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이 20일 베트남축구협회 감독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하노이 |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동남아 지역의 정상을 차지한 박항서 감독이 동남아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박 감독은 스스로의 능력을 매 대회 증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 이후 성공 신화를 이어가는 박 감독은 이번 2019 동남아시아경기대회(SEA게임) 금메달로 확실하게 동남아 지역 최고의 ‘명장’인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박 감독의 ‘매직’은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끈 뒤부터 시작됐다. 그해 8월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 진출이라는 업적을 올렸다. 특히 12월 열린 동남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얻었다.

베트남은 박 감독이 취임한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 성인 축구에 관심 없던 일반 축구팬들도 박 감독이 이끄는 성인축구대표팀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박 감독 역시 베트남 국민의 성원에 보답하는 성과로 축구 열기가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궈지게 했다. 그는 지난 1월 열린 아시안컵 8강이라는 성적으로 베트남 축구가 더 이상 동남아 지역에 한정된 실력이 아닌 것을 보여줬다.

‘탈 동남아’의 배경에는 베트남 축구가 이기는 축구를 한다는 점이다. 박 감독의 취임 이후 안정적인 수비를 갖춘 팀으로 성장한 베트남은 무서울 것 없는 팀으로 변모했다. 동남아 지역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태국도 두려울 게 없었다. 그동안 태국만 만나면 주눅 드는 모습의 베트남이었지만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로 단 한 번도 라이벌전에 진 적 없다. 이번 SEA게임에서도 4강으로 가는 길목의 중요한 순간 많은 부담을 지닐 수 있는 경기였지만 박 감독의 지도력을 믿은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줬다.

박 감독이 동남의 최고 명장으로 거듭난 건 베트남이 염원하던 두 대회를 2년 연속 석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즈키컵 우승에 이어 이번 SEA게임 금메달까지 베트남 국민이 원하던 바를 그대로 이뤘다. 우연히도 12월에 정상을 차지했기에 베트남 국민에 박 감독은 산타클로스나 다름없을 것이다. 믿음을 준 지도자가 성원에 보답하면 누구도 깰 수 없는 신뢰를 쌓게 된다. 더구나 불같은 성격을 지닌 박 감독은 종종 문제가 될 만한 돌발행동들을 하지만 이 역시 베트남에서는 그의 ‘리더십’으로 통한다. 이는 그가 동남아 지역에서 명장으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박 감독이 성적으로만 명장으로서 인정받는 건 아니다. 그가 베트남에 보여준 인품이 높게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우승으로 마무리한 뒤에도 박 감독은 “우승의 영광은 축구를 사랑하는 베트남 국민과 베트남축구협회, 베트남 축구 관계자 덕분”이라며 “베트남 정신 덕분에 우승했다”라고 공을 베트남에 돌렸다. 게다가 그는 “내가 감독으로 부임 후 스즈키 대회 등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했지만 우리가 이룬 것보다는 앞에 많은 베트남 지도자, 선배들이 그만큼 노력한 덕분”이라며 베트남 축구 지도자들을 생각하는 배려 또한 놓치지 않았다.

겸손과 성적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박 감독은 어느새 동남아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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