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수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지이수(29)가 20대의 끝자락에서 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으로 활짝 피었다.

지이수의 시작은 모델이었다. 2011년 모델로 데뷔한 그는 2015년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모델 출신에 데뷔작인데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받은 지이수는 이후 tvN ‘디어 마이 프렌즈’, SBS ‘닥터스’, JTBC ‘솔로몬의 위증’, KBS2 ‘국민 여러분’ 등 여러 드라마에서 조연과 단역으로 출연하며 내실을 다졌다.

‘동백꽃’에서도 그는 적은 비중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이수가 연기한 제시카는 늘 대중의 관심을 갈구하는 SNS 스타이자 다이어트 강박증에 시달리는 프리랜서 모델로, 강종렬(김지석 분)과 끊임없이 대립하지만 결국 보여지는 삶의 덧없음을 깨닫고 각성하는 인물이다.

지이수는 ‘동백꽃’에 대해 “20대의 마지막에 받은 큰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기적같이 행복한 순간들로 가득했던 작품이라고 돌아본 지이수는 “평생 또 이런 작품 만날 수 있을까라고 배우들끼리도 많이 이야기했다. 배운 것도 얻은 것도 많고 저 또한 성장했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큰 힘이 될 선배님들을 얻어 천군만마를 얻은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제시카는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는 캐릭터지만 지이수를 만나 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재탄생했다. 악플도 많이 받았다며 웃은 지이수는 “제시카가 사랑받기엔 어려운 캐릭터인데 감독님께서 너무 미워 보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하셨다. 그래서 마치 어린 딸내미가 아빠에게 떼쓰는 느낌처럼 종렬이에게 했던 거 같다”며 “뒤로 갈수록 서사가 짠해지면서 댓글의 온도도 바뀌더라. 누구에게나 있는 모습을 극대화 시켜 표현한 것 같다”고 연기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말했다.

극중 소리 지르고 화내는 장면이 유독 많았던 지이수는 “감독님께서 종렬이가 동백(공효진 분)이를 찾아가는 모습이 전연인과 바람을 피우는 느낌이 아니라 제게서 진절머리가 나서 집을 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달라고 요청하셨다. 그래서 평소에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될 것까지 더 소리를 질렀다”며 “아파트 단지에서 촬영할 때는 너무 소리를 질러서 죄송스럽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웃었다.

무엇보다 그는 배우 공효진에 대해 “‘동백꽃’ 엠티 때 효진 언니랑 같이 방을 쓰면서 새벽까지 수다를 떨었다. 언니가 연기생활을 하며 느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시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조언들을 많이 해주셨다”며 “극 안에서도 외로운 역할인데 실제로도 옹산 주민들과 떨어져서 저 혼자 서울에서 촬영하니까 혹시나 외롭고 상처가 됐을까 봐 걱정하셨다고 하시더라. 먼저 손내밀고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울컥했다”고 감사한 마음을 밝혔다.

지이수

또 지이수는 촬영 중 엄마 이화자로 분한 배우 황영희의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났다고. “드라마에서 엄마가 있어 본 적이 처음이다”라고 운을 뗀 그는 “연기하면서 저도 엄마에게 못 해 드렸던 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특히 우리 엄마도 꿈이 있었을 텐데, 저를 키우면서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생각하니 촬영 시작 전부터 황영희 선배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라고 황영희와의 모녀 호흡에 대해 이야기했다.

극중 ‘49kg 강박증’에 시달리는 모델로 분한 만큼 지이수는 제시카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다이어트도 감행했다. 특히 드라마에서 지이수가 레깅스를 입고 늘씬한 몸매를 뽐내는 모습은 방영 이후에도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자 “6개월간 제시카로 살았다”고 운을 뗀 지이수는 “이전 작품보다 7kg를 감량해서 50kg까지 뺐다. 눈 뜨자마자 이 악물고 운동하고 실제 제시카처럼 매일 닭가슴살만 먹었다”고 뒷얘기를 말했다.

173cm 큰 키와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지이수는 모델 출신 연기자 남주혁, 이성경 등과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다. ‘동백꽃’을 통해 주목받은 그이지만 때로는 ‘모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굴레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지이수는 “자칫 모델 출신이어서 쉽게 연기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 먼저 살을 찌웠다”라며 “시청자들이 너무 마른 제 모습을 보고 ‘말라서 모델 같다’고 할까 봐, 또 다른 배우들과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10kg 정도 찌웠다”고 밝혔다.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연기자로 전향한 지이수는 비중과 배역에 신경 쓰지 않고 ‘알바생’, ‘형사 팀원1’ 같은 작은 역할도 가리지 않고 연기 내실을 다졌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모델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지 않을까 했는데 ‘동백꽃’으로 이런 사랑을 받아 얼떨떨하고 감사했다.”

올해 29세인 지이수는 30대를 한달가량 남겨 놓고 속내를 털어놨다. “예전에는 서른이 안 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지금은 덤덤하다.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지이수는 “30대는 다시 0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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