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효정기자] 강하고 냉철하게 스포츠 이슈를 분석해주는 뉴스서울의 '강냉이'입니다.


명실공히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이 유럽 최고의 명장인 주제 무리뉴 감독과 조우합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한국시간으로 지난 20일 오후 모리뉴 감독과 2022-23시즌까지 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경질 소식을 알린 지 반나절 만에 새 사령탑으로 모리뉴 감독을 앉히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스포츠서울 축구 담당 정다워기자의 분석이 있겠습니다.


Q. 포체티노 감독 경질이 손흥민에게 미칠 영향은?


포체티노 감독과 손흥민은 굉장히 인연이 깊습니다. 2015년에 손흥민이 프리미어 리그에 갈 때 토트넘에서 러브콜을 직접 보낸 지도자가 포체티노 감독인데요. 사실 손흥민 같은 경우는 첫 시즌에 굉장히 주전 경쟁을 어려워했어요. 본인이 경기 출전 시간이 없다 보니 "다시 독일로 돌아가겠다"고 했었습니다. 당시 폴프스부르크를 비롯해 독일에서 손흥민을 원하는 팀들이 좀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에게 "가지 마라. 너는 나의 계획안에 있으니까. 좀만 기다리면 충분히 많은 시간 뛸 수 있을 것이다"라며 잡았습니다. 마침 그다음 시즌에 손흥민이 굉장히 잘했고 기회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 시즌을 돌아봤을 때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고요. 그 배경에는 아무래도 포체티노 감독 도움이 굉장히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손흥민이 프로 데뷔한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한 지도자랑 한팀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없어요. 포체티노 감독과는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했고. 또 그 안에서 자신을 잘 알아주는, 자신의 장점을 알고 살릴 수 있는 그런 감독과 함께 착실하게 성장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손흥민에게 포체티노 감독의 경질은 굉장히 아프게 다가올 수 있겠죠.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 경질 소식이 발표된 이후에 자신의 SNS에 매우 큰 슬픔을 표하기도 했고요. 아마 손흥민은 당분간 적응이 안 될 겁니다. 워낙 아버지 같은 분인 포체티노 감독을 떠나보냈기 때문에 분명히 심리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과 슬픈 마음이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Q. 모리뉴 감독은 토트넘에 왜 왔을까?


모리뉴 감독 전 소속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잖아요. 사실 맨유 하면 우리나라에서 매우 큰 클럽이고 인기가 많은 구단이기는 합니다. 박지성이 뛰던 시절의 맨유는 유럽에서 탑 클래스의 팀이 맞았습니다. 챔피언스리그 준우승도 했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밥 먹듯이 했으니까요.


그러나 2012-2013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이후로는 맨유가 토트넘보다 나은 팀이라고 하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 보면 맨유가 프리미어리그 시즌을 토트넘보다 높은 순위에서 마친 게 딱 두 번밖에 없어요. 토트넘은 역사와 전통으로 봤을 때 맨유에 비교하기 어려운 클럽이긴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봤을 때 토트넘도 분명 좋은 클럽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모리뉴 감독이 아스널을 비롯해 대단히 많은 팀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봐도 토트넘 선수들 더 좋아요. 해리 케인, 손흥민, 이적이 유력하지만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 해리 윙크스, 수비라인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같이 굉장히 좋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모리뉴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 굉장히 합리적으로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토트넘은 좋은 클럽, 지금 순위가 최근 14위로 쳐져 있긴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고요. 심지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갔단 말이죠. 모리뉴 감독이 영리하게 선택을 했습니다. 본인이 맨유에서 좀 불명예스럽게 퇴진을 했잖아요. 시즌 도중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이 됐는데. 사실 모리뉴 감독이 그렇게 경질된 것이 좀 충격적인 일이었어요. 워낙 톱클래스의 명장이었기 때문에. 모리뉴 감독도 신중하게 본인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선택을 했을 텐데. 토트넘은 뭐 자신이 성적을 내기에 되게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에 토트넘에 왔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Q. 모리뉴와 손흥민의 궁합은?


