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배우 이병헌이 영화 ‘남산의 부장들’로 또 다시, 자신의 힘을 유감 없이 드러냈다.

22일 개봉한 ‘남산의 부장들’(우민호 감독)은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기 전 40일 간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병헌은 극중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을 맡아 국가와 대통령을 향한 충성을 했던 그가 변화하게 된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전작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 속 리준평의 그림자는 없었다.

그럼에도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쉽지 않았다. 이병헌은 “처음에 제안 받았을 때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기도 했다”며 “기본적으로 영화를 결정할 때 이야기를 보고, 그 안에서 연기할 캐릭터의 심리를 표현하고 싶은지 배우로서의 판단으로 결정을 한다. 온전히 이야기의 힘과 아주 예민하고 디테일한 심리 묘사를 보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정하게 됐다”고 출연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만약에 이 시나리오가 정치적인 견해를 피력하려 하고 누군가를 영웅화 시키려 했다면 고사했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사건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면서, 그 때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과 서로 간의 관계, 그 심리가 어떨지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것이 영화의 내용이라 생각했다. 이 사람들의 감정을 가지고 드라마를 만드는 것 자체가 다른 영화와 차별을 가지는 지점이 아닌가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김규평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을까. 그는 김규평의 주된 감정에 대해 “존경과 충성이 기본 베이스가 아닐까”라며 “자신의 감정을 누르고 자제하면서도 할 말을 하는 캐릭터다. 직장에서 느껴지는 일반적인 감정도 이들에게 대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아마 관객들도 충성 전쟁이 생경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직장 생활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공감 할 수 있는 사람의 감정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경호실장 곽상천 역의 이희준과 날선 대립을 보이는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두 사람은 실제를 방불케하는 리얼한 싸움 신을 그려내기도 했다. 호흡에 대해 묻자 “호흡이라 말할 수 없다”고 웃음을 지은 이병헌은 “이 신은 엉망진창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됐다. 미리 준비를 할 수 없었다. ‘그래.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라 생각하고, 상황에 맡겨보자고 했다. 감정이 넘쳐서도, 덜해서도 안된다 생각하며 그런 점에 주의해서 했다”고 답했다.

계속해 자신을 자극하는 연기를 펼치는 이희준에 대해서는 “너무 얄밉게 잘한 것 같다. 예측하지 못했던 상대방의 연기가 현장에서 자극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희준 씨의 연기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이병헌
배우 이병헌. 사진 | 쇼박스 제공

‘연기 대가’들이 만난 작품인 만큼 남다른 현장이기도 했다. 이병헌은 “여러 인물과 호흡을 맞췄는데 곽도원 씨가 저를 가장 당혹스럽게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그는 “리허설을 한 뒤 이 감정과 이 신을 생각하고 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두번째 호흡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고, 살짝의 변화만 주는 정도다. 그런데 너무나 테이크가 모두 다르게 변주가 되더라. 상대방을 긴장 시키는 배우였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그것을 나만의 호흡으로 받아쳐야 할지, 굉장한 순발력을 요하는 연기가 필요했다. 그런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했고 많이 배웠다”고 덧붙였다.

‘믿고 보는’ 베테랑 배우 이병헌이지만, ‘남산의 부장들’은 여느 영화와는 남다른 모습으로 임했다. 이병헌은 “픽션 영화의 경우에는 나름대로 창조하는 것이 있고 자유롭게 그 안에서 노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 영화 같은 경우에는 정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근현대사에 가장 큰 사건이기도 했고, 실존 인물을 다뤘다. 개인적인 생각과 애드리브나 감정의 어떤 선에서 자유롭게 놀 수 없었다. 반대로 틀에 갇혀서 그 안에서 꼭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저를 설득시키고, 타협하는 상황이 많았다. 왜곡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나 ‘남한산성’도 실제를 다뤘지만 먼 역사였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은 가까운 근현대사였기에 그런 지점이 가장 힘들었다. 사실적인 부분에 있어 힘들기도 했다. 해석하면서도 제가 겪었다면 자신감 있게 하겠지만, 자료와 증언을 통해 연구하고 형상화했다”고 영화를 위한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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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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