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대전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아티스트의 부상부터 강제 퇴장으로 인한 홀대 논란, 라인업 제외 등 방송사 갑질 의혹까지.

2019년 한해를 마무리하며 가수와 팬들의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연말 가요대전이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바쁜 연말 일정 속에서 팬들을 위해 준비했을 가수들의 공연과 대규모 무대장치와 섭외 등으로 수고했을 방송 스태프들의 노고가 한순간의 실수로 빛이 바래버렸다.

지난 27일 방송된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서는 에이핑크가 ‘응응(%%)’ 무대를 선보이던 중 준비한 퍼포먼스가 채 끝나기도 전에 편집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에이핑크는 대규모 인원의 댄서와 화려한 군무로 새롭게 편곡한 무대를 준비했으나 화면이 VCR로 전환되며 급작스레 무대에서 퇴장해야만 했다. 결국 손나은의 ‘뒤통수 엔딩’으로 끝나버린 무대에 팬들만큼 속상한건 당사자들이었다. 손나은은 자신의 SNS에 에이핑크 멤버들의 연습영상을 올리며 “모두가 함께 수고했다는 마음으로 기분좋게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인 만큼 모든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한 무대 앞으로는 안전하게, 공평하게,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속상한 마음을 전했다.

오하영도 “무대에 대한 열정이 있는 가수도, 가수와 노래에 대한 애정이 있는 팬들도 존중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고, 정은지도 “관객석을 채워주시는 팬 분들, 그 무대를 열정과 땀으로 준비해서 보여주시는 모든 아티스트 분들의 무대가 늘 존중 받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겠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네이버 V라이브를 진행한 박초롱은 무대를 기다렸을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KBS는 “제작진의 단순 실수였다”며 “추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에이핑크

지난 25일 열린 ‘2019 SBS 가요대전’에서는 레드벨벳 웬디가 리허설 도중 무대에서 떨어져 얼굴 부위 부상, 오른쪽 골반 및 손목 골절 등을 입는 사고가 벌어졌다. 웬디는 주위가 어두운 터널 형태의 2층 통로에서 나오다가 동선상 연결돼야 할 계단에 문제가 생겨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SBS는 사고 직후 사과문을 냈지만 사고 경위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웬디에 대한 사과가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여론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SBS는 추가 입장을 발표하고 “부상을 당한 레드벨벳 웬디 씨는 물론 가족과 레드벨벳 멤버, 팬 여러분에게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무엇보다 웬디 씨의 회복이 우선인 만큼 사고 직후부터 현재까지 SBS 예능본부장 및 제작진이 소속사인 SM 측과 긴밀한 협의 하에 적절한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재차 사과했다.

이제 남은 건 오는 31일 열리는 ‘2019 MBC 가요 대제전’. 하지만 이마저도 개최 전부터 잡음이 일고 있다. 앞서 ‘2019 MBC 가요대제전’ 측이 방탄소년단의 출연 불발로 같은 소속사 가수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계열 쏘스뮤직 소속 여자친구가 출연하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MBC와 빅히트 간 불화설과 ‘보복성 갑질 논란’이 일었다.

MBC 측은 “갑질은 전혀 아니다. 추측성 보도”라고 일축했지만, 방탄소년단과 TXT, 여자친구 모두 ‘가요대전’, ‘가요대축제’에는 출연한 바 있어 MBC만 불참하게된 모양새가 됐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ABC 방송 신년 전야 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MBC의 갑질이라는 일각의 반발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해의 가요계를 결산하고 즐거운 ‘축제의 장’으로 꾸며져야 할 지상파 방송사의 가요대전이 각종 사건 사고로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지상파의 연말 가요대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말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퍼포먼스와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 등은 많은 기획사들이 소속 가수들의 출연을 원하는 이유였다. 그러나 미흡한 진행으로 인한 안전사고와 안일한 대처 등이 이어지며 팬들조차도 연말 가요대전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가요대전을 진행한 한 관계자는 “연말 가요대전은 수십, 수백명의 스태프들이 수십일간 피땀 흘려 만든 무대다. 매년 발생하는 논란으로 인해 가수들의 노력과 관계자들의 수고까지 폄하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요대전의 필요성은 내부적으로도 늘 대두되는 문제지만 지상파3사의 경쟁구도 안에서 하나의 방송사만 빠지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방탄소년단과 같은 인기 그룹은 방송사간 섭외 경쟁과 힘겨루기로도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연말 가요대전에 대한 신뢰도와 위상도 함께 추락 중이다. 매년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섭외 논란, 엔딩 무대를 둘러싼 잡읍, 방송사별 차별화되지 않는 무대 등은 ‘K팝 열풍’이란 위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스포츠서울 DB, KBS2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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