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 주심
이동준 심판이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용수기자

[스포츠서울 이용수기자]“심판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조연, 선수를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다.”

20년여 그라운드를 누비며 선수들과 함께 땀흘린 이동준(36) 심판의 생각이다. 17세의 어린 나이부터 심판을 꿈으로 정한 뒤 한 길만을 걸은 그는 확실한 심판에 대한 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그라운드 위 판관 포청천’으로 불리는 주심이기도 한 이동준 심판은 냉정하고 소신껏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것을 정도(正道)라고 믿고 있었다. 그는 주심의 임무에 관해 “궁극적으로 우리는 조연이다. 축구에 필요한 요소지만 우리는 주연이 아니다. 있는 듯 없고, 없는 듯 있으면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규칙이 잘 적용돼 경기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주심”이라고 설명했다.

확고한 판정 철학을 지닌 이동준 심판은 “그렇다고 규정을 남용하면 안 된다. 파울을 적게 부는 것도 지도자나 선수들이 수긍해야 팬도 즐겁다. 그래서 파울이 적게 나오고 판정 불만도 없고 실경기시간도 길어야 주심이 가장 잘한 경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라고 소신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결국 경기 뒤에 심판이 있었나 돌아보게 한다면 그 경기는 주심이 빛을 본 경기”라고 정리했다.

하지만 심판들은 박수를 받기보다 비난의 대상이 되기가 쉽다. 판정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다면 반대편에서 반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정하지 못한 판정을 내렸다는 게 아니다. 어느 한 쪽에서 주관적인 시선으로 보면 어느 경기나 불만 투성이일 수 있다. 그렇기에 항상 비난의 화살을 맞는 건 심판이다. 이동준 주심은 “경기를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가면 어쩔 땐 엄청난 비난을 맞아가며 경기장을 빠져나온다. 그럴 땐 참담하다. 심판은 어떤 식으로든 말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오해한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며 “육두문자가 섞인 말을 들으며 묵묵히 차에 탄다든가, 경호원의 보좌를 받으며 나와 집에 들어오면 굉장히 허탈하다”라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동준 심판
이동준 주심이 경기 중 VAR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제공 | 프로축구연맹

최근 들어 K리그에 비디오분석시스템(VAR·VideoAssistantRefree) 도입 후 그나마 부담을 덜게 된 건 사실이다. 이동준 심판은 “큰 논란거리가 없으니 긍정적인 면만 보고 있다. 덕분에 심판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조금 해소됐다. 단, 신뢰가 제일 중요하다. 모든 이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 도입한 건데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면 계속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민은 다시 깊어질 것”이라며 “다른 종목의 VAR과 다른 부분이 있다. 축구는 신체 접촉이 되기에 객관적인 판정보다 주관적인 판정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그 부분은 고려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2017년 7월부터 시행된 VAR이기에 아직 정착 단계로 보기에는 이르다. 시간이 지나봐야 적절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심판은 축구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기에 직업적인 매력이 있다. 이동준 심판 역시 “예전에는 그 매력에 푹 빠졌지만 이제는 한국 축구의 발전 과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기를 뛴 뒤 느끼는 보람에 대해선 “경기를 마치고 나왔을 때 양쪽 벤치로부터 ‘수고했다’라는 격려의 한 마디에 모든 심판이 보람을 느낀다. 상을 받는 건 추후의 문제고, 한 경기를 마치고 나올 때 서로에 대한 존중을 확인하면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보내지는 박수의 1/10만 받아도 더 큰 보람일 것 같다”라고 작은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이동준 심판은 현장에서 뛰는 것 외에도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진행하는 학생 심판 양성 교육 프로그램에도 참여 중이다. 그는 “현장에서 뛰는 현직 심판이 (학교로) 찾아가서 전문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교육받는 학생들이 축구팬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심판과 팬이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심판에 관해 사정을 알면 조금 더 배려와 존중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현직 심판들은 ‘심판 자격증’ 아래 급수를 상대로 실기 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동준 심판을 비롯한 그라운드 위 판관들은 본업 외에도 후학양성에도 함께 힘쓰며 한국 축구계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pur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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