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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상훈 기자] 2020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비트코인이 꿈틀거리고 있다. 1월 1일 832만원가량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이 그 후 꾸준히 올라 19일 현재 100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19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빗썸·업비트·코인원 등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1025만원선을 보이고 있다. 연초 대비로는 20%가량 오른 셈이다.

업계에서는 비트코인의 이런 움직임이 최근 불거진 미국-이란간 갈등,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옵션 출시, 5월 14일경으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비트코인은 국제 경기가 악화되면 오르는 모습을 보였고, 현재도 국제정세가 계속 험악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오른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꽤 많은 암호화폐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격이 법정화폐와 연동되는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시총 50위권 내 프로젝트들은 7일 전과 비교하면 전부 오름세를 보였다. 내실 있게 프로젝트 로드맵대로 개발해오고 있는 암호화폐들은 비트코인 상승과 더불어 다시금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암호화폐들은 힘을 못 쓰고 있다. 2017~2018년도에 크게 주목받았던 대표적인 메인넷 프로젝트 아이콘(ICON)은 2년 전인 2018년 1월 9일 1만3680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락, 현재는 179원 정도의 가격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콘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기업 ‘아이콘루프’는 지난해 11월 신한은행, KB증권, KB손해보험, 포스코, STX, 야놀자, 굿네이버스 등 38개 기관을 파트너로 둔 DID(분산신원확인) 생태계 ‘마이아이디 얼라이언스(MyID Alliance)’를 정식 출범시키는 등 꾸준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코인 가격의 상승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2018년 5월, 삼성전자와 ‘인디 게임 생태계와의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6월 갤럭시용 ‘인디게임 평가 앱 ’이지 리워드‘를 공개한 블루웨일(BlueWhale)은 아이콘의 첫 번째 디앱(dApp)으로 관심을 모았다. 블루웨일은 당초 소상공인, 프리랜서들을 위한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출발했으나 현재는 건물 등 자산에 대한 소유 및 권한을 누구나 BWX 코인을 통해 확보하고 공유할 수 있는 ’셰어러블 에셋(Shareable Asset)‘ 플랫폼에 집중하고 있다. 셰어러블 에셋은 부동산 유동화 증권 플랫폼으로 현재 싱가포르 통화청(MAS)으로부터 증권형 토큰 IPA 라이선스를 받고 2020년 1분기에 부동산 특화 기반의 증권형 플랫폼을, 2020년내로 유동화 증권 거래소를 론칭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의 블루웨일(BWX) 토큰의 가격은 56원가량. 개당 1원에 초기 판매가 이뤄졌고, 이후 1000:1 비율로 새로 변환한 점을 감안하면 1000원에 판매한 코인이 1/20 가까이 된 셈이다.

2017년 9월 국내 ICO가 금지되기 직전 148억원 상당의 비트코인(3500BTC)을 모금했던 글로스퍼도 가격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글로스퍼는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 ‘노원코인’ 발행을 비롯해 고스트 프로토콜 업데이트를 통해 블록 처리속도를 크게 높였고, 최소 3000 TPS 이상 처리가 가능한 DAG, 스펙터 합의 알고리즘 기술 구현까지 성공한 퍼블릭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동시 운영하고 상용화시켰다. 하지만 글로스퍼의 암호화폐 하이콘(HYC)은 초기에 개당 100원 상당의 가격에 판매됐지만 현재는 2원 가량으로 하락해 투자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2018년 세계 최초 블록체인 서바이벌 TV 프로그램 ‘블록배틀’ 최종 우승팀이었던 그래비티(GRABITY)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그래비티는 결승전에서 ‘씰(SEAL)’, ‘찬스체인(Chance Chain)’, ‘엑스맥스(XMAX)’, ‘김치파워드’와 함꼐 톱 5에 오른 뒤, 심사위원들로부터 기술, 마케팅,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심사 끝에 가장 우수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 이 소식은 포브스(FORBES)에도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지만 현재 그래비티의 가격은 1.3전(0.13원)에 불과하다. ICO 초기 가격이 6원이었으니 97%가량 가격이 떨어진 상태다.

이 같은 ‘국산 코인’의 약세는 정부의 규제 마련이 늦어지면서 다른 나라들에 비해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 크다. 이장우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분명 기술력을 갖춘 국산 암호화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국산 코인은 말 그대로 ‘국내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의 늑장대응이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고, 결국 투자열기가 식으면서 유독 가격이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잘 모르니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에 국한된 것도 시장가격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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