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즐리 (3)

[스포츠서울 홍승한기자]싱어송라이터 그리즐리(Grizzly)가 3년여 만에 공개하는 두 번째 정규 앨범 ‘삶, 숨, 쉼’은 요즘 가요계에서 보기 힘든 앨범이다.

그리즐리가 혼자 여행하며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담아낸 이번 앨범은 프라하를 시작으로 비엔나, 잘츠부르크, 할슈타트, 파리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스토리를 담았다. 특히 자신이 정한 주제인 사랑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관찰해본 그리즐리는 이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삶, 숨, 쉼’을 앨범 타이틀로 정했다.

그는 “여행기록 앨범이다. 혼자 유럽 여행을 떠났다가 아름다운 장면을 많이 보고 담았는데 내가 모은 것을 들려드려야겠다 생각했다. 한달 넘게 유럽여행을 가고 파리는 다양한 시리즈를 만들고 따로 다시 갔다”면서 “앨범 콘셉트를 생각하고 간 것은 아닌데 무언가를 보고 앨범으로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글을 많이 썼는데 돌아와서 정규 앨범이 생각나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리즐리는 앨범 콘셉트와 완성도를 위해 트랙리스트부터 과감한 도전을 했다. ‘1.Prague in, 2.Prague (About Time), 3.Prague out, 4.Vienna in, 5.Vienna, 6.Vienna out, 7.Salzburg, 8.Hallstatt (Feat. 장필순), 9.Paris in (Feat. CHE), 10.Paris (Feat. CHE), 11.Paris out, 12.서울(1960)’라는 트랙리스트는 근래는 물론 정규단위 앨범이 많았던 과거에도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

“솔직히 좀 멋있을 것 같았다. 막연하게 주변 아티스트들과 이야기 해보면 비슷한 생각은 많은데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내가 먼저 해보고자 했다. 회사에 ‘이거 멋있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처음에는 ‘프라하 1’,‘프라하 2’, ‘프라하 3’ 이었는데 ‘인’‘아웃’으로 바뀐 것 이다. 2번 트랙 ‘Prague’와 12번 트랙 ‘서울’만 부제가 있는데 회사 아이디어였다.‘About Time’은 내가 영화를 보고 썼던 것이 강렬해서 넣었고 ‘1960’ 유행에 민감하면서 옛것을 그리워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인데 내가 살지 못한 시대를 붙였다.”

그리즐리 (6)

그리즐리의 ‘삶, 숨, 쉼’은 정규앨범 그 자체 뿐만 아니라 트랙리스트부터 사실 현재 음악소비 패턴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방식으로 속칭 돈을 쫓기 위해 만든 앨범은 아니다.

그리즐리는 “대신에 (회사서) 시키는 것을 진짜 열심히 할려고 한다”면서 미소지은 후 “(첫 정규앨범과 비교하면) 확실히 20대 중반이랑 후반으로 가면서 성숙한 앨범이다. 꽤 힘들고 꽤 재미있었다. 나중에 완성 시키고 바라보니 기대도 되더라. 나도 이런 콘셉적인 앨범이 많이 팔리고 않고 상업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어서 고민이 있었다. 다만 많은 사람에게 분명 회자가 될 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 눈길이 가는 점은 1980-90대의 대한민국 여성 포크록의 대가 장필순이 ‘할슈타트’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점이다. “그 분의 음악을 들으면 빠져나올 수 없다”던 그리즐리는 “아티스트 사이에서 장필순 선배님의 피처링이 가능하냐고 물어볼 정도다. 소개를 받아 연락드리고 곡을 들려드렸는데 너무 흔쾌히 수락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섬’이라는 앨범을 만들면서 두달간 제주도에 머물때 선배님 콘서트에 갔다. 언젠가는 이분과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할슈타트를 가서 선배님이 딱 떠올라서 작업을 했고 전해드렸다. ‘음악이 너무 좋은 것 같다’고 하시면서 가사 하나하나를 물어보시고 모든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에 많은 것을 배웠다. ‘가창력이나 기술적으로 뛰어난 가수가 아닌데 후배님이 찾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하시는데 감격스러워 내가 울 뻔 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리즐리는 베를린에 관련한 곡 작업도 했지만 이번 앨범에는 싣지 못했다. “베를린에서 체(CHE)를 만나 합류했고 카멜이라는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와 작업을 하는데 속도가 느려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꼭 카멜 때문에 완성되지 않은 점을 적어달라.”

그리즐리 (2)

2014년에 데뷔한 그리즐리는 음악활동외에는 SBS 음악 예능프로그램 ‘더 팬’에서 크러쉬에 추천으로 출연했고, 지난해에는 청하와 듀엣곡 ‘RUN’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크게 눈에 띄는 방송이나 협업 활동을 보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음감회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팬들과 보다 자주 만나려 하고 있다.

“그동안 숨어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더 저를 드러내고 오프라인에서도 따뜻함을 주려고 한다. 내 조차 내 기준에서 너무 안보였다는 판단을 납득했다. 여러 피드백을 통해 내가 잘못된 방향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음감회를 했는데 내 팬들이 내가 작업하고 구현한 사운드를 같이 듣는게 신기하고 좋았다. 묘한 감정과 감동이 왔다. 올해에는 좀 많이 내고 많이 비춰보고 싶다. 그리고 그랬을때 피드백이 어떤지 궁금하다. ”

그리즐리는 악동뮤지션 이수현과의 작업을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음악하는 신을 통털어서 이사람에게 곡을 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게 이수현씨다. 노래를 너무 잘하고 표현도 잘하신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듀엣이나 그런것 말고도 꼭 곡을 드려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 기준에 내 음악을 아시는 분들은 좀 있는데 저를 모르시는 분들은 많다. 지금보다는 조금 더 얼굴도 알리지만 음악이 듣기 편한 사람. 플레이리스트에는 꼭 그 사람이 노래가 하나쯤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대했다.

hongsfilm@sportsseoul.com

사진|EGO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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