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

[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노력과 진심이 헛되지 않아지길.”

지난해 11월 블락비 박경이 쏘아올린 ‘음원사재기’ 의혹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박경의 SNS에서 언급된 바이브, 송하예, 장덕철, 임재현 등은 연이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며 박경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우리도 음원사재기가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억울함을 풀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방송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현역에서 활동중인 가수들과 관계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음원 사재기의 실체를 밝혀냈다. 하지만 중간에 브로커가 있는 등 실체를 명확히 밝혀 꼬리까지 잡아내기는 힘든 형국이라고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베일을 벗기고 나니 그 방식은 더욱더 충격적이고 교묘했다. 한 컴퓨터에 가상 환경을 조성해 한대에서 수십, 수백곡이 동시에 재생될 수 있고, 경쟁 가수의 순위를 밀어내는 것까지 가능했다. 순위별 금액까지 책정돼있고, 아이디 생성도 무한했다. 그럼에도 음원사이트들은 “개인정보라 열람할 수 없다”라며 해당 이슈에 대해 조심스러워할 뿐이었다.

‘그알’에 출연한 타이거JK는 수년전부터 음원 사재기 유혹을 받아왔다며 “그럼에도 하지 않은건, 그건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행위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동참하듯 여러 아티스트들 역시 방송 후에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일침과 근절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이유와 선미는 SNS를 통해 ‘그알’ 인증샷을 공개하며 음원 사재기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솔비와 현아도 소신을 밝혔다. ‘그알’에서 소속사 대표가 출연했던 정준일도 장문의 심경글을 전하며 “그러나 순위에 들지 못해 슬픈 적은 없었다”라며 자신의 능력을 자책하던 윤동환 대표를 위로했다. 모자이크 처리돼 출연했던 아이타운키드도 “‘고등래퍼3’ 당시에 제안받았다”라며 실명으로 본인이 인터뷰했음을 알렸다.

가장 ‘핫’한 아티스트 방탄소년단도 목소리를 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5일 ‘2020 골든디스크’에서 음반부문 대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던 중 RM이 “우리는 참 운이 좋게도 여러 분들의 도움과 운 덕분에 스포트라이트도 받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진심을 다해 음악을 만들고 고민하시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계시다”라며 “2020년대는 그분들의 공명과 노력과 진심이 공정하고 정당하고 헛되지 않게 여기 계시는, 지켜보시는 대중에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2010년대의 잘못된 점은 2010년대로 끝내고, 2020년대에는 좋은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과거에도 꾸준히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날 뉴이스트 역시 “우리의 노래를 떳떳하게 들어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민감할 수 있기에 공개적인 지지가 꺼려졌던 것에 반해 최근들어서는 아티스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며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재기 의혹을 받는 아티스트들의 대응 역시 다양하다. 닐로는 결국 SNS 댓글을 차단하기에 이르렀고, 바이브 윤민수는 2차 해명글 게재했다. 윤민수는 ‘그알’ 방송에 대해 “믿었는데 어그로만 끌렸다. 가족과 회사 사람들까지 비난받는데 가만히 있을수 없다”라며 “바이브는 사재기를 하지 않는다”라고 다시금 해명했다. 물론 ‘그알’을 통해 음원 사재기가 실제로 존재할 수 있음은 드러났으나 직접 가담한 아티스트가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 수사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며, 속단을 해서도 안된다. 한 관계자는 “과거부터 공공연하게 의혹이 계속됐지만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하는 문제기도 했다. 수면 위로 오른만큼 이 기회에 명백히 밝혀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DB,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카카오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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