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행 티켓을 두고 호주와 겨루는 김학범호.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차세대 사커루 군단의 침투 패스를 경계하라.’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티켓을 두고 호주를 상대하는 ‘김학범호’의 화두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15분(이하 한국시간) 태국 랑싯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4강에서 호주와 격돌한다. 한국이 호주를 누르면 이번 대회 3위 이내에 주어지는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는다.

호주 축구는 성인 대표부터 연령별 대표까지 전통적으로 높이와 힘을 지닌 유럽식 축구를 구사한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속도와 개인 전술을 지닌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키우면서 변화무쌍한 현대 축구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호주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개최국 태국(2-1 승)을 비롯해 이라크(1-1 무), 바레인(1-1 무)과 A조에 묶여 1승2무(승점 5)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조 1위를 차지, 8강에 올랐다. 8강에서도 B조 2위(1승1무1패·승점 4)로 올라온 시리아와 연장 접전 끝에 1-0 신승했다. 폭넓은 선수 로테이션을 바탕으로 조별리그 3전 전승을 거두고 8강에서 ‘난적’ 요르단을 2-1로 제압한 한국과 비교해서 가시밭길을 걸었다.

하지만 전통의 강호들은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갈수록 힘을 발휘한다. 호주도 지난 4경기에서 월등한 경기력을 뽐낸 건 아니지만 장점도 두드러졌다. 특히 2선에서 수비 뒷공간을 무너뜨리는 침투패스는 단연 돋보였다. 지난 4경기에서 5골을 넣었는데 이라크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나온 프리킥 골을 제외하면 나머지 4골 모두 침투패스로 만들어냈다. ‘키 플레이어’는 미드필더 레노 피스코포(웰링턴 피닉스). 10대 시절 이탈리아 하부리그에서 경험을 쌓은 그는 이라크전 번개 같은 프리킥 골로 존재 가치를 알렸다. 이어 태국전에서는 0-1로 끌려간 전반 43분 공격수 니콜라스 디아고스티노의 침투 방향을 읽고 상대 수비진을 단번에 흔드는 송곳 같은 패스로 동점골을 끌어냈다. 후반 31분엔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정확한 로빙 패스로 오버래핑한 풀백 알렉스 게르스바흐에게 연결, 디아고스티노 결승골의 디딤돌이 됐다. 바레인전 라미 나야린의 선제골도 피스코포의 발 끝에서 비롯됐다. 호주는 시리아와 8강 연장 승부에서도 미드필더 에이든 오닐의 절묘한 스루패스를 알하산 투레가 결승골을 만들어내는 등 상대 수비의 순간 방심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요르단과 8강에서 공세를 펼치다가 후반 30분이 지나 수비진의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상대 전진 패스 한 방에 동점골을 내준 적이 있다. 요르단전을 교훈 삼아 호주의 이같은 위협적인 침투 패스를 경기 내내 주의해야 한다. 이전까지 김진규처럼 공격적인 성향의 2선 자원 역할이 중요했다면 호주전에서는 맹성웅처럼 1차 저지선 구실을 해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활약이 더욱더 중요하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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