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하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신재하(27)가 천천히 자신의 연기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2014년 SBS ‘피노키오’로 데뷔한 신재하는 KBS2 ‘너를 기억해’(2015), ‘발칙하게 고고’(2015),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 ‘원티드’(2016),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시를 잊은 그대에게’(2018) 등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다.

지난 8월 방송된 MBC ‘웰컴2라이프’에서 희대의 살인마 윤필우로 안방극장에 섬뜩함을 안겼던 그는 SBS ‘VIP’에서 VIP 전담팀 사고뭉치이자 재력가 아들이라는 신분을 숨기고 취업한 마상우 역을 맡아 나정선(장나라 분)의 옆을 지키는 귀여운 매력으로 극과 극의 연기를 선보였다.

-‘VIP’가 마지막회에 최고 시청률 15.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이 정도의 화제성을 예상했나?

‘불륜’이라는 소재 자체가 자극적이어서 어느정도는 관심을 끌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높은 시청률이 나올줄은 예상을 못했다. 뿌듯하다. 4월부터 촬영을 시작해 사계절을 ‘VIP’로 보낸건데 그에 대한 보람이 있는 거 같다.

-장나라와의 호흡은 어땠나?

방송에서는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카메라만 꺼지면 애교 많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다. 촬영 중간중간 같은 전담팀 식구끼리 서로 손하트를 하고 애교를 부린다. 도 나라 누나는 감정연기가 많아서 지치고 힘들 텐데 다른 배우도 잘 챙겨주신다. 누나를 보며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느꼈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다소 답답한 ‘고구마’ 전개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저도 공감은 한다. 정선의 감정을 따라가기 때문에 시청자 입장에서는 고구마라고 느끼실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럼에도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주연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인 덕분인 거 같다. 상윤이 형이 제작발표회에서 박성준이 욕을 얼마나 먹느냐에 따라 드라마 성패가 좌우된다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예진이 누나도 어려웠을 텐데 잘 해준 거 같다.

-마상우 캐릭터를 구현하는데 주안점을 둔 부분은?

감독님께서 마상우가 극의 환기구가 돼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어떻게 하면 더 ‘댕댕이’처럼 뛰어다닐 수 있을까 생각했다. ‘VIP’ 속 인물 각자의 상황들이 모두 어렵기 때문에 마상우라는 인물로 극의 분위기를 조금은 유쾌하게 바꾸려 했다.

-소속사 선배 이상윤이 어떤 조언을 해줬나?

후반부로 가면서 박성준과 대면하는 신이 많았다. 제일 고민됐던 건 박성준(이상윤 분)과 온유리(표예진 분)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후 감정선을 어떻게 잡을지였다. 밝은 캐릭터인데 티를 안내자니 개연성이 떨어지고, 어느정도까지 티를 내야 하는지 감이 안 오더라. 그때 상윤이 형이 상우라는 캐릭터가 지금까지 꾸밈없이 속의 말을 다했던 친구이기 때문에 하던대로 편하게 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셨다. 너무 힘주어 연기했으면 과해보였을 거 같다. 형에게 감사한 부분이다.

신재하2

-‘웰컴2라이프’와 정반대 캐릭터다. 이에 어려움은 없었나?

동시에 촬영했는데 오히려 같이해서 더 좋았다. ‘웰컴2라이프’는 에너지 소모가 크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소모된 작품이었고, ‘VIP’는 실제 제 모습과 비슷하게 연기를 해서 오히려 한쪽이 치우치지 않고 잘 조율됐던 거 같다. ‘웰컴2라이프’에서 다 불태우고 영혼을 갈아 넣었고, ‘VIP’에선 또다른 모습으로 채우고 힐링하는 느낌이었다.

-‘VIP’에는 각자의 사연이 있는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그중 신재하가 가장 공감갔던 인물은 누구인가?

송미나(곽선영 분)가 이병훈(이재원 분)에게 울며 ‘애들 엄마로 사는거 너무 소중한데 나란 사람으로도 살고 싶다. 그런 내가 너무 이기적인거냐’고 말하는 장면에서 울컥하더라. 송미나가 처한 상황과 저는 전혀 맞지 않는 사람임에도 이렇게 가슴이 아픈데 워킹맘이나 자녀가 있으신 분들은 엄청 우셨을 거 같다.

-뮤지컬을 전공했다. 연기는 어떻게 시작했나?

사실 뮤지컬과 안 맞았다. 연기를 그만두자는 마음으로 한 학기 만에 휴학을 하고 배낭여행을 떠났다가 특별한 인연들을 만났다. 우연히 만난 동행들이 고민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무살인데 뭘 그렇게 고민하냐며 다 해보라고 이야기했다. 무대 쪽 말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해볼까 막연한 용기가 생기더라.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됐다.

시작 단추를 잘 꾀어서 다수의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현장에서 많이 혼나면서 성장했다.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처음 들어간 작품이 SBS ‘피노키오’였고, 결과물은 좋았지만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많은 분들께 민폐를 끼치기도 하고 실수도 많이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피노키오’란 작품의 결과물 좋아서 이후 저를 불러주셨던 감독님들께서도 제 연기력을 보고 놀라셨을 거다.

-그럼에도 박혜련 작가와는 ‘피노키오’, ‘페이지 터너’, ‘당신이 잠든 사이에’까지 세 번째 만났다. 계속해서 작가와 감독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특별하지 않아서인 것 같다. 저는 스타성 있는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주얼적으로 뛰어나고 키가 커서 서 있기만 해도 빛나는 분들과는 결이 다른 거 같다. 예전에는 저도 그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지만 실제로 데뷔 때만 해도 감독님들께서 ‘얘는 뜨기 좀 힘들 거 같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래서 갈망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연기적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더 크다. 이제는 차근차근 천천히 가야할 길인 거 같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제이와이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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