해외 축구 팬들은 잘 아시겠지만, 모리뉴 감독도 색깔이 굉장히 뚜렷한 지도자입니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 같은 경우는 몇 년 전에 유행했던 '티키타카', 공을 점유하고 오랜 시간 소유하면서 기술적인 축구를 하는 거로 유명한데요. 모리뉴 감독은 약간 반대 성향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일단 수비를 안정적으로 구축을 하고. 더 빠른 템포의 공격에 역습, 카운터어텍을 통해서 득점 기회를 노리는, 그런 전술을 추구합니다.


손흥민 같은 경우는 오히려 모리뉴 감독의 전술에 잘 맞는 스타일입니다. 손흥민의 장점을 보면 폭발적인 스피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 또 마무리 능력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고려하면 손흥민은 공간이 많이 나왔을 때 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손흥민이 A 매치 와서 고전을 많이 하는 게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을 상대할 때 공간을 많이 내주지 않잖아요. 손흥민이 많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경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플레이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챔피언스리그가 진행 중이니까요.


모리뉴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 과거에 보면 레알의 호날두, 좀 더 올라가면 첼시의 아르연 로번과 같은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인테르 밀란이 트레블(treble)을 했던 시절에는 사무엘 에투라는 선수가 있었는데요. 사무엘 에투는 원래 스트라이커입니다. 그런데 측면에서 많은 역습 역할을 했었어요. 손흥민이 그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모리뉴 감독 선임이 손흥민의 장점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플레이 스타일만 봤을 때는 궁합이 잘 맞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모리뉴 감독이 과거에 손흥민 칭찬을 많이 했었어요. 특히 지난 시즌 토트넘과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직후 모리뉴 감독이 직접 손흥민 이름을 부르면서 "역습을 이렇게 잘하는 선수는 없다"고 칭찬한 바 있습니다.



Q. 손흥민이 모리뉴 감독에게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면?


모리뉴 감독은 포테치노 감독과 180도 다른 성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이적을 하려고 할 때 보듬어주면서 "쏘니 괜찮아. 너 이제 뛸 수 있어"라는 식으로 '우쭈쭈'해주는(다독여주는) 스타일입니다. 모리뉴 감독은 다릅니다. '아니면 아니고 기면 기고'의 성향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어느 정도 갈립니다.


과거에도 보면 한번 관계가 틀어지면 걷잡을 수 없이 싸우게 되는 성향입니다. 이게 100% 드러낸 것은 아니지만 맨유 시절 같은 경우 '선수들이 태업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는데요. 이처럼 한 번 틀어지면 굉장히 되돌리기 힘든 스타일입니다. 물론 손흥민이 굉장히 성실하고 감독에게 예의 바른 스타일이라서 큰 트러블이 생길 거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일단 모리뉴 감독의 마음을 빨리 잡아야 합니다. 당장 주말에 있을 웨스트햄전부터 모리뉴 감독과 함께할 텐데 손흥민이 초반부터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면 순조롭게 잘 이어질 거로 생각합니다.


만에 하나 어려운 상황이 찾아왔을 때 손흥민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모리뉴 감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토트넘에서 편하게 지낼 거 같습니다. 크게 손흥민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게 다들 아시겠지만, 손흥민은 워낙 외국인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있는 성실하고 근면하고 감독에게 무리하게 태클을 걸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두 사람이 순조롭게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손흥민의 주전 경쟁 다시 시작일까?


