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훈 PD3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눈물 둑’이 무너진 작품.”

시청자만 운 게 아니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을 연출한 차영훈 PD 역시 드라마를 기억하며 이같이 말했다. 눈물 둑이 무너진 것처럼 행복했고, 끝나니 헛헛하고 아쉽다는 차 PD다.

‘동백꽃’은 투박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공감 가득한 대사와 살아있는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 등이 어우러져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했다.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해가며, 10주 연속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동백꽃’은 마지막 회에서 23.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달성하며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차 PD는 ‘동백꽃’ 흥행 이유에 대해 임상춘 작가의 ‘완벽한 대본’을 꼽았다. 그는 “좋은 대본이었음에는 틀림없다. 그런 대본을 연출자로서 만날 수 있다는건 행운이고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오정세 씨가 대본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는데 아마 모든 배우, 스태프, 연출자가 같은 생각이었을 거다. 대본을 읽었을 때 받은 감동을 그대로 전달하는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또다시 이런 대본을 만날 수 없을 거 같다. 눈이 너무 높아졌다”며 웃었다.

차 PD가 임상춘 작가와 함께 ‘동백꽃’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따뜻한, 우리들의 이야기였다. “우리 주변의 평범하고 선한 사람들의 의지가 모여 기적이 이뤄진다는 것과 나쁜놈 한 놈은 착한 놈의 쪽수로는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 등 여러 가지 메시지가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차 PD는 “옹산은 굉장히 따뜻한 척 하지만 배타적인 공동체이기도 하다. 사실 그런 편견과 선입견의 모습들은 우리 모두에게 있지 않나. 하지만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것 역시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더 성장하고 선의를 가지며 우리 안에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끌어내야 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그런 단초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동백꽃

‘동백꽃’은 소소한 우리들의 이야기였지만 그 의미까지 가볍지는 않았다. 지상파의 위기 속에서 ‘동백꽃’이 남긴 기록과 메시지는 지상파 드라마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묵직한 의미를 남겼다.

차 PD는 지상파 드라마의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드라마의 본령’에서 찾았다. “드라마라는 게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적응하는 방식으로 포맷을 변화하고 진화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백꽃’을 통해 드라마의 본령에 가까워질수록 더 많은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점을 보여드린 것 같다. 지상파 위기 극복 방법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차 PD는 주연배우 공효진과 강하늘에 대해 “압도적인 배우”라고 기억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캐릭터를 표현하고 소화하는 데 있어서 연출자보다 해당 배우가 더 깊은 이해를 갖는 경우가 많다. 연출자는 아무래도 드라마 전체의 흐름과 호흡을 생각하게 되는데, 배우는 자기 캐릭터 위주로 흐름을 보기 때문에 제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지점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공효진과 강하늘은 압도적인 편이었다. 매우 철저하게 준비하고 표현해내는 분들이다.” 특히 공효진에 대해서 “본능적인 천재 느낌이다. 연기에 있어서 저렇게 동물적인 감각이 있다면 얼마나 행운일까 생각할 정도”라며 “동백이 그 자체였던 배우다. 처음엔 워낙 톱스타여서 저도 어려웠는데 마지막 촬영 때는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는 사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극중 동백(공효진 분)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필구로 분한 아역 배우 김강훈에 대해 “유승호와 여진구의 계보를 이을 배우”라고 강조했다. 차 PD는 “필구가 사실은 용식이(강하늘 분)보다 더 어려운 역할이었다. 아이의 순수함과 남자다움, 배려, 눈물 등 모든걸 표현해야 되는데 어린 나이에 이런 감정 동요를 어떻게 표현할까 걱정이었다. 그래서 참 많은 오디션을 봤는데 강훈이가 압도적이었다. 엄마 동백, 아빠 종렬, 용식 아저씨 등 어떤 배우들과 함께해도 잘 어우러지고 감정을 이끌어 내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개인적으로 유승호, 여진구 씨가 같은 나이대에 보여줬던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너무 밝은 품성의 아이다. 그대로 자라주기만 한다면 더 크게 될 배우다. 저도 꾸준히 연락을 취하려고 한다.(웃음)”고 너스레를 떨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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