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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이름값보다 실력이 증명한 우승이다.

김학범 감독이 지휘한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을 전승(6승)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1일 중국과 대회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를 때까지만 해도 김학범호가 큰 성과를 낼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번 대회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을 겸했기 때문에 올림픽 진출권 확보만 막연하게 봐라봤을 뿐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건 아니었다. 조별리그를 치른 C조 역시 중국, 이란, 우즈베키스탄 등 모두 까다로운 상대들이었기 때문에 ‘죽음의 조’로 불렸지만 김학범호는 전승으로 결승까지 승승장구하며 올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유럽파’ 이강인과 백승호가 합류하지 못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김학범호를 걱정하는 시선은 많았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던 것은 김학범 감독의 용병술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1차전(중국전)를 치른 뒤 7명의 선발 라인업을 바꿔 2차전에 나서면서 그의 ‘팔색조’ 전술이 펼쳐졌다. 결승에 오를 때까지 큰 폭(7→6→8→5→3명)의 선발 멤버 교체로 상대의 혼란을 야기한 김 감독은 골키퍼를 제외한 10자리에 주전 없이 기용하는 용병술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김학범호 우승이 이룬 결과는 이름값보다 실력이 주효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유럽파’ 이강인과 백승호가 김학범호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승선했다. 그가 주축으로 팀의 공격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우영이 이번 대회에서 올린 공격 포인트는 ‘0’이다. 총 4경기에 출전해 2차례(유효 슛 1개) 슛만 날렸을 뿐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뚜렷한 실력을 보여준 건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 경험을 쌓은 자원들이었다. 이동경(울산·2골 1도움), 이동준(부산), 조규성(안양), 오세훈(아산, 현소속팀 상주·이상 2골) 등 모두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활약하며 성장했다. K리그에서 실력을 쌓은 자원들이 김학범 감독과 만나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우승까지 일궈냈다.

국제 대회에서 이름값보단 소속팀에서 꾸준히 경기를 뛰어 실력을 쌓은 경기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결과였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본선에서도 실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될지도 주목된다. 18명의 선수 엔트리로 제한되는 올림픽에선 3장의 와일드 카드가 주어진다. 즉, 이번 대회 우승 주역 모두 함께 할 수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름값보다 경기력을 우선시하는 선수를 택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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