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KBS2 ‘동백꽃 필 무렵’(이하 동백꽃)을 연출한 차영훈 PD가 종영 소감부터 비하인드 스토리, 논란, 시즌2 계획까지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동백꽃’은 어촌 마을 ‘옹산’을 배경으로 동백(공효진 분)과 용식(강하늘 분)의 로맨스부터 옹산 주민들의 휴머니즘과 까불이를 추리하는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복합 장르물이었다. 차 PD는 “우리 삶 자체가 복합장르라 생각했다.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린 밥을 먹고 사랑을 하고 일을 하고 잠을 잔다. 하지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는 아픔을 겪고 나면 계속 같은 아픔을 겪는 경우가 많지 않나. 사실 삶은 그렇게 지속된다고 생각하지 않아 리얼하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복합장르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연쇄살인범 ‘까불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계기에 대해선 “임상춘 작가 특유의 균형감이 담긴 이름이라 생각한다. 연쇄살인마라고 해서 너무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공포심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까불이를 이야기할 때 ‘말맛’까지 살릴 수 있었던 거 같다”며 “특히 마지막에 동백이가 까불이를 잡을 때 ‘너 까불지마라’라는 대사를 통해 통쾌함까지 준비돼서 만들어진 살인마의 별명이 아니었을까”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동백꽃’은 공감과 감동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까불이의 정체를 추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에 차 PD는 남다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1회에서 흥식이가 배관작업을 하러 들어갈 때부터 ‘쟤가 까불이다’라는 시청자 댓글이 붙어 깜짝 놀랐다. ‘이제 어쩌지’ 아찔했다”는 차 PD는 “다행히 다른 아이디어를 내주시는 분들이 많아 잘 넘어갔다. 까불이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서 보안유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맥주컵으로 까불이를 잡는 장면은 사진통제 인원만 12명이 동원될 정도였다”고 비화를 전하기도 했다.

차영훈 PD2

높은 인기만큼 잡음도 발생했다. 앞서 ‘동백꽃’은 초과 촬영 등으로 인해 스태프 처우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차 PD는 “조심스럽지만 과장된 측면이 있다. 계약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채로 촬영을 진행된 것에 대해선 아쉬운 지점이다”라면서도 “하지만 주당 근로시간이나 촬영 간의 휴게시간, 이동 간의 휴식시간 보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모범적으로 했다고 생각한다. 총 150일 정도 촬영을 하는 동안, 방송에 쫓기거나 하면서 한두 번 정도 시간이 넘친 적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도 협의 과정을 통해 진행했다. 분명 미진한 점이 있고 더 개선해 나가야 되지만 작금의 방송상황에서는 나름 진일보한 현장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사가 나온 뒤에 스태프들과 잘 정돈해서 이후 스태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계약이 잘 정리된 걸로 알고 있고, 희망연대 쪽에서도 KBS에 고맙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동백꽃’은 마지막회에서 차 밑에 깔린 여고생을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맨손으로 차를 들어올렸던 2015년 실제 사고 영상을 내보내 사고 당사자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선 “평범하고 소소한 영웅들의 선의가 모여 우리 사회의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드라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도움이 될 영상이라 생각해 사고 당사자분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한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사자분과는 개인적으로 메일링을 통해 접촉해서 사과드린 상태다. 청원인에게는 또 다른 피해가 없도록 촬영본과 편집본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다. 더 깊이 헤아리지 못해 유감이다”라고 사과했다.

차 PD는 ‘동백꽃’이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고, 눈물 둑이 터질만큼 저는 너무 행복하고 많은걸 이뤘다. 인생에서 이런 작품을 또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감사한 작품을 만나서 이미 받을 수 있는 상을 다 받은 느낌”이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낸 차 PD는 “너무나 잘해준 공효진과 강하늘 그리고 임 작가님이 꼭 상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영광을 돌렸다.

끝으로 차 PD는 시즌2 계획에 대한 질문에 “‘메밀꽃 필 무렵’으로 ‘깔끔이’를 잡으러 나올 수 있겠죠”라고 너스레를 떤 뒤 “시즌2 계획은 없다. 시즌2 보다는 더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다”며 “임상춘 작가와 또 함께 하고 싶은데 저와 해주실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