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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허삼영 신임감독. 제공 | 삼성라이온즈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전혀 없습니다.”

삼성 허삼영(47) 감독의 행보가 수상(?)하다. 만만디로 볼 수도 있는데 삼성의 우승 욕심에 비추면 이해가 간다. 허 감독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남에서 “2~3년간 팀 재건을 완성해 언제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으로 세팅하는 것이 내 역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적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지만 얽메일 생각도 없다. 삼성 홍준학 단장은 “다른 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승부담이 적은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라며 알듯모를듯 한 미소를 지었다.

[포토] 역투하는 최지광
삼성 투수 최지광이 8회 역투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밑바닥부터 시작이다. 올해 8위로 시즌을 마쳤지만 삼성의 전력은 여전히 의문부호가 가득하다. 한 시즌을 통째로 믿고 맡길만 한 토종 선발은 사실상 윤성환 한 명뿐이다. 외국인 선수 구성도 의문부호로 남아있다. 젊은 투수들이 많지만 기대주 수준이라 이들이 가능성을 언제 폭발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강민호를 받칠 포수도 부족하고, 내외야 백업 자원도 머릿수만 채운 수준이다. 시즌을 꾸려갈 수는 있지만 강팀과 비교해 열세다. 어쩌면 올해보다 성적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 비난은 오롯이 신임감독에게 쏠린다.

허 감독은 “밑바닥부터 한 계단씩 밟아 왔다. 그래서 떨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다. 지휘봉을 내려놓더라도 원래 있던 바닥으로 돌아가는 것일 뿐이다. 감독까지 했는데…같은 생각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소신껏 팀을 이끌어 삼성의 지향점인 ‘2~3년 이내 재도약’을 완수하는 것만 생각하겠다는 의지다. 허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부터는 단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팀이 되는 게 1차 목표다. 승패를 떠나 선수단 전원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프로가 가진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기본에 입각한 플레이가 허 감독이 추구하는 첫 번째 지향점이다.

[포토]삼성 이학주, 역전 성공했습니다!
삼성 이학주(왼쪽)가 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9 KBO리그 삼성과 NC의 경기 8회말 무사 2.3루상황에서 NC 원종현을 상대로 재역전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강명구 코치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그는 “젊은 선수가 많다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선수들이 잘하는 것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분위기,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력분석팀장 출신이라 무조건 숫자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중심으로 운영하지는 않겠다는 다짐이다. 허 감독은 “야구는 사람이 한다”는 짧고 명쾌한 말로 자신이 지향하는 야구를 대변했다.

허 감독이 삼성 신임 사령탑에 선임됐을 때 야구계 안팎에서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코칭스태프 경험이 일천한 전력분석 팀장을 현장 수장으로 앉힌 데 대한 성토 목소리까지 들렸다. 허 감독은 “야구인 출신인 내가 프런트가 됐을 때부터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워야 했다”고 돌아봤다. ‘선수 출신이 뭘 알겠느냐’는 사무직원들의 눈총도 받아야 했다. 그는 “이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 복장도 더 단정히, 문서작업도 더 꼼꼼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들과 우리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선수출신이 더 많은 노력을 해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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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허삼영 감독. 제공 | 삼성라이온즈

돌고돌아 현장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코치경험도 없는 이가 감독을 어떻게 하느냐”다. 아이러니다. 허 감독은 “언젠가는 KBO리그도 운영과 경영을 분리해 구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것으로 본다. 이런 시대가 왔을 때, 야구인 출신도 당당히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고,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런 책임감은 있다”고 말했다. 팀 재건을 완수해야만 책임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과 허 감독은 예상보다 훨씬 긴 호흡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조용하지만 과감한 삼성의 행보를 스치듯 볼 수 없는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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