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장혁은 그 누구보다 다채로운 표정을 가진 배우다. 비운의 복서, 살인사건 용의자, 영민한 변호사부터 이번 JTBC ‘나의 나라’의 카리스마를 지닌 이방원까지. 정녕 오색빛깔 얼굴의 소유자다.

1997년 SBS 드라마 ‘모델’을 시작으로 배우가 된 장혁은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넘겼다. 지나온 작품들만 해도 수십 편에 달하고 대표작 또한 두텁지만 여전히 다작 중이다. 다채로운 캐릭터를 기시감 없이 소화 중인 장혁은 ‘나의 나라’ 이후 차기작도 이미 일찍이 결정했다. 내년 상반기 방영 예정인 OCN 새 주말드라마 ‘본 대로 말하라’ 촬영에 돌입한다.

아직은 긴 헤어스타일에 장발을 유지하는 것이냐고 묻자, 장혁은 “내달 촬영에 들어가는 ‘본 대로 말하라’ 때문에 자르지 못했다. 긴 머리 스타일을 가져야 하는 캐릭터를 맡았다”라며 배시시 웃었다. ‘본 대로 말하라’는 2017년 OCN ‘보이스1’ 이후 장혁이 또 한 번 선보이는 OCN표 장르물로 이번엔 천재 프로파일러로 변신한다.

장혁

장혁은 “40대에 접어드니 시나리오를 받을 때 태도가 달라졌다. ‘이제 이런 작품이 또 나에게 들어올 수 있을까’라는 마음을 갖게 되더라. 꼭 다작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기 보다는 연기에 대한 소중함, 즐거움이 커서 그런 것 같다. 작품을 하는 순간도, 준비하는 과정도 행복하고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도 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배우라는 직업을 직장인들의 출퇴근에 빗대어 유쾌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직장인 분들도 매일 출근하지 않나. 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퇴사인 거고 다시 작품에 들어가면 입사를 하는 느낌이다.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프리랜서 같다. 곧 다시 출근을 해야된다”라고 설명해 웃음을 안겼다.

지금껏 그가 롱런하는 이유에는 다작 외에 꾸준한 연습과 자기관리도 있었다. 장혁은 “연습실에서 대사를 외우거나 발성 훈련을 하곤 한다. 소리를 작게 내는 습관만 들이다보면 큰 소리의 발성은 소화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책을 소리내어 읽는 방법으로 트레이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장혁은 ‘나의 나라’에서도 예상치 못한 곳에 청각을 자극할 정도의 폭발적인 발성을 가미해 몰입도를 높였다. 그래서 이방원의 처연함과 욕망이 더욱 잘 드러날 수 있었다. 그는 “사실 KBS2 ‘장사의 신 - 객주 2015’에서 소리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그때를 계기로 성대가 단단해진 것 같다.(웃음) 41부작의 긴 호흡이었고 유독 톤이 높기도 해서 트레이닝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장혁

이어 “대사는 무조건 입에 익숙해져야한다. 자기 말이 되어야 현장에서 갖고 놀 수 있는 것”이라면서 뜻밖의 대사 암기 방법도 공개했다. 연습을 복싱장에서 하는 게 최고라는 것. 장혁은 “복싱장이 산만하니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면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다. 큰 동작을 취하면서 대사를 소화해야하는 장면들도 많아 이런 면에서도 도움이 된다”라며 남다른 꿀팁을 전수했다.

끝으로 장혁은 “아직도 하고 싶은 연기와 역할이 너무 많다”라며 연기 갈증을 내보였다. 베테랑 배우가 보이는 여전한 열정과 패기는 가히 인상적이었다. 장혁의 시간은 늘 그랬듯 앞으로의 20년도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로 채워질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싸이더스HQ,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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