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센
크릭스 프렉센. MLB.com 캡쳐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우려했던 것과 다르다. 시장에 선수는 많고 그만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지난 겨울부터 시행된 외국인 선수 100만 달러 상한제가 연착륙했다.

금액이 줄었음에도 매물이 많다. 구단들도 이를 알고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펼친다. KT는 11승을 거둔 강속구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NC는 후반기 에이스 구실을 한 크리스천 프리드릭에게 재계약 불가 통보를 내렸다. 그러면서 어느덧 외국인 선수 새 얼굴 9명이 확정됐다. 정규시즌 1위와 2위에 자리한 두산과 SK가 나란히 외국인 원투펀치를 교체했는데 이미 4명 중 3명이 결정됐다.

100만 달러 상한제가 발표됐을 당시의 예상과 반대다. 새 외국인선수에게 줄 수 있는 금액이 한정된 만큼 구단들이 어느정도 증명된 선수와 재계약을 이어가는 이른바 안전운행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상한제 시행 후 외국인 선수들의 KBO리그 선호도는 이전보다 높아진 모양새다. KBO리그를 인생역전 무대로 바라보면서 구단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물론 일본 빅마켓 구단과 경쟁은 불가능하다. 요미우리와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일본프로야구 대형구단들은 100만 달러 이상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과거 KBO리그 구단들도 200만 달러까지 투자하며 일본 구단과 특급 외국인선수 영입경쟁에 임했다. 이적료만 50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선수가 많다. 메이저리그 첫 해 풀타임 소화시 연봉이 55만 달러인 것을 고려하면 100만 달러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금액이다. 이적료가 전체 금액에 20~30%에 달하는 경우가 많지만 재계약에 성공하면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3~4년 동안 한국에서 뛰면 마이너리그 생활로는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을 손에 쥔다.

에릭 테임즈
2017 KBO리그 플레이오프 3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2017년 10월 20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렸다.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가 승리기원 시구를 하러 나가며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덧붙여 메릴 켈리, 에릭 테임즈처럼 빅리그 진입의 문도 활짝 열렸다. ML(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이 수시로 KBO리그 경기를 관전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ML 보장 계약을 안긴다. 기약없고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대우가 좋은 KBO리그에서 꾸준히 출전기회를 얻고 기량을 향상시키는 게 여러모로 낫다.

지난 8일 두산이 영입한 크리스 프렉센 또한 켈리의 길을 걷는 것을 목표로 삼았을 확률이 높다. 프렉센도 켈리처럼 만 26세가 되는 해 KBO리그 첫 시즌을 치른다. 제구에 문제점을 노출하며 빅리그에서 고전했지만 꾸준한 선발 등판과 코칭스태프 집중조련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켈리 외에 조쉬 린드블럼, 릭 밴덴헐크 등도 KBO리그에서 기량 향상을 이뤘다. 린드블럼은 빅리그 보장 계약을 앞두고 있고, 밴덴헐크는 소프트뱅크에서 6번째 시즌을 응시 중이다. 테임즈 역시 KBO리그에서 매경기 선발출전하면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했다. KBO리그 3년 동안 124개의 홈런을 터뜨린 그는 빅리그에서도 최근 3년 동안 홈런 93개를 쏘아 올렸다.

[포토] 린드블럼의 포효, 이렇게 짜릿할 수가!
두산 선발 린드블럼이 22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2019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과의 경기에서 2-1로 앞선 4회 병살로 만루 위기를 끝내자 포효하고있다. 2019.10.22.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과거 외국인선수들은 KBO리그를 마지막 프로무대로 인식했다. 한 번 한국으로 향하면 다시는 빅리그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는 KBO리그를 두 번째 기회로 본다. 미국보다 짧은 원정거리와 적은 경기수, 그리고 안전한 생활문화 등은 KBO리그의 뚜렷한 장점이다. 빅리그에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매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 팬들에게 프랜차이즈 스타급 사랑을 받고 상한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외국인 선수들의 인식변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KBO리그와 ML의 거리가 줄어들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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