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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서 만난 연극배우 박정자.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우리시대 연극계의 거장’ 배우 박정자(78)의 60년 가까운 연극인생을 조명하는 연극 ‘노래처럼 말해줘’가 2월 6일부터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공연 기획사 뮤직웰이 제작하고 이충걸 작가가 극본을 맡은 이 연극에서 박정자는 1962년 이화여대 연극반에서 ‘페드라’로 무대를 시작해 60년 가까이 한 길을 걸어온 자신의 연극인생을 직접 들려준다. 그동안 무대에 올랐던 대표 연극의 한 장면은 물론 명대사 내레이션과 어디서도 듣기 어려운 노래까지 결합돼 배우 박정자의 팔색조 매력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다.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이유리가 연출을 맡고 뮤지컬 ‘레베카’의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가 무대를 꾸몄다. 의상은 의상 디자이너 진태옥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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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처럼 말해줘’ 포스터. 제공|뮤직웰

공연 제목이 ‘노래처럼 말해줘’인만큼 총 6곡의 노래를 직접 부른다. 최백호의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를 비롯해 영화 ‘페드라’ OST ‘사랑의 테마’, 박정자 독집 음반 ‘아직은 마흔네살’의 타이틀곡 ‘검은 옷 빨간 장미’, 영화 ‘조커’의 ‘어릿광대를 보내주오’(Send in the clowns) 등을 레퍼토리로 구성했다. 재즈 피아니스트 허대욱이 음악감독을 맡아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호흡을 맞춘다.

박정자는 “배우 박정자가 배우 박정자를 다루는 연극이기에 어렵다. 몇 년전 예술의전당에서 기획공연으로 자전적 배우 시리즈를 하자고 했는데 그때는 싫다고 거절했었다. 자전적인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모르겠기에. 자기 얘기를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옷을 걸치지 않고 무대에 나가는 것이나 같다. 그러다 77세 생일에 친구들이 생일잔치를 열어줬는데 최백호씨의 ‘낭만에 대하여’를 불렀더니 김성녀씨가 노래하는 연극을 하라고 권했다. 더 나이들면 못하겠구나 싶어 친구인 이충걸 작가와 만나 작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는데 가장 큰 구실을 한 인물로 이충걸 작가를 꼽은 박정자는 “이충걸 작가는 나보다 더 나를 잘아는 사람이다. 그가 나보다 더 내 이야기를 잘 써줬다. 대본의 완성도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박정자는 늙은 창녀, 남편을 살해한 아내, 비밀을 간직한 원장수녀 등 그동안 공연했던 연극들의 대표 캐릭터로 자유자재로 변한다. 마음을 울린 극중 대사들도 낭독한다. 60년 가까이 셀 수 없이 많은 무대에 섰지만 늘 무대를 앞두면 긴장하게 된다. 무대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연습실에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연습을 하고 또 한다. 그는 “얼마전 의상을 맡은 진태옥 선생님이 와서 연습을 보시고는 눈물을 흘리셔서 둘이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이 한편에 내 삶을 다 녹여낼 수는 없지만 무대를 통해 관객과 만날 때 관객들이 ‘아 저 배우가 참 열심히 살았구나. 천상 배우구나’하는 것만 알아주면 된다. 그 이상은 없어도 된다”고 했다.

이쯤되니 배우 박정자의 배우론의 핵심이 궁금해진다. 그는 “나는 서비스하는 사람이다. 광대 익살꾼이다. 고상하게 예술가연 하지 않는다. 서비스 하는 의미로 노래도 부르는거다. 친구들에게도 공연 티켓을 사라고 자꾸 얘기하고 지인들에게도 ‘한 트럭 오라’고 얘기한다. 나 스스로 괜찮은 배우라고 생각하니까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시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자연인 박정자는 여행과 영화와 공연을 좋아한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접하며 오감으로 새로움을 충전하고 영화와 공연을 통해 감동을 받아 좋은 에너지를 채운다. 그렇게 채우고 채워야 무대에서 오롯이 비워낼 수 있다는 그다.

“연극은 나의 피난처다. 아마 내 삶에 연극이 없었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연극이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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