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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영웅적인 주인공을 내세운 극적인 재미 대신 현실적인 공감력을 택한 드라마들이 눈에 띈다. SBS 의학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와 JTBC 법정드라마 ‘검사내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존 전문직 드라마가 극적인 전개의 장르물적인 색채가 강했다면,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겉으론 완벽해 보이지만 이들 역시 각자의 결점과 상처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란 점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현직에서 종사하고 있는 의사, 검사들이 바라본 드라마는 현실을 얼마만큼 담아냈다고 느꼈을까. 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궤도를 달리고 있는 ‘김사부2’는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가진 의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흉부외과 펠로우 2년차인 차은재(이성경 분)는 어릴적부터 공부 천재 소리를 들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지만, 정작 수술실에서는 울렁증 때문에 치명적인 실수를 연발하는 의사다. 11일 방송에서는 돌담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잘못된 수술을 저지른 집도의 차은재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이성경

‘김사부2’를 시청 중이라는 한 전문의는 “실습 교육 당시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을 하다 레지던트가 충격을 받고 쓰러진 경우도 있었다. 이론과 실습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수술을 두려워하게 되기까지 하는 의사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또 “아이의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려 응급실에 왔는데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인터넷에 나온 치료법을 이야기하는 보호자 에피소드가 와닿았다”며 “이런 경우가 실제로 응급실에서 비일비재하다. 의료진 입장에선 난감하고 답답하기도 한데 드라마에서 이를 짚어주니 속시원한 느낌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병원에 근무 중인 한 간호사는 ‘김사부2’의 수간호사 오명심(진경 분)이 사고를 당한 산모를 수술해 아이를 꺼냈으나 태아가 숨을 쉬지 않아 놀라는 장면을 보고 자신의 경험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해당 간호사는 “아이를 안았을 때 태아가 울지 않고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정말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극중 이성경이 수술을 마치고 나면 엄마에게 전화해 수술실에서 있었던 상황을 털어놓지 않나. 나도 당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엄마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많이 공감이 갔다”고 이야기했다.

검사내전

한편 지난 11일 종영한 ‘검사내전’은 소소한 ‘직장인’ 검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그간 검사물에서 그리는 검사는 히어로나 적폐, 양극단의 인물로 비춰졌기에 반듯한 법복보다 온종일 업무에 시달려 구겨진 셔츠가 더 잘 어울리는 지방 검사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겐 색다르게 느껴졌다. 현직에 있는 법조인들은 드라마의 성격 때문에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는 지점들도 있지만, 대체로 현실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근무 중인 한 법조계 관계자는 “드라마처럼 법정에 서서 검사가 통쾌한 사이다를 날리는 날보단, 배당받은 사건들로 야근에 허덕이는 날이 훨씬 많다. 야근이 일상이다. 오늘도 역시 야근 중이다”라며 특히 “공부한게 아까워 사직하지 못한다는 극중 대사에 ‘웃프’면서도 공감이 갔다. 일반 직장인으로서 검사를 바라본 드라마가 생겨 반갑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인은 “정치인사나 거대 기업이 연루된 사건을 맡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사기, 이혼, 도박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맡게 된다. 이 지점을 잘 캐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JT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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