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예능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아이들은 예능의 단골 소재다. 아이들이 주는 천진난만한 모습과 예측불허 행동들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웃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방송국마다 한 번쯤은 시도하는 예능 소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출사표를 던진 ‘유아 예능’들이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포맷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자리잡은 게 KBS2 간판 예능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다. 지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시청률 10%를 훌쩍 넘으며 롱런 중인 ‘슈돌’은 지난해 ‘2019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 등 5관왕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방증하기도 했다. 다만 2013년 MBC ‘아빠! 어디가?’ 흥행 이후 남자 연예인이 자녀를 돌보는 비슷한 포맷의 육아 예능들이 반복되고, 현실 육아와는 거리가 먼 스타들의 가정환경에 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공감을 얻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이에 유아 예능이 변주를 시작했다. 단순히 연예인 부부의 2세를 조명하는 ‘육아 예능’을 넘어 돌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현실 육아’로 공감을 얻은 것. 지난해 하반기 방영된 KBS2 ‘아이를 위한 나라는 있다’(이하 아이나라), SBS ‘리틀 포레스트’가 그 예다. ‘아이나라’에서는 워킹맘들과 같이 각자의 사정으로 아이의 등하원을 책임질 수 없는 부모들을 대신해 출연자들이 대신 현실 육아를 겪으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시청률은 2~3%로 높지 않았음에도 육아의 속내와 고충을 현실적으로 잘 전달한 첫 시도였다는 점에서 호평을 얻었다. ‘리틀 포레스트’는 더 나아가 도시 속에만 사는 아이들이 강원도 인제의 산골짜기로 내려와 전혀 다른 양육 환경 속에서 자극적인 구성없이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면을 관찰 예능 형식으로 담아냈다.

유아2

올해 또 새로운 유아 예능이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먼저 아이들이 출연하는 예능은 무조건 ‘육아’와 ‘돌봄’에 관한 것이라는 틀을 깬 예능이 등장해 시선을 끈다. tvN ‘나의 첫 사회생활’은 아이들의 일상을 살펴보며 우리들의 지난 사회생활을 돌아보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슈돌’ 등 여타 유아 예능이 아이들의 순수하고 귀여운 면을 조명했다면, ‘나의 첫 사회생활’은 아이들의 남모를 고충과 어려움에 대해 비춘다는 점에서 신선함을 안긴다.

14일 첫방송에서는 처음 방문한 유치원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8명의 아이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첫 만남에 어색해하고, 나이를 기준으로 서열을 정리하며, 대장 자리를 둘러싼 갈등까지 마치 어른들의 사회생활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안겼다.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보는걸 당연하게 생각했던 시청자들은 아이가 주체가 되는 ‘나의 첫 사회생활’의 시각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길수 PD는 “‘나의 첫 사회생활’을 통해 아이들을 좀 더 제대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 어른들의 생활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다음 주 방송부터는 한명 한명의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왜 웃고 왜 슬펐는지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가 나온다”고 귀띔하며 “아이들이 결국엔 무엇을 깨닫고, 어떻게 성장하고, 또 그 속에서 우리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예정이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유아예능의 본고장이기도 한 MBC는 2부작 파일럿 예능의 출격을 앞두고 있다. 오는 19일 첫방송되는 ‘유아더월드’는 장동민, 김동현, 에릭남 삼촌들과 글로벌 아이들의 리얼 버라이어티 유아 예능 프로그램이다. ‘유아더월드’만의 가장 큰 차별점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터키, 멕시코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이 출연한다는 점이다. 유명인의 자녀가 출연하는 기존 유아 예능이 아닌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양한 놀이활동을 지켜볼 예정이다. ‘슈돌’에서 축구선수 박주호와 스위스인의 아내 안나가 혼혈 2세 나은-건후 남매를 공개한 후 많은 화제를 얻고 있어 MBC에서 제2의 ‘건나블리’가 탄생할지도 관심이 모인다.

‘유아더월드’ 연출을 맡은 김승일 PD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릴줄 아는 아이들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 했던 첫 단추였다고 했다. 김 PD는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교육 이슈인 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의 저하에 대해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이 부분을 키워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러던 차에 각양각색의 문화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 함께 어울려 지내다보면 NQ증진에 좋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었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로 구성된 ‘유아더월드’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화하고 있는 유아예능은 연예인 자녀 위주의 육아 예능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유아 예능이 다각도로 변주하는 만큼 출연 아동의 인권과 심의 기준에 대한 세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단순한 새로움을 넘어 ‘유아예능은 흥행불패’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통할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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