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4321
FA 시장에 나온 오지환, 김선빈, 안치홍, 전준우(왼쪽부터). |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이틀 새 5억 6900만달러(약 6800억원) 대형계약이 맺어졌다. 한껏 달아오른 메이저리그(ML)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얘기다.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지난 9일(한국시간) 문을 연 윈터미팅에서 잇따라 대형 계약이 발표되고 있다. 투수 빅2로 꼽힌 스티븐 스트라스 버그가 10일 2억 4500만달러에 워싱턴과 재결합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11일에는 게릿 콜이 9년간 3억 2400만달러라는 역사상 투수 최고액으로 뉴욕 양키스와 손을 잡았다. ‘우승 청부사’로 분류될 정도의 실력이라면 천문학적인 액수를 받을 수 있는 ‘꿈의 무대’라는 게 새삼 느껴질 정도다.

스캇 보라스
류현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11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계속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그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샌디에이고 | 길성용객원기자

KBO리그로 눈을 돌리면 엄혹 그 자체다. 우승 청부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올겨울 FA 시장에 등장했다. 일찌감치 빅4로 분류된 안치홍 김선빈 오지환 전준우 등도 감감 무소식이다. 내수경기 침체와 내년 총선 등 외부 악재로 각 구단이 지갑을 닫은 게 크다. 시장상황이 녹록지 않자 오지환은 원소속 구단인 LG에 사실상 백기 투항하는 초유의 선언을 했다. 당초 6년 계약을 주장하며 프랜차이즈 대우를 바란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자 ‘팀 충성도’를 강조하며 구단에 모든 조건을 일임했다. 협상 주도권을 쥔 LG는 상대적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윈-윈 할 수 있는 계약을 준비 중이다.

오지환의 계약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팀은 상대적으로 허탈한 표정이다. 비교군이 사라졌으니 고양이 목에 누가 먼저 방울을 달 것이냐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전개 중이다. 에이전트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구단이 눈치싸움을 전개하면 구체적인 조건을 언급하지 않는다. 이른바 ‘시장가’가 형성돼야 밀고 당기기가 가능한데, 가격 자체가 오리무중이다. 오죽하면 “다른 선수의 계약규모와 관계없이 선수 개인의 역량과 공헌도만으로 평가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FA시장이 지난해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던 게 맞나 싶을 정도다.

cats
류현진(왼쪽)과 김광현.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FA 시장은 당분간 답보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김광현(SK)과 김재환(두산)이 올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에 도전장을 내민 게 신호탄이다. 각 구단은 주축 선수가 해외진출을 꿈꾸면 FA자격을 얻기 전에 보내고 싶어한다. 포스팅에 실패한 선수는 FA 자격을 얻더라도 시장 가치가 대폭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포스팅에 성공하든 못하든 구단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적다. 수 년간 경쟁적으로 FA 몸값을 끌어 올리던 구단이 영리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내수시장만으로는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구단에 유리한 점이다. 관중수 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익구조가 크게 개선된 ML과 뚜렷이 대비되는 KBO리그의 한계가 정반대 스토브리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