감독이 바뀌었으니 원론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죠. 모리뉴 감독 과거 인터뷰를 돌아보면 루카스 모우라를 굉장히 좋아해요. 모우라를굉장히 칭찬하는 얘기를 했었고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앞두고 손흥민과 모우라 둘 중 한 명이 빠져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모리뉴 감독이 직접적으로 "모우라를넣어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감독이라면 고민이 될 거 같다"는 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활약을 놓고 봤을 때는 모우라가손흥민에게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주전 경쟁은 어디에나 있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입니다. 손흥민의 이번 시즌까지 데이터베이스로 봤을 때는 지금 입지에서 크게 줄어들 거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모리뉴 감독에게 빨리 눈도장을 찍으려면 초반 활약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Q. 모리뉴 감독의 토트넘행이 손흥민에게 득인가 실인가?


손흥민에게 득이라고 봐요. 물론 포체티노 감독도 좋은 지도자고 토트넘에서 많은 성과를 이뤘습니다. 모리뉴 감독은 우승을 정말 많이 한 감독입니다. 포체티노 감독에 관해 이야기할 때 좋은 감독입니다. 그러나 '명장이라고 할 수 있느냐'를 고려할 때 보면 우승 트로피가 없습니다. 사실 명장의 기준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이 우승을 기준으로 삼거든요. '우승해 봤냐, 안 해봤냐' 이렇게요. 포체티노 감독은 우승 트로피가 없이 토트넘에서 물러났습니다. 지켜봐야 하겠지만 모리뉴 감독은 지난 15년간 정말 우승을 많이 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두 번이나 우승했고요. 이탈리아 세리에 A,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등 정말 많은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을 이끌었던 지도자거든요.


손흥민이 이 정도 레벨의 지도자를 만날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손흥민도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다고 보거든요. 그 과정에서 이번 모리뉴 감독과의 만남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명장은 어떻게 선수들을 지도하는지, 어떻게 팀을 관리하는지 등이 손흥민에게는 큰 경험이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Q.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을 찾아 언젠가 떠날 수도 있을까?


그거는 사실 자기 말도 안 되는 가정입니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금 인기가 많습니다. 주가가 상당히 폭등한 상황이에요. 토트넘에서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긴 했지만, 이미 워낙 원하는 팀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포체티노 감독을 원한다는 얘기도 있고요. 맨유 같은 팀도 꾸준히 포체티노 감독을 원해왔습니다. 따라서 포체티노 감독은 언제든 빅클럽으로 이른 시일 내에 갈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하지만 '손흥민이 포체티노 감독을 따라간다'는 말이 안 되는 얘기인 거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포체티노 감독이 만약에 맨유 정도 간다고 하면 모를까, 그러면 손흥민이 따라갈 가능성이 있겠죠. 그런데 맨유도 챔피언스리그에 못 나가는 팀이라 손흥민이 메리트를 못 느낄 수도 있습니다.


손흥민은 이제 갈 수 있는 팀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본다면 리버풀이 있습니다. 또 맨체스터 시티도 있지만, 워낙 감독 스타일이 맞지 않는 경우에 있어서 (고려대상이 아닐 거 같습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정도, 이탈리아 유벤투스 정도가 아니면 손흥민이 가기 어렵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은 되게 좋은 클럽이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성적을 봤을 때 과거의 명성까지는 아닙니다.


일단 손흥민도 돈이 중요하잖아요. 손흥민의 돈을 챙겨 줄 수 있을 만한 팀으로 가야 되잖아요. 손흥민도 일종의 직장인이고 돈을 벌어야 하니 연봉을 최대한 많이 받는 팀으로 가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포체티노 감독이 정말 좋은 팀에 가야 따라갈 거고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포체티노 감독을 따라갈 이유는 없습니다. 프로니까, 굳이 이렇게 질척일 필요 없잖아요.


제가 보기엔 손흥민도 앞으로 일에 고민이 많을 겁니다. 이적해야 더 높은 목표를 이룰 수가 있는데, 실제로 (높은 목표로) 갈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그만큼 손흥민이 가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으니까요. 이번 시즌 어떻게 될지, 이적 시장을 한번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거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hohyojeong@sportsseoul.com


출연 | 정다워기자 weo@sportsseoul.com
영상 | 우경오기자 wko0203@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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