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
최동원(왼쪽)과 박영길 감독.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직접 품질 보증을 해야했지.”

최근 세상을 떠난 故 신격호 롯데 그룹 명예회장과 롯데 초대 사령탑 박영길 전 감독은 구단주와 감독의 위치에 있었지만 만날 기회가 좀처럼 많지 않았다. 실질적인 구단 운영을 신준호 당시 롯데 그룹 부회장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일본에서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의 만남을 성사시킨 인물은 다름아닌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이었다.

박 전 감독은 “1980년 겨울로 기억한다. 연세대를 졸업한 최동원을 롯데로 데려오기 위해 계약금 3000만원이 필요했다. 당시 고졸, 대졸 선수들이 200만원~300만원을 받고 들어올 때다. 당시 3000만원이면 집 한채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아무리 최동원이 뛰어난 선수라고는 하지만 일반 선수들의 10배가 넘는 비용을 그룹으로부터 투자받기 위해선 내가 신 회장을 만나 ‘품질 보증’을 해야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신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일본 롯데 오리온스를 찾아갔다. 당시 롯데 오리온스 소속으로 뛰던 장훈을 만나 신 회장과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감독은 “장훈이 당시 롯데 오리온스 감독을 소개시켜주더라. 감독에게 최동원을 아냐고 물었는데 안다고 하면서 오히려 롯데 오리온스로 스카우트 할 수 있겠냐는 얘기를 했다. 군 미필이라 안된다고 했다. 당시 야구협회에서도 군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선수가 해외 리그에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 전 감독은 롯데 오리온스 구단주 대행을 통해 신 회장에게 말을 전해달라고 요청했고, 비로소 신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신 회장을 만난 박 전 감독은 본격적으로 최동원 홍보를 시작했다. 박 전 감독은 “신 회장에게 최동원이 30년 만에 나오는 투수라고 설명했다. 도자기로 따지면 당시 금액으로 3억의 가치가 있는 도자기라고 말하면서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신 회장의 허가가 떨어졌고, 롯데는 3000만원을 투자해 최동원을 데려올 수 있었다.

최동원의 가치를 인정한 신 회장의 ‘통 큰 투자’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박 전 감독은 “최동원이 3000만원 받고 입단한지 1년이 지나 한국에 프로야구가 생겼다. 당시 최동원을 프로 무대에 데려오기 위해 7000만원이 필요했는데 그 때도 신 회장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인재 대우를 확실히 했다”고 돌아봤다.

신 회장과 박 전 감독의 만남 이후 성사된 최동원의 롯데 입단은 수년 후 롯데를 대표하는 레전드 탄생의 출발점이 됐다.

superpower@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