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배우 장혁이 JTBC ‘나의 나라’로 또 한 번 농익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다시 도전한 이방원 역할로 묵직한 연기와 카리스마를 발산, ‘사극 장인’임을 재입증했다.

장혁은 지난달 23일 종영한 ‘나의 나라’로 “역시 장혁”이라는 평을 받았다. 새 세상을 만들고자 야심을 품은 이방원을 강약을 오가는 감정연기로 풀어 전개에 힘을 실었다.

“다시 맡고 싶었던 이방원 역에 재도전할 수 있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연 장혁은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 김영철 등 배우 모두가 연기 준비를 열심히 해왔다. 현장에서 각자가 연습해 온 것들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곤 했다. 합을 맞추는 과정이 즐거웠는데 종영해 아쉽다”라며 지난 9개월간의 촬영 추억을 되새겼다.

장혁

고려 말 조선 초가 배경이었던 ‘나의 나라’.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둔 만큼 무게 있는 서사를 내세워 웰메이드 정통 사극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시청률은 매 회 4%대로 호평에 비해 아쉬운 성적표를 남기고 퇴장했다. 장혁은 “좋은 시청률이 나오길 바라는 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마찬가지일 거다. 아쉽지만 결과를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청률이 더 높이 나오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장혁은 영화 ‘순수의 시대’(2015)에 이어 ‘나의 나라’에서 이방원 역할을 또 한 번 소화했다. ‘순수의 시대’ 이방원은 피의 군주로 좀 더 냉혹한 캐릭터였다면 ‘나의 나라’ 이방원은 버림받은 나라를 세우고자 분투하는 모습으로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가 부각됐다. 장혁은 “(‘순수의 시대’) 이방원 연기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하며 임했다. 영화라 러닝타임에 한정돼 더 많은 걸 표현할 수 없었다는 갈증이 있었는데 ‘나의 나라’로 해소했다. 재창조한 느낌이다. 어려웠지만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이방원으로 체화되고자 대사뿐만이 아니라 행동 하나하나에도 더욱 신경을 쏟았다는 장혁은 “자세도 뒤로 서있는 게 나을지, 앞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을지 등 포지션부터 시선 처리까지 대한 고민도 많이 했다”라고 회상했다.

장혁

또한 “이방원은 냉혹해 보이지만 내면에는 슬픔도 큰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아버지 이성계(김영철 분)가 세자책봉을 하기 전에 이방원을 압박하는 장면은 아직도 안타깝다고 느껴지는 장면 중 하나다. 실제로 이방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무언가를 털어놓는 모습은 더욱 소중한 장면으로 다가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장혁은 KBS2 ‘추노’(2010), SBS ‘뿌리깊은 나무’(2011), ‘장사의 신-객주 2015’(2015), ‘순수의 시대’ 등을 통해 유독 사극과 가까이해왔다. 사극과 인연이 많은 만큼 그는 사극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에 대한 생각도 펼쳤다. 그는 “어떤 사극이든 그 시대에 살아본 사람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사료 등을 통해 어느정도 허구도 가미돼 드라마로 재탄생되는 건데 그런 면에서 사극은 판타지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나의 나라’는 권력과 욕망을 드러내는 자들의 치열함이 주였던 만큼 진중한 분위기가 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문복 역할의 인교진 만큼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유일하게 웃음을 수놓았다. 현장에서도 인교진이 유쾌했냐고 물으니 장혁은 고개를 저은 후, 인교진의 진중한 연기 열정으로 이야기 방향을 틀었다. 그는 “인교진 씨가 연기 준비를 정말 많이 해오는 편이다. 자신이 준비해온 연기의 틀이 있는데, 그것을 넘지 않는 선에서 변주한다. 그런 면에서 성동일 선배와 겹쳐 보였다. 박문복을 단지 웃기기 위한 캐릭터로 연기했다기보다는, 박문복이 그런 성격의 소유자이기에 그대로 해석했던 거다. 과하지 않게 연기해 너무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싸이더스HQ,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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