연 한시연은 현실감 넘치는 직장인의 먹방으로 구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단골 식당과 즐겨 먹는 과자는 이미 '한시연 픽'으로 입소문난지 오래. 퇴근 후 친구들과 흥에 겨워 술을 들이켜고 배달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를 보고 있자면 절로 친근함이 싹튼다.


그의 인기몰이 비결은 이뿐만이 아니다. "내가 아는 유튜버 중 가장 유노윤호 같은 사람"이라는 구독자의 소개처럼 도합 120%의 삶을 거뜬히 살아낸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며 야근을 밥먹듯 하면서도 출근 전 공부를 하고, 술자리를 갖기 전 스피닝을 한다. 가히 유튜브계의 유노윤호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 하다. 격 없는 언니이자 롤모델, 친숙함과 프로페셔널 사이 한시연이 있다.


"저는 그냥 직장인입니다". 그는 회사에선 야근이 아닌 이상 카메라를 켜지 않고 일요일과 월요일은 어떤 재미난 일이 생겨도 촬영하지 않는다고. 직장인과 유튜버의 균형을 지키며 어느 한쪽에 매몰되지 않는 것. 지치지 않고 겸업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누구보다 하루를 충실히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오전 반차를 내고 왔다는 한시연을 문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열정 부자로 사는 법부터 남자친구까지, 한시연의 TMI를 파헤쳐봤다.


Q.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한시연이고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새 유튜버가 되어버린 사람이에요. 저는 아직도 제가 유튜버인 걸 별로 인정하고 있지 않아요. 전 그냥 직장인이라고 생각해요.


Q.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영상 붐이 분지 몇 년 됐잖아요. 친구들과 여행을 가는 김에 액션캠을 샀었죠. 여행은 자주 안가잖아요? 50만원을 주고 산 액션캠이 아깝더라고요. 일상을 찍어서 올리는 유튜버들이 있길래 시작한 게 계기가 되었어요.


Q. 주변인들과 회사 동료들의 반응은 어떻던가요?

가까운 사람은 안쓰러워해요. 평생 젊을 것도 아닌데 너무 에너지를 끌어다 쓰는 것이 아니냐면서요.

구독자 1만명을 넘어서니 회사 사람들도 모두 알게 되더라고요. 그렇지만 회사 사람들은 별로 제게 관심이 없답니다. 하하. 회사에서 영상을 찍는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업무시간엔 영상을 찍지 않아요. 점심이나 회식 때도 업무의 연장선이라 생각되면 카메라를 켜지 않죠.


Q. 직장인의 하루는 단조롭죠. 아무래도 콘텐츠의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자극적인 콘텐츠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회사원의 경우 굉장히 루틴한 일상이라 '어? 저건 콘텐츠가 나올 게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에 똑같은 걸 찍어도 오랫동안 갈 수 있죠.


Q. 유튜버 도전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첫 영상 하나 올리는 것, 그 첫 관문이 가장 어려워요. 요즘은 영상은 휴대폰으로 찍으면 되고, 편집 어플도 많으니 시작하시면 됩니다. '얼굴 나오면 어떡해', '악플 달리면 어떡해'라고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세상은 타인에게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아요. 두어 달은 악플보다 무플이 무섭다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Q. 먹방을 빼놓을 수 없죠. 많은 구독자가 날씬함의 비결을 궁금해하던데요.

먹는 걸 워낙 좋아해요. 제가 타고난 체질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시크릿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먹으면서 '찌면 어떡해' 걱정하면 찝니다. 그런데 '맛있는 건 0칼로리'라고 진심으로 믿으면 많이 먹어도 다음날 또 배가 고프더라고요? 이걸 계속 세뇌하며 뇌를 트레이닝하다 보면 몸은 따라옵니다. 하하. 왠지 관련된 논문이 있을 것 같은데요?


