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퀸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일반인 출연자의 언행이 도마 위에 오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때문에 검증 과정이 과거보다 엄격해졌지만 그들에게서 발발되는 논란은 여전하다. 이처럼 위험성이 있어도, 연예인들에게서 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고 신선하다는 점에서 예능 단골손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달 28일 방송된 MBN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퀸’으로 또 한 번 일반인 출연자 논란이 일었다. 참가자 홍민지는 무대에 서기 전 자신이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었다고 밝히면서 소녀시대를 언급했다. 그는 “사실 소녀시대가 데뷔하는 거 보고 눈물 흘렸다. ‘내 자리가 저기인데’ 그렇게 생각했다”라며 눈을 질끈 감았고 “신랑이 한 번 더 (가수 도전을)해봤으면 좋겠다고 해 나오게 됐다”라고 말을 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걸그룹 소녀시대가 될 뻔했다는 참가자의 말은 놀라움 속 화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소녀시대 멤버 태연이 자신의 SNS에 “우리 여덟 명은 소녀시대라는 그룹으로 데뷔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부터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 해왔고, 결코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그룹이 아니다”라고 불쾌함을 표현해 분위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또 “멤버들의 기억을 조작하지 않은 이상, 저희와 같이 땀 흘린 추억이 없으신 분들은 함부로 소녀시대 이름을 내세워서 저희를 당황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해 더욱 눈길을 모았다.

이후 태연의 반응이 예민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태연의 말에 공감하며 홍민지가 경솔했다고 지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대중의 갑론을박 속 홍민지가 방송 전 SNS에 “소녀시대 팬분들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남긴 사실도 알려지면서 이미 자신의 발언이 적절치 않았던 걸 예상한 게 아니냐는 시선도 더해졌다. ‘보이스 퀸’, 홍민지 측 모두 태연의 일침에 반박하지 못하면서 후폭풍은 꽤 오래 이어졌다. 결국 홍민지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태연

‘보이스 퀸’은 1회 시청률은 5.3%(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역대 MBN 프로그램 첫 방송 시청률 최고 기록을 세웠다. 뒤늦게나마 꿈을 펼치고자 ‘보이스 퀸’을 선택한 주부 참가자들의 도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켰다. 가수 못지않은 뛰어난 실력에 듣고 보는 재미도 있었고 췌장암을 선고받고 극복 중에 있는 참가자, 싱글맘 참가자 등 각 사연도 더해져 감동까지 잡았다는 평이었다. ‘미스트롯’과 비슷해 기시감도 있었지만 ‘보이스퀸’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가져 호응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 호평과 화제성을 잡아 순항을 시작했지만, 안일한 접근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기 때문이다. 홍민지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 참가자로 앞으로도 시청자를 만나야 한다. 경연 과정과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이미지가 주는 시선도 무시할 수 없으니 분명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청자도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거짓말을 하거나 과거가 들통나 인성 논란에 휘말리는 등 일반인 출연자의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심층 면접을 늘리거나 자체 기준을 세워 필터링하는 등 일반인 출연자 검증이 철저해졌지만 100% 검증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제작진이라도 일반인 출연자의 행적을 쫓기 위해 출연자와 관련된 기관이나 지인에게 연락해 일일이 확인하며 캘 수 없는 노릇이다. 개인 정보를 침해하는 문제도 생기고 분명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화제성을 위해 노이즈마케팅을 외면할 수 없는 예능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프로그램이 그렇겠지만 특히 예능은 초반에 더욱 화제성을 잡아야 반응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 주가 된 프로그램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를테면 과거 한 예능은 교묘한 편집으로 일반인들의 논란을 가중시켜 이를 아예 화제성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라며 제작진과의 일반인 출연자들의 더욱 긴밀한 소통, 다각적인 검증 방법으로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 | MBN, 태연 SNS,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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