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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김정배 대표와 (오른쪽)공동 창업자 황영규 부대표 겸 CTO다. 제공 | 알체라

[스포츠서울 김윤경 기자] 영화 같은 얘기가 머지않아 현실로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인근에 설치된 카메라가 이상 징후를 감지해 산불 상황을 인근 소방서에 알리고 그 즉시 소방서에서 출동해 산불을 단시간에 제압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학교 주변에 설치된 CCTV는 지명수배자의 얼굴을 인식해 인근 경찰에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한다. 십수년 전 찍은 사진으로도 비행기 탑승, 출입국 관리, 여권 관리가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이 어릴 적 찍은 사진에서 지금 얼굴의 노화 상태를 정확히 예측해 본인 인증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들은 지금은 영화에서나 자주 등장하는 스토리이지만 조만간 국내 한 벤처업체가 영상인식기술을 이용해 구현할 우리 일상의 모습이다.

황영규 알체라 부대표 겸 CTO(기술책임자)는 지난 29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 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영상(안면)인식 기술이다”며 “단지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인식해 스티커를 붙이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정도의 재미를 넘어 최근에는 페이먼트(Payment)시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과 연계된 개인화 맞춤 서비스, 출입국 관리, 비행기 탑승 수속, 여권 관리 등 정부 기관의 니즈가 증가 추세다”고 말했다. 실제 안면인식 기술은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증대시키고 사용자 개개인에 적합한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사회 안전 등을 위해 적극 활용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벤처업체 알체라가 이를 시도했다. 황 부대표는 “일상의 재미를 넘어,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안면인식기술의 상용화 준비에 나섰다”고 소개했다. 알체라는 공동창업자 김정배 대표와 황영규 부대표 겸 CTO가 설립해 안면인식기술 분야에서 국내 톱 자리를 고수해왔다. 이 회사는 2020년 산불예방과 치안사업 등 사회기반사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기관과 대기업들의 기술평가를 받는 단계이고, 참여한 업체들 중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 세계 거대 경쟁사들 꺾고 ‘코리안 파워’ 과시

알체라는 이미 영상인식기술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과 2019년 ‘FRVT’(Face Recognition Vendor Test)에서 안면인식 기술의 거대 기입인 중국의 센스타임(sensetime), 메그비(megvii), 일본의 NEC 등을 제쳐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심사한 기술은 에이징(Ageing), Wild 환경(조명 등의 변화가 있는 일반 환경), 범죄수사(Investigation) 등으로 영상인식 분야의 정점을 이루는 기술들이다. 에이징 기술은 얼굴 등록시점과 인식 시점이 최대 17년까지 돼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평가에서 유니콘 기업인 중국 업체들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조명 변화가 심한 일생생활과 같은 와일드한 환경에서의 안면인식 기술 정확도는 중국의 센스타임(sensetime), 메그비(megvii)에 비해 오차율이 절반 수준이며, 범죄인식 기술에서는 전통적인 강자였던 일본의 NEC를 꺾었다. 당시 창업한지 2년 밖에 안된 회사가 선보인 기술에 업계는 당황한 분위기였다.

이러한 기술격차 요인에 대해 황 부대표는 “인공지능 데이터 확보, 알고리즘, 제품화까지 모든 것을 외부의 의존없이 자체적으로 하는 알체라의 전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언급한 중국업체는 비자 데이터를 정부가 열어준다. 데이터가 풍부한 비자사진 관련 안면인식기술이 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제공한 데이터만 바라보며 일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그에 필요한 인공지능 학습데이터를 독자적으로 확보한다.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스스로 수집하고 생성하기 위해 다수의 데이터 싸이언스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AR의 그래픽스 기술을 접목하는 등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니 자생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체라는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영상인식기술을 연구해온 김정배 CEO(공학박사)와 황영규 CTO가 2016년 6월 공동 창업한 벤처회사다. 황 부대표가 SKT 미래기술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당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유명한 스노우 주식회사의 ‘스노우’ 카메라 앱 기술 자문을 맡게 됐다. 당시 PC가 아닌 스마트폰에서 구동이 가능한 인공지능 엔진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미국의 스냅챗이 있었지만 스냅챗은 재미를 위해 스티커를 부착해 SNS로 공유하는 서비스에서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스노우사(社)는 황 부대표에게 얼굴표정을 추적하는 3D 얼굴 재구성기술을 개발해 줄 것을 제안했고, 황 부대표는 그간의 연구기술을 바탕으로 추가연구를 진행하면 스노우가 요구하는 기술을 개발해 빠르게 상용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지금의 김 대표와 공동 창업해 회사를 설립했다. 사명은 ‘AI로 여는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로 호주 원주민어로 꿈의 시대(Dream Time)라는 뜻의 ‘알체라’를 김 대표가 선정했고, 창업 3개월 만에 스노우사가 요구한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해 납품했다.

