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주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박효주는 어떤 역할이든 분신처럼 소화하는 스펀지같은 배우다. 그래서일까. 꼭 타이틀롤을 맡지 않아도 존재감은 영롱하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보좌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시즌2’(이하 ‘보좌관2’)에서도 그랬다.

박효주가 연기한 수석 보좌관 이지은은 카리스마와 온화함을 두루 지녔다. 경력 10년 차 베테랑인 만큼 일처리 능력이 최상인 것은 물론, 필요하면 적재적소 촌철살인도 날리는 불꽃같은 여성. 하지만 자신이 보좌하는 강선영(신민아 분) 의원에게는 한없이 듬직했고 비서들에게는 따뜻한 조언도 건넨다.

박효주는 이지은을 어떻게 느꼈을까. “저는 독설을 하는 냉철한 보좌관이었다. 또 다른 보좌관으로 등장한 윤혜원(이엘리야 분)은 이지은보다는 부드러워 상반된 보좌관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 다양한 여성상이 담긴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라고 회상했다.

10부작의 걸음은 생각보다 더 짧았다. 박효주는 “모니터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영했다. 후반부 스토리가 좀 더 빨리 진행돼 시청자로서 지루할 틈 없이 봤다. 그래서 더욱 짧게 느껴졌다”라며 아쉬워했다.

박효주는 시즌2에 새로이 투입된 인물로 시즌1부터 함께한 본 멤버는 아니었다.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늦은 투입이 장점이 돼 예상보다 편하게 이지은을 맡길 수 있었다. “저는 시즌1을 보고 촬영에 들어간 거였기에 기존 캐릭터들을 더욱 빨리 파악할 수 있었다. 저만 이지은이라는 인물에 빨리 스며들면 되는 거였다. 때문에 적응이 더 수월했다.”

박효주

박효주가 극에서 보좌한 국회의원은 신민아였던 만큼, 신민아와의 호흡이 더 자주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업무를 지시하고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고마움을 전하곤 하는 투샷. 이 워맨스 케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박효주는 “이번 작품에서 신민아 씨를 처음 만났다. 처음에는 ‘와, 시즌1 강선영 의원이다’ 이런 느낌으로 봤던 것 같다.(웃음) 신민아 씨와 강선영 캐릭터가 묘하게 합쳐져 그녀만의 색깔로 그려졌다. 차분하지만 무거운 온도에서 나온 묵직함이 좋았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같은 여자이니까 작품 얘기도 더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박효주는 ‘보좌관’이 사랑받은 이유에 대해, 정치 드라마로 낯설 수 있었지만 인간의 욕망을 그려 공감을 안겼다는 점으로 꼽았다. “‘보좌관’은 각 캐릭터의 뜨거운 욕망들이 부딪친 이야기였다. 저 개인적으로는 욕망으로 인한 치열한 갈등과 움직임은 어디에서든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사는 삶도 정치판도 사람 사는 건 모두 똑같다는 걸 느끼시고 흥미롭게 봐주신 게 아닐까.”

이지은은 워킹맘으로, 보좌관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은 한 아이의 어머니였다. 박효주 역시 2017년 첫아이를 출산한 실제 워킹맘이라 이는 이지은과 똑 닮은 지점이었다. 그는 “그래서 캐릭터에 다가가기 더 쉬웠다. 결혼하기 전에는 워킹맘 캐릭터를 떠올리면 상상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젠 저의 모습이기도 하니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박효주

육아 이야기가 나오니 인터뷰 주제는 자연스레 가족으로 향했다. 박효주는 지난 6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에 출연해 남편과 여전히 신혼같이 보내는 5년 차 결혼 생활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랑꾼 면모도 보여 ‘여자 최수종’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박효주는 “다른 가정과 다를 거 없다”라며 수줍어했다. 이어 “친구같은 남편이라 늘 대화가 잘 통한다. 제 작품들을 재미있게 봐주곤 하는데 이것이 제게 최고의 응원이다. ‘보좌관2’는 특히 좋아해줘 저 또한 기뻤다. 처음으로 다음 내용이 뭐냐고 묻지 않더라.(웃음) 있는 그대로를 보고 싶다고 했다. 제가 대사 연습을 하려고 하면 다른 곳에서 하라고 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결혼 후의 삶은 배우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 영향은 긍정적인 것으로 배우 활동에 안정감이 스미게 했다. “원래 일을 끝내고 귀가하면 힘들었던 일의 잔상을 집까지 가지고 갔는데, 이제는 훌훌 털고 들어간다. 일에 균형이 잡힌 느낌이고 더욱 집중하게 됐다. 가족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원동력이 된다. 결혼은 좋은 거다”라며 생글 웃었다.

2002년 데뷔한 박효주는 SBS ‘이브의 화원’(2003)부터 SBS ‘추적자 THE CHASER’(2012), MBC ‘트라이앵글’(2014), OCN ‘신의 퀴즈 : 리부트’(2018)까지. 오랜시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약 20년 동안 참으로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온 그다. 쉼 없는 전진도 좋지만 매번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야겠다는 부담감은 없을까. 이 물음표에 박효주는 “이전 작품이 이런 캐릭터였으니 이번에는 꼭 방향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선택할 수 있는 배역의 폭이 좁아진다.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라도 새로운 이야기 속에 있으면 얼마든지 신선하게 풀어낼 수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효주의 올해는 김하늘의 의리 있는 친구 조미경으로 분한 JTBC ‘바람이 분다’와 ‘보좌관2’으로 채워졌다. “‘바람이 분다’는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방영 시기가 봄이었는데 제게도 봄같은 드라마다. ‘보좌관’은 뜨거운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열정적인 현장이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출산 후 작품을 연달아 맡는 게 쉽지만은 않았는데 열심히 달렸다. 자양분이 된 한 해였다.”

다가오는 2020년. 박효주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 2’로 또 다른 시작을 예열한다. 마취과 전문의로 변신, 프로페셔널한 의사로 시청자를 찾아온다. 박효주는 “내년도 그렇고 앞으로도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잘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그래야 롱런의 뿌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조심스레 점쳤다. 또한 “감독님이나 상대 배우가 저를 떠올렸을 때, 같이 호흡하고 싶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더 나아가고 싶다. 대중도 함께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믿음직한 배우로 기억되는 게 바람이다”라는 각오도 남겼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밀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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