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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차두리가 지난 2015년 11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 슈퍼매치 도중 치러진 은퇴식을 통해 자신의 영상을 보며 감회에 젖고 있다. 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차미네이터’ 차두리(39)가 감독으로 변신한다.

FC서울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차두리는 서울 산하 18세 이하(U-18) 유스팀인 오산고 감독에 내정됐다. 조만간 공식 발표가 나면 본격적으로 감독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제 ‘감독’ 차두리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차두리는 한국을 대표했던 축구선수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엘 레버쿠젠,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마인츠05, 프라이부르크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명문 셀틱 등에서 활약했다. 2013년 K리그에 입성해 2015년까지 서울에서 활약하다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차두리는 은퇴 후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일했다. 2016~2017년까지 전력분석관 역할을 담당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코스를 통해 A라이선스를 획득한 뒤, 2017~2018년까지 축구대표팀 코치를 담당했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 함께해 자신에게 친숙한 독일을 이기는 데 숨은 공헌을 하기도 했다. 이후 휴식기를 갖게 된 차두리는 약 1년 반 만에 지도자 활동을 재개한다.

차두리의 감독 변신은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차두리는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받으면서 자신의 SNS를 통해 유소년 육성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프로필 문구에도 ‘한국축구 뿌리부터 튼튼히 만들어지는 그날까지’라고 쓰여 있을 정도로 유망주 교육에 애착이 크다. 그는 스스로 중요하게 여겼던 유소년 축구 현장에서 감독으로 원하는 그림을 그릴 기회를 얻었다.

오산고는 물론이고 서울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차두리는 유럽에서만 11년을 뛴 경험이 풍부한 선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멤버이자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16강에 기여하기도 했다. A매치에 76경기에 나서 4골을 넣은 경력도 있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마친 후에는 대표팀에서 꽤 오랜 시간 코칭스태프로 일했다. 선수는 물론이고 지도자로서도 많은 정도 경험을 쌓았다. 오산고의 유망주들은 차두리라는 스타에게 지도 받으며 성장할 수 있게 됐다. 그의 부친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운영하는 ‘차범근축구교실’은 30년 가까이 한국을 대표하는 유소년 클럽으로 이름을 날렸다. 차두리 역시 ‘차범근축구교실’을 통해 유소년 및 성장기 선수들의 교육법에 노하우를 갖게 됐다.

차두리는 서울의 미래라 불리는 오산고에서 유망주를 육성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오산고는 K리그에서 알아주는 명문 유스팀이다. 2015~2017년 K리그 전기에 준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 후기에는 챔피언에 등극했다. 지난해 K리그 유스 챔피언십에서 2위에 올랐고, 올해 춘계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 정상에 섰다. 프로팀 명성에 걸맞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막 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에도 오산고 소속 선수가 3명(백상훈 방우진 이태석)이나 출전했다. 지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인 김주성 역시 오산고에서 성장했다. 서울 출신의 국가대표 수비수였던 김진규 코치도 현재 오산고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차두리의 오산고 감독 부임은 서울과의 동행이 계속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차두리는 자신이 은퇴했던 서울 유스팀인 오산고에서 사령탑을 맡아 감독 첫 발을 내딛는다. 부친 차 감독은 서울의 라이벌 수원에서 6년간 지도자로 활약했다. 아들인 차두리는 반대편인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지도자까지 담당하고 있다. ‘차붐 부자’의 엇갈리는 운명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더하고 있다.

선수 시절 강력한 피지컬과 폭발적인 스피드로 이목을 끌었던 차두리가 감독 변신 후에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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