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어생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쉬운 경제 예능 KBS2 ‘슬기로운 어른이 생활’(이하 슬어생)이 8부작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슬어생’은 소위 ‘어른이’로 불리는 2030대 사회 초년생의 경제 고민을 나누고 경제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프로그램이다. MC 장성규와 함께 러블리즈 미주, 가수 치타, 외국인 대표 럭키, 은행원 출신의 유튜버 댈님이 실용적인 꿀팁을 전해주는 전문가를 대변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경제 프로그램에 예능의 색을 입히기 위해 ‘슬어생’은 장성규를 진행자로 발탁했다. 특히 ‘슬어생’은 프리랜서 선언을 한 장성규의 첫 KBS 방송 진출작이기도 하다. ‘슬어생’ 연출을 맡은 기훈석 PD는 장성규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 PD는 “수많은 예능 프로에서 러브콜을 받았을 텐데 왜 ‘슬어생’ 출연을 결심했는지 저도 솔직히 궁금해서 물어봤다.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선넘규’로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미지를 다른 프로그램들에선 원했는데 원래 아나운서 출신이다보니 진행자로서 자질을 ‘슬어생’을 통해 더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더라. 제작진과 장성규 서로의 마음이 잘 맞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녹화 때 감기에 심하게 걸려 오셨다. 곧 쓰러질 것처럼 아파 보였는데 해열제를 먹고 7시간 녹화를 무사히 마쳤다.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까지 하며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 제가 만난 연예인 중 이렇게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일화를 전하며 “다음 시즌을 하게 된다면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장성규 씨도 흔쾌히 수락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8부작으로 방송된 ‘슬어생’에는 가수 핫펠트, 유튜버 하늘, AOA 찬미, 엠블랙 미르, 박승희 선수, 배우 신현수, 강사 강성태 등 다양한 분야의 게스트가 출연해 잘못된 경제습관을 공개하고 청약부터 전월세와 예적금, 대출, 연말정산 등 학교에서 배울 기회가 없던 실전 경제 지식을 나눴다. 또한 스타들의 솔직한 수입 공개는 물론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현직 아이돌, 연매출 60억에도 재테크에는 무관심한 소비패턴을 가진 유튜버 등 셀럽들의 소비패턴을 관찰하고 전문가의 현실적인 솔루션으로 경제 고민을 해결해줬다.

기훈석

“파일럿 예능이기 때문에 겁내지 말고 다양하게 시도하려 노력했다”는 기 PD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로 AOA 찬미와 유튜버 하늘을 꼽았다. 기 PD는 “그야말로 ‘짠순이’인 찬미와 하루지출이 135만원인 하늘, 두 분의 소비패턴이 극과 극으로 달라서 혹시 방송을 위한 설정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제 섭외 기준 1순위는 진정성이었다”라며 “무언가를 숨기려거나 이미지 메이킹을 하려는 출연진은 섭외하지 않았다. 실제로도 화제성은 높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출연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1%대의 낮은 시청률은 과제로 남았다. 저녁 비용으로 100만원을 쓰고, 1년간 차량 유지비로 2500만원을 내는 셀렙들의 소비습관에 시청자들이 공감하기는 힘들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기 PD는 “저도 댓글을 보며 뜨끔했다. 연예인의 돈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민감한 문제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이를 풀어나가는게 제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부침을 겪은 시청률에 대해선 “화요일 밤 11시 시간대가 KBS에겐 어려운 시간대이긴 하다.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TV조선 ‘아내의 맛’과 SBS ‘불타는 청춘’ 등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게 사실 ‘슬어생’을 시작하며 KBS의 목표 시청률이 2%였는데 이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 다만 유튜브 조회수가 최고 180만뷰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아 가능성은 봤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슬어생’은 오는 봄개편 시즌을 맞아 정규 편성을 준비 중이다.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기 PD는 ‘슬어생’의 많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게스트를 꼭 연예인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 일반인 중에서 경제적으로 사연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재밌게 푼다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사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본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예능이 거의 없지 않나. 거창한 돈 이야기를 하거나, 경제 예능을 표방하지만 예능화 돼 돈은 하나의 소재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새로운 시즌에선 실제 고민을 가진 시민들에게 재무컨설팅을 해 도움을 주는 등 더 리얼하고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경제 예능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기 PD는 정규편성 계획에 대해 “예능국에서도 새로운 시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아직은 보완할 부분이 많아서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빠르면 3~4월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다시 돌아올 ‘슬어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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