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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롬 건조기(왼쪽)와 삼성 그랑데 건조기. 제공|LG, 삼성전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국내 건조기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 점유율을 놓고 서로가 진짜 1위라며 예민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자료를 인용해 자사의 제품이 1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LG전자는 GfK 데이터가 전체 가전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무엇보다 LG 베스트샵 판매량이 빠져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근거도 들었다. 양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보이면서 1위 논쟁은 더욱 안개속에 빠진 분위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제 3의 시장조사기관이 정확한 판매량 데이터를 공개해야만이 양사의 주장에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데이터 신뢰도 놓고 갑론을박…GfK는 ‘뒷짐

삼성과 LG가 ‘판매량 1위’ 자리를 놓고 대립각이 심해진 계기는 지난해 11월로 거슬러간다. 이 시기 삼성전자는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7월 삼성 건조기 ‘그랑데’가 점유율 65.3%로 절반을 넘어섰고, 이날을 기점으로 최근까지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간 LG전자는 34.7%로 반토막이 났다. 이를 감안하면 12월 점유율도 삼성전자가 60% 이상 차지했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LG전자 건조기의 자동세척 기능 논란이 발생하면서 삼성의 점유율이 상승한 것이다. GfK데이터를 참고하면 지난해 7~11월까지 삼성전자 건조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0% 성장하며 1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LG전자는 GfK라는 시장조사업체가 전체 가전시장 동향을 제대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GfK는 주로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대변하고 있고, 무엇보다 LG베스트샵의 판매 데이터는 빠져있다는 것이다. LG전자는 건조기 리콜 조치로 지난해 7월부터 판매가 일시적으로 줄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최근에는 60% 수준까지 올라 다시 시장 1위를 수성했다고 주장했다.

정작 GfK는 이를 두고 당황하면서도 양측의 공방에는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GfK는 구체적인 데이터 조사 채널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주요 채널은 조사에 포함됐다는 정도로 에둘러 답했다. GfK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 우리의 고객사로, GfK를 통해 데이터를 받아서 작성한 것인지, 다른 루트를 통해 작성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공식적으로 배포한 자료 이외 따로 정보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데이터 조사할 때 어떤 품목은 특정 기간에 포함되기도 하고, 어떤 품목은 빠지기도 하는 등 품목마다 다르게 반영된다. 온라인 판매량의 경우 지난해부터 포함됐다”고 말했다.

하이마트와 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에서는 모두 “양사와 협력 관계에 있는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 더 많이 팔리고, 덜 팔린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 오히려 제 3의 기관이 발표하는게 낫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다나와 조사
자료|다나와 리서치

◇ 7월 이후 LG 판매량 ‘주춤’했다 회복세…삼성 “온라인 데이터는 일부만 반영”

이에 온라인 판매 채널인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와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조사 자료를 기반으로 지난해 건조기 판매 추이를 살펴봤다. 두 조사기관의 자료를 통해 전체 판매량 데이터를 정확히 대변하는 것은 어려우나 대략적인 추이를 파악해보면 7월 이후 LG전자의 판매 점유율이 잠시 주춤한 것은 사실이나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LG 건조기는 지난 2018년 6월까지 최대 86% 판매량 점유율을 보이며 독주를 이어가다 지난해 8월 자동세척기능 논란으로 점유율이 48.28%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삼성전자가 46%, LG전자는 40.6%로 역전했고, 지난해 10월~11월에는 LG전자가 약 48~49%로 다시 소폭 상승, 삼성전자는 39%대로 지난 9월 대비 약 7% 가량 상승했다.

유로모니터는 온라인만을 포함하는 다나와와 달리 비교적 조사 범주가 광범위하며 연간 단위로 조사된 수치를 공개했다. 유로모니터는 정식 판매 채널로 유통된 소비자 판매량 (판매대수) 기준으로 측정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관련 모든 유통사(하이마트, 삼성디지털플라자, LG베스트샵, 이마트와 같은 하이퍼마켓 등)와 온라인 이커머스, 홈쇼핑이 포함됐다.

2017년 삼성전자가 건조기 시장 경쟁에 합류했을 당시 LG전자는 64%, 삼성은 18.6%를 보였다. 이후 2018년에는 LG는 62%, 삼성은 26%로 소폭 올랐고, 2019년에는 LG 55%, 삼성 33.7%로 21%포인트 가량 격차를 좁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업체별로 판매량 등을 집계하는 방식이 달라 생기는 현상”이라며 “예를 들어 GfK 등이 추정하는 생활가전 점유율에는 국내 주요 유통망인 LG 베스트샵 등의 데이터가 빠져있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다나와 등의 온라인 데이터는 시장 전체 데이터를 대변하지 않으며 GfK 시장조사기관의 조사 범주도 충분히 시장 동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히려 LG전자가 먼저 자신들의 건조기 점유율이 1위라면서 GfK 등 조사 근거도 없이 자신들의 제품이 잘 팔린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GfK 데이터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 추이 변화는 대변한다. 1~2% 차이도 아니고 현재 삼성전자가 60%에 가까운 점유율로 10% 넘게 LG와 격차를 벌려놓고 있으며, 7월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1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건조기 시장을 놓고 삼성과 LG간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사실상 이 시장을 두 회사가 90% 가까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건조기 시장은 2016년부터 급성장하고 있으며 지난해 판매 규모만 약 158만대로 추산되고 있다. 일부 시장 기관의 자료를 인용해 판매량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은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올해에도 시장이 200만대 수준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사간 1위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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