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선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조한선(38)이 야구선수 캐릭터로 배우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조한선은 지난 15일 종영한 SBS 금토극 ‘스토브리그’에서 만년 꼴찌 구단 드림즈의 4번 타자 임동규 역으로 분했다. 프런트라는 새로운 소재의 드라마에서 조한선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이끌며 많은 호평을 얻었다. 그야말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이었다. 조한선은 대중의 관심을 ‘인스타그램’이라는 SNS를 통해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을 한지 4년 정도 됐다. 댓글에 답글을 하나하나 달아줘 왔었는데, 요즘은 조금 힘들다. 댓글 수가 70개에서 최근 400개로 늘었다. 그래도 최대한 모두 달아드리려 하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이야기했다.

프로야구단 드림즈의 사무국인 프런트라는 독특한 소재를 내세운 ‘스토브리그’에서 임동규는 드림즈 단장 백승수(남궁민 분)과 대립하는 인물로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역할이었다. 극중에서는 살벌한 대립 관계였지만 현실에서 두 사람은 다정하게 포옹하는 사진 등을 SNS에 올려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드라마 초반에는 긴장감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남궁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는 조한선은 “너무 친해지면 디테일이 떨어질 수 있겠다 싶어 거리를 두기도 했다. 트레이드된 이후 독기에 차 복수의 칼을 가는 캐릭터여서 몰입하기 위해 현장에서 왕따처럼 혼자 있었다. 조금 힘들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그러다 백 단장이 드림즈로 돌아오라고 할 때는 다양한 감정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로 실제로 남궁민 형과 편해졌고, 고생을 참 많이 한 형을 제가 업어드렸는데 많은 분들이 그 사진을 좋아해주시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조한선은 실제로는 한화이글스를 빙그레 시절부터 좋아한 골수팬이라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팬이셔서 어릴 적 아버지 손 잡고 응원하러 갔던 것이 시작이었다”는 조한선은 “그런데 ‘스토브리그’를 찍으며 드라마 촬영에 도움을 많이 준 SK와이번스를 좋아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또 한화 이글스 김태균 선수와 친하다는 조한선은 김태균에게 조언도 구하고 1대 1 코칭도 받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그는 “야구 자세를 몰라서 정말 많이 물어봤는데 조언도 해주고, 자세도 교정해주고, 직접 자신이 야구 하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내줘서 연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며 “임동규를 특정 선수를 두고 모티브를 삼은 건 아니다. 그런데 제가 김태균 선수 이야기를 많이 해서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김태균 선수는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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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모델로 데뷔한 조한선은 2001년 ‘OB맥주’ CF를 시작으로 이후 MBC 시트콤 ‘논스톱3’을 통해 얼굴을 알렸다. 특히 영화 ‘늑대의 유혹’을 통해 강동원과 함께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조한선은 이후 ‘연리지’, ‘열혈남아’, ‘특별시 사람들’, ‘달콤한 거짓말’부터 KBS2 ‘4월의 키스’,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그래 그런거야’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다. 이후 2년 2개월간 공백기를 가진 조한선은 지난해 OCN ‘빙의’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마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그리고 ‘스토브리그’ 임동규로 ‘늑대의 유혹’ 반해원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조한선. 그는 “어떤 분들은 반해원이 야구한다고 하시더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스토브리그’로 제2의 전성기를 연 조한선이지만 현재의 기쁨보단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의 연기에 대한 결의가 더 커보였다.

그는 “‘늑대의 유혹’은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감사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작품 이후에 인생작이 ‘스토브리그’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제 필모그래피가 탄탄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긴 시간 동안 저는 계속 무언가를 해왔지만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는 건 아직도 제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피드백이 없다는 건 배우한테는 가슴 아픈 일이다. 내가 이렇게 노력하고 변화를 주려 도전해도, 누군가 봐주지 않으면 그건 실패한 도전이라 본다. 전 실패한 도전을 계속해온 와중이었고, 그러다 만난 임동규라는 캐릭터로 극을 마지막까지 끌고 나갈 수 있어 영광이었다”라고 소회했다.

한 아내의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조한선은 결혼 이후 연기에 있어 캐릭터를 대하는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다 보니 예전보다 작품에 들어갈 때 캐릭터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더라. 예전엔 머리로 분석하려 했는데 이제는 조금씩 가슴으로 느끼고 몸으로 받아들이며 연기하려 하는 거 같다. 이 역할이 나오기까지의 스태프와 작가님의 고뇌를 깊이 생각하려고 하고, 치열하게 파고들려고 한다.”

조한선은 차기작으로 단편영화를 택했다. “지극히 평범한 어느 부부의 이야기다. 그 부부 사이 여백의 미가 너무나 좋았다”는 조한선은 “아이와 관련해 속 모를 비밀과 아픔이 있다.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데, 실제로 아이가 있다보니 시나리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더라. 꼭 해보고 싶었다”며 ‘스토브리그’ 임동규와는 또다른 모습의 조한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미스틱스토리,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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