황 부대표는 “스노우는 아버지 같은 회사다. 알체라를 있게 했고, 투자까지 해 지금껏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다”라며 당시의 고마움을 표했다. 시작은 스노우가 발단이었지만 지금은 영상인식 인공지능, 증강현실, 영상데이터 제작을 전문으로 네이버·삼성전자·SKT·LG유플러스·KT 등을 포함해 16개 기업·연구소·공공기관 등을 고객사로 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기술을 기반으로 KT의 OTT 서비스 ‘시즌(Seezn)’에서 구동되는 빅데이터 기반의 추천솔루션 토핑엔진(Topping Engine)을 개발해 KT에 납품하기도 했다. ‘시즌’은 국내 최초 인공지능 기술로 이용자의 감정을 분석해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기쁨, 분노, 슬픔 등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분석해 최적의 콘텐츠를 찾아준다. 얼굴표정뿐만 아니라 개인사용이력, 요일,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서도 사용자에게 꼭 맞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토핑엔진은 초고화질 초개인화, ‘모바일 온리(mobile only)’라는 KT전략을 기술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황 부대표는 “이러한 안면인식이 가능하려면 몇 단계의 기술이 필요하다”며 “스마트폰에서 이용자 얼굴의 위치를 찾는 ‘얼굴검출기술’과 얼굴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결정하는 특정 부위들을 점으로 인식하고 표시하는 ‘랜드마크 추적 기술’이 기본적으로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각 개인 안면의 고유한 특징을 추출하는 기술과 개인의 신원 파악을 위해서는 사전에 스마트폰에 등록된 얼굴 이미지 데이터와 카메라로 촬영된 이미지를 서로 비교 분석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스노우 카메라에 적용된 기술은 얼굴검출, 랜드마크 추적기술에 2D이미지를 3D로 구현하는 3D 정합 재구성 기술이 추가됐고, KT의 ‘시즌(Seezn)’에는 얼굴 검출과 랜드마크 추적 기술에 표정인식 기술이 추가됐다.

개인화 서비스 넘어 미래 국가 안전망 구축에 중점

알체라는 이미 신한은행에 신용카드 없이 안면인식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신한페이스페이(face pay) 결제시스템을 제공한 바 있다. 국내 최초이자 전 세계적으로는 3번째다. LG유플러스의 ‘아이들나라’와 같이 카메라로 손동작을 인식해 아이들이 AR교육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영상인식기술과 AR기술을 접목한 개인화 서비스도 선보여 왔다.

또 CCTV카메라를 통해 화재 및 연기 감지를 하는 이상 상황 감지에서도 우수한 실적이 있는 만큼 이미 K사의 특정 사업부에 성공적으로 설치 및 테스트를 마쳤고, 확대 적용될 예정이며,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감시 카메라 회사에 적용해 평가 중에 있다.

황 부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AI가 만들어가는 안전한 사회다. 이웃들과 늘 일상에 함께 하며 옆에서 안전을 지켜주는 것이 알체라가 가려는 방향이다”라며 “크레인 등에 설치된 CCTV를 활용하여 이상 징후를 포착하여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고, 산불예방과 치안사업 등 사회기반사업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하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미국 실리콘밸리에 몇 개월간 거주하고 업체들을 만나다 보니 인공지능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있어서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의 기술력이 우수하고 개발속도도 빠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연구개발 능력에 인공지능에서 매우 중요한 데이터 확보 및 생성 기술을 보다 발전시켜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 공동 창업자 김정배·황영규 대표 약력

- 김정배 대표

카이스트 공학박사

2016~현재 알체라 대표이사

2003~2016년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 황영규 부대표 겸 CTO

위스컨신대 석사

2016~현재 알체라 부대표 겸 CTO

2014~2016년 SKT 미래기술원 매니저

2006~2014년 삼성종합기술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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