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노태영 기자]주요 수입차 브랜드들이 또 차량 결함으로 자발적 리콜을 하게 됐다. 올해부터 심각한 차량 결함이 발생한 경우 교환·환불이 쉽도록 ‘한국형 레몬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에프씨에이코리아, 한불모터스, 포르쉐코리아 등에서 수입 판매한 16개 차종 1만2053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돼 자발적 리콜 조치한다고 2일 밝혔다.

리콜 사유도 운전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티구안 2.0 TDI BMT 등 4개 차종 8455대는 에어백제어장치 기판 내 축전기의 결함으로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거나 주행 중 에어백이 펼쳐져 탑승자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FCA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지프 체로키 1859대는 엔진제어장치의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에 기어가 5단에서 4단으로 변속되고 차량 속도가 감속될 때 주행 중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지적됐다. 한불모터스에서 수입, 판매(판매이전 포함)한 푸조 5008 1.5 BlueHDi 등 2개 차종 834대는 스페어 타이어 고정 지지대의 체결 불량으로 뒤따라오는 차량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르쉐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파나메라 등 4개 차종 442대는 에어백제어장치 기판 내 축전기의 결함으로 사고 발생 시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거나 주행 중 에어백이 펼쳐질 수 있어 시정조치에 들어간다. 스카니아코리아그룹이 수입, 판매(판매이전 포함)한 카고 등 2개 차종 196대는 과도한 힘으로 주차브레이크 스위치를 작동할 경우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해 브레이크가 풀리고 이 때문에 경사로 등 주차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이륜차도 결함이 발견됐다. 바이크코리아에서 수입, 판매한 킴코 AK550i 이륜차종 252대는 엔진오일 유압조절장치의 결함으로 엔진 내 엔진오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엔진 손상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모토로싸에서 수입, 판매(판매이전 포함)한 두카티 HYP950 SP 등 2개 이륜 차종 15대는 배터리 케이스의 설계 결함으로 주행 중 진동 등에 의해 배터리 케이블이 끊어져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올해 1월부터 정부에서 소비자를 위해 의욕적으로 도입한 ‘레몬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레몬법은 ‘달콤한 레몬을 구매했는데 시큼한 레몬일 경우 환불돼야 한다’는 미국 자동차보상법을 기준으로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또 하자가 생기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업체는 오히려 이 횟수를 들어 교환·환불의 가능성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들이 업체의 과실을 증명해야 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업체에 증명서류를 보내는 구조에서는 제조사에 ‘대응 논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자 신청 서류가 심의위원회에 바로 접수되는 것이 아니라 1차적으로 차량 제조사에 접수된다.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 고객이 주장하는 내용을 제조사가 확인하고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은 제조사에 하자 증명 책임을 부여하고 제조사가 아닌 위원회에 직접 하자 서류를 내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법은 차량 제작사가 자발적으로 동의해야 적용할 수 있다. 이번에 리콜 대상에 오른 지프 제작사인 FCA코리아 등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형 레몬법’이 미국의 관련 법을 참고로 했다고 하지만 ‘징벌적 보상제’ 등 핵심적인 내용은 빠졌다”며 “가령 엔진에만 8000여개의 부품이 있는데 같은 이유로 하자가 계속 발생했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국토교통부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에 들어온 중재 신청은 52건이다. 이 중 차량 교환이나 환불 결정은 한 건도 내려지지 않았다.

factpoe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