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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연령대 대표팀의 선전 소식은 A대표팀의 성과만큼 반갑다. 현재를 넘어 미래를 밝히기 때문이다.

최근 2년 사이 한국 축구는 연령대 대표팀에서 연이어 성공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끈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게 시작이었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지만 1978년 이후 원정 아시안게임에서는 한 번도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병역혜택이 걸린 대회라 늘 최정예로 나섰지만 기후와 환경, 부상 등 여러 변수에 부딪혀 늘 고배를 마셨다. 고전을 거듭하던 U-23 대표팀은 원정 아시안게임에서 무려 40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며 징크스를 극복했다. 지난해에는 정정용 감독의 20세 이하(U-20) 대표팀이 신화를 썼다.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무대에서도 한국 축구가 경쟁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1983년 이후 막혀 있던 4강의 한계를 넘어 우승에 도전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최근 태국에서 막 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도 챔피언에 등극하며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전승을 거두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아시아 맹주의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이 2013년 시작된 이 대회에서 정상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몇 년간 A대표팀이 나선 월드컵이나 아시안컵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U-20, U-23 대표팀만큼은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키고 있다.

연령대 대표팀의 성과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연령대 대표팀은 A대표팀에 자원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멤버들 대부분은 A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활약했다. 기성용과 구자철을 비롯해 김영권, 정우영, 지동원, 김보경, 남태희 등이 대표적이다. 일명 ‘런던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올림픽을 넘어 A대표팀에서도 중추 역할을 했다. 가까이 보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당시 우승 주역이었던 황인범과 나상호, 김문환 등이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아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여전히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U-20 대표팀의 오세훈이나 엄원상은 폴란드 세대로 1년 사이 월반에 성공한 케이스다. 부상으로 빠진 이지솔이나 이재익 등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연령대 대표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은 더 ‘큰 물’에서 뛸 기회를 얻게 된다. U-20에서 U-23으로, U-23에서 A대표팀으로 연결되는 끈이 강력해지면 한국 축구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기 마련이다.

이제 시선은 도쿄로 향한다. 김학범 감독은 챔피언십 우승 후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고 싶다”라며 올림픽에서의 목표를 밝혔다. 한국은 런던 대회 동메달 이후 치른 2016년 리우올림픽서 8강에 진출했다. 두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했으나 딱 한 걸음이 모자랐다. 올림픽 메달 획득이 생각보다 쉬운 과제는 아니다. U-20 연령대에 비해 변수가 적고 성적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1세기 올림픽 최다 우승팀은 아르헨티나(2회)고 지난 대회 챔피언은 브라질, 준우승팀은 독일이었다. FIFA 랭킹 40위 한국이 올림픽에서 순위권에 드는 것은 월드컵 16강 진출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16팀이 참가하기 때문에 일단 토너먼트에만 진출하면 녹아웃 스테이지 특성상 이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도쿄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김학범 감독 말대로 ‘사고’를 친다면 한국 축구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8년 전 런던 멤버들이 그랬던 것처럼 한국 축구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기둥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선수 개인이 병역혜택을 받는 대회가 아니라 대표팀의 미래가 걸린 무대라는 점에서 김학범호의 행보는 중요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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