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다채로운 단막극들이 다시 안방극장을 물들이고 있다.

과거 KBS ‘드라마시티’, SBS ‘70분 드라마’, MBC ‘일요 드라마 극장’ 등으로 단막극이 꾸준히 선보이던 때가 있었다. 단막극은 신인 작가와 PD의 등용문인 동시에 김혜수, 한석규, 전도연, 차인표 등 스타 배우들이 거쳐간, 현재 연기력의 바탕이 된 뿌리이기도 했다. 신선한 이야기로 일반 드라마들과 차별점을 뒀고 짧은 호흡에 기승전결을 담은 전개로 그만의 색깔을 지니며 사랑받았다.

하지만 낮아진 시청률에 광고 수익도 적어지자, 단막극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편성에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단막극을 접할 수 있는 건 명절 특집 드라마 정도였고 KBS만이 ‘드라마 시티’를 폐지했다가 ‘드라마 스페셜’로 부활시켜 단막극 명맥을 이어갔다. 이처럼 내리막길을 걸었지만 최근 tvN과 JTBC가 KBS를 이어 꾸준히 단막극 제작에 힘을 기울이며 관심을 받고 있다.

먼저 KBS는 올해도 ‘KBS 드라마 스페셜 2019’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10개의 단막극을 선보였다. 집의 가치를 다루며 공감을 이끈 ‘집우 집주’부터 취준생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때빼고 광내고’, 고령화 문제를 다루며 노인이 된 후 진정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떤 건지 물음표를 던진 ‘그렇게 살다’까지. 단막극 전통이 깊은 KBS답게 참신한 소재들로 먹먹한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했다.

JTBC는 ‘드라마 페스타’라는 이름으로 자체 단막극 브랜드를 론칭해 은퇴 위기에 처한 가장 이야기를 담은 ‘루왁인간’, 외면하고 싶은 문제에 직면한 자들의 성장담을 그린 옴니버스 구성의 ‘안녕 드라큘라’를 라인업으로 올렸다. ‘루왁인간’은 안내상이, ‘안녕 드라큘라’는 서현이 주연으로 나선다. 소재, 장르, 분량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단막극을 선보인다는 포부로 탄생된 ‘드라마 페스타’는 2017년과 2018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로 시청자를 찾아왔다.

tvN도 지난달 23일부터 ‘단막극 스테이지 2020’를 통해 총 10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단막극 스테이지 2020’ 역시 tvN이 3년째 선보이는 단막극 프로그램이라 눈길을 모은다. 박용우, 이이경, 송재림, 강한나 등이 출연하며 장르는 스릴러부터 블랙 코미디, 로맨스까지 다양하다. ‘귀피를 흘리는 여자’, ‘남편에게 김희선이 생겼어요’, ‘통화권 이탈’ 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아 흥미를 돋운다.

이처럼 다시 방송계가 다시 단막극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업계 관계자는 시청자들의 니즈가 반영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요즘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길게 이어지는 것보다 짧게 끝나는 구성을 더욱 선호한다. 웹드라마가 폭발적인 뷰가 나오며 호응을 얻는 것도 그 이유다. 단막극의 재등장도 이 추세와 결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단막극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발전에 도움이 되기에, 이에 다시 뜻을 표한 드라마 제작자들이 모여 부활한 부분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단막극 제작사 관계자도 “하나의 이야기를 집약적으로 구성을 할 수 있는 단막극은 여전히 신인 작가들과 감독들에게 등용문”이라면서 “소재나 장르의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롭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방송사들에게 다시 실험의 장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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