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김광현, 불펜 투구 소화
미국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광현이 플로리다 로저딘 셰보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주피터(미 플로리다주) 최승섭기자 | thunder@sportsseoul.com

[더니든(미 플로리다주)=스포츠서울 서장원 기자] 메이저리그(ML) 스프링캠프 현장을 직접 접해보니 ‘철저한 비지니스’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세인트루이스에 입성한 ‘KK’ 김광현(32)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도 ‘루키’라는 점을 거부할 수 없다. 똑같이 새 팀에 입단한 류현진(33·토론토)은 공식 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에이스’ 대접을 받고 있다. 한국 국가대표 왼손 에이스에 새팀, 새환경에서 새출발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김광현이 걸음마 단계라면, 류현진은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위치한 로저딘 쉐보레 스타디움에서 메이저리거로 첫 발을 내디딘 김광현은 첫 날부터 불펜투구를 48개나 하며 비시즌을 알차게 보냈다는 것을 증명했다. 팀 공식 훈련을 시작한 13일 만난 세인트루이스 존 모젤리악 야구 운영부문 사장은 “(김광현의)보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대치는 매우 높다. 팀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모젤리악 사장은 “선발 로테이션은 지금 결정할 필요가 없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면서도 “카를로스 마르티네스가 전반적으로 괜찮다면 선발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광현이 선발 후보군에서는 후순위라는 뉘앙스다. 마이크 쉴트 감독 역시 “김광현은 선발 기회도 원하지만 팀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고맙다”고 말했다. 빅리그에서는 보여준 게 전혀 없으니 선뜻 선발 한 자리를 맡기겠다고 공언할 수 없는 노릇이다.

김광현도 “KBO리그에서 13년을 뛰었지만 이 곳에서는 보여준 게 없다. 변동 여지는 있지만 지난해 연말 계약 직후 첫 등판 일정을 받은만큼 실전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길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몸을 만들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루키”라며 경쟁을 통해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류현진입단식_토론토
류현진. 출처 | 토론토 SNS

같은 시각 더니든에 위치한 TB볼파크에서 훈련에 나선 류현진에게는 끝없는 찬사가 쏟아졌다. 류현진도 지난 11일 불펜 피칭을 했는데 주전 포수 후보로 꼽히는 대니 잰슨은 “류현진의 투구는 마치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느낌”이라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토론토 선과 캐나다 스포팅뉴스 등은 “류현진을 영입한 것은 정말 엄청난 일이다. 우리가 필요했던 투수다.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불펜피칭 후에 잠깐 대화를 나눴지만, 러스에게 전화를 해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내겠다”는 젠슨의 흥분한 목소리를 전했다. 러스는 LA다저스에서 호흡을 맞춘 러셀 마틴으로, 2015년부터 4시즌 동안 토론토에서 뛰어 잰슨과도 친분이 있다. 류현진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포수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많은 의미를 담는다.

토론토 피트 워커 투수코치도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류현진이 무언가를 바꿀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우리 포수들이 류현진이 원하는 경기 플랜이 무엇인지 빨리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며 에이스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류현진이 스프링캠프를 시작하자 ML 네트워크는 ‘현 시점 최고 선수 랭킹’을 발표하며 그를 53위에 올렸다. ML 선수들의 최근 2년간 성적과 올해 예상성적, 포지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하는 이른바 ML TOP 100인 셈이데, 류현진은 ML 진출 후 처음으로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LA다저스 클레이튼 커쇼(61위), 휴스턴 잭 그레인키(66위),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57위) 등이 류현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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