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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인 이민호가 15일 이천챔피언스파크 실내훈련장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이천=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언젠가는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선발 등판하는 게 제 꿈이고 목표입니다.”

시작점과 목표점이 절묘하게 맞물렸다. 잠실구장 관중석에서 꿈을 키운 야구소년이 어느덧 잠실구장 마운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유광점퍼를 입은 LG 신인 이민호(19)가 잠실 라이벌전 선발 등판을 가슴 속에 새겨넣었다.

지난 2일부터 동기들과 이천챔피언스파크에 입소한 이민호는 15일 “LG 유니폼을 입으니 야구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맛있는 밥, 좋은 시설 속에서 훈련하니 책임감도 느낀다. 그래도 여기에 너무 오래있으면 안 된다. 빨리 잠실로 가고 싶다”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너무 서두를 생각은 없다. 이제 시작하는 것 아닌가. 신인 중 3명이 스프링캠프에 간다고 하는데 캠프에 참가해도 좋고 이천에 머물러도 좋다. 어디에 있든 시즌 준비 잘해서 건강하게 뛰는 게 중요하다”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박주홍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다는 오기 생겼다”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리면 이변일지도 모른다. 당시만 해도 LG가 보유한 서울 1차 1순위 지명권 주인공은 장충고 외야수 박주홍이 될 것으로 보였다. LG가 일찌감치 2학년부터 초고교 수준의 타격을 펼친 박주홍을 1차 지명자로 낙점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LG는 휘문고 이민호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2학년까지 공만 빠른 투수였던 이민호가 겨울사이 한층 간결해진 투구폼으로 제구력을 갖추고 변화구를 구사하는 모습에 생각을 바꿨다. LG 차명석 단장은 “앞으로 무섭게 성장할 투수라는 확신이 들었다. 성장하는 모습을 고려하면 150㎞ 이상도 충분히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며 이민호를 지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민호에게도 1차 1순위 LG 지명은 뚜렷한 목표점이었다. 그는 “1년 전만해도 주홍이가 당연히 LG로 간다는 얘기가 많았다. 그런 얘기를 듣다보니 ‘박주홍이 아닌 내가 될 수 있다’는 오기 같은 게 생겼다”며 “사실 걱정도 했다. 기사 댓글을 보면서 ‘팬들께서 내가 아닌 주홍이를 원하는데 어떡하지’ 같은 생각도 했다. 그러자 김영직 감독님과 김수환 코치님께서 ‘너는 정말 좋은 투수다. 충분히 1차 지명 받을 실력이 된다. 그리고 네가 잘 던지면 어느 팀에 가든 팬들께서 좋아해주신다’고 용기를 주셨다. 이후 댓글이나 주위에서 하는 얘기에 신경쓰지 않는다. 지명 당시에도 여러 얘기가 들렸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야구에만 집중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고 약 6개월 전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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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인 이민호가 15일 이천챔피언스파크 실내훈련장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시작은 잠실 LG·롯데전, 목표점은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

야구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이민호는 “처음에는 축구를 좋아했다.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축구만 보고 축구만 했다. 아버지도 야구는 아셨지만 야구팬은 아니셨다. 우연히 아버지 친구분과 잠실구장에 가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며 “당시 LG와 롯데의 주말 경기였다. 곧바로 야구의 매력에 빠졌다.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뛰는 야구선수들이 멋있었다. 이후 축구가 아닌 야구를 좋아했다. 베이징올림픽까지 보면서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다. 리틀야구부터 중·고등학교 때까지 틈만 나면 잠실구장에서 야구를 봤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가 야구팬, LG팬이 됐다”고 방싯했다.

늘 앉었던 잠실구장 관중석이 아닌 잠실구장 마운드에 직접 오른 순간은 지금도 생생하다. 이민호는 지난해 9월 27일 잠실 NC전에 동기들과 함께 잠실구장을 찾아 시구자로 나섰다. 그는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1루 쪽에 인사하니 팬들께서 엄청난 환호를 해주셨다. LG팬분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주말 LG·두산전 선발투수로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원관중 잠실경기에서 뛰면 어떤 기분일지 정말 궁금하다. 올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꼭 잠실구장에서 두산을 상대로 선발 등판하는 게 꿈이고 목표”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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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인 이민호가 15일 이천챔피언스파크 실내훈련장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LG 트윈스 제공

◇“안우진, 김대한 형부터 각 팀 4번타자까지 모두와 경쟁하고 싶다”

목표를 묻자 거창한 숫자를 답하지 않았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강조했다. 신인답게 패기를 앞세워 최고 선수들과 정면승부에 임할 것을 다짐했다. 이민호는 “1학년때 3학년이었던 (안)우진이형이 1차 지명을 받는 모습을 보며 꿈을 키웠다. 2학년때 3학년이었던 (김)대한이형의 모습도 동기부여가 됐다”며 “늘 우진이형과 선발 맞대결, 대한이형과 투타대결을 상상한다. 두산전에서는 김재환 선배님, 롯데전에서는 이대호 선배님, SK전에서는 최정 선배님과 같은 각 팀 4번 타자와 경쟁하는 장면도 머릿속에 그린다. 신인답게 최고 선수를 상대로 몸쪽 직구로 과감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1차 지명에 대한 부담은 없다. 이미 프로에 들어왔고 프로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모두가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1차 지명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야구에만 집중하며 언제가 됐든 내가 쉬운 투수가 아니라는 것을 타자들에게 보여주겠다. 차우찬 선배님부터 고우석 선배님까지 우리팀 선배님들을 잘 따르면서 꾸준히 잠실 마운드에 서는 투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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