Q. 애주가이시기도 하죠. 평일에도 술을 자주 드시더라고요.

혼자 간단하게 마실 때도 있고 친구들과 마실 때도 있고, 컨디션이 좋은 날은 고량주를 먹기도 해요. 항상 먹는 셈이네요? 하하.

많은 분이 평일에 술을 마시고 어떻게 일찍 일어나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운동을 마치고 술자리에 가면 보통 10시~11시에 시작인데, 전 무조건 2시간 안에 끝냅니다. 술자리가 루즈해지는 걸 안 좋아해요. 딱 2시간 동안 신나게 웃고 만취한 후 1시 전엔 집에 들어오죠. 그럼 생각보다 많이 잘 수 있거든요. 쓸데없는 걸 쳐내야 일상의 시간이 많이 생깁니다.


Q. 열심히 살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요?

회사와 야근은 일이잖아요. 해야 하는 일이니까 해야죠. 술을 마시고 사람들을 만나는 건 제가 좋아하는 일이고요. 운동은 필수, 해야만 하는 겁니다.

이건 처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첫 회사에 다녔을 때 칼같은 엘리트 스타일의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는 출근 1시간 전에 나와 매일 쉬지도 않고 공부를 했죠. 그때 그 친구의 좋은 점을 흡수했죠. 같이 강의도 들어보고요.

밤엔 주로 노니 뭔가를 하려면 아침 밖에 시간이 없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고요.


Q. 구독자들이 '감자아부지'와 연애 중인 것을 의심하던데.

네, 맞아요. 앞집에 사는 '감자아부지'와 연애 중이에요. 제가 유튜버인 건 어디서 들었는지 알더라고요. SNS를 안 하는 친구라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것 같아요.

Q. 한시연을 앓는 구독자가 많죠.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냥 유쾌하잖아요. 생각할 걸 던져주지 않고 웃어넘길 수 있는 콘텐츠여서 아닐까요?

또 20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게 제게는 있죠. 불편하지 않은 말을 하는데 그들보다 나이는 많고 안정적인 직장인의 삶을 살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 보이고. 그게 어우러져 저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너무 스스로에게 냉정한 거 아닌가요?) 자기 객관화, 그게 안되면 도태되는 거예요. 하하.


Q. 유노윤호처럼 산다는 평도 많아요. 구독자들이 롤모델 삼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하는 저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제가 다르면 이런 괴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하하.

그런 건 있어요. 늘 유쾌하게 '야 인생 별거 있냐 오늘 살고 죽자'하며 놀지만 다음날 아침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요. 노는 것을 좋아하지만 책임감이 강하거든요. 그게 제 삶을 끌고 가는 것 같아요.


Q. 이미 유튜브 수익이 월급을 넘어섰잖아요. 계속 회사에 다니는 이유는요?

직장인 브이로그로 유명해지면 전업 유튜버가 되는 경우가 많죠. 전 그게 할 수 있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 사람을 보는 건 나와 비슷한 직장인이기 때문이잖아요.

유튜브를 하다 보면 직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돼요. 현실과의 경계를 명확하게 해 카메라에 잠식당하지 않게 해주죠. 반 연예인 흉내 같은 건 절대 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나는 빛나는 노비다! 회사에 다니며 정체성을 확실히 하는 거죠.


Q. 앞으로의 계획과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계획은 없고 쉬고 싶습니다.(웃음) 올해는 작년 봄보다 벚꽃을 많이 보고 싶어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세요.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 만족할 거고, 그렇게 되면 그 달이 또 그 해가 만족스러울 거예요. 그러다 보면 당신이라는 사람에게 120% 만족하게 될 거고요. 그러면 더는 내가 누구처럼 될 필요가 없죠. 오늘 할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그래도 나태해진다면 노동요를 추천할게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Work BXXh'. 거기 나오거든요. 마세라티 타고 싶니? 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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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ㅣ 강지윤 기자 tangerine@sportsseoul.com,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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