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야구대표팀, 은메달은 목에 걸었지만...
이정후와 조상우, 하재훈과 박병호, 김재환, 김하성 등 야구대표팀의 선수들이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뒤 은메달을 수상하고있다. 도쿄(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소윤기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팀도 일본의 전력에 혀를 내둘렀다.

지난 18일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이 귀국했다. 그 누구도 미소 짓지 못했다.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은 따냈지만, 혹독한 비판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슈퍼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결승전에서 만난 일본과의 두 경기에서 각각 8-10, 3-5로 모두 패했다. ‘아쉽다’고 하기엔 너무도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한일전을 모두 지켜본 두산 김태형 감독도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두산에서는 투수 이영하, 이용찬, 함덕주, 외야수 박건우, 김재환, 내야수 허경민, 포수 박세혁 등 총 7명의 선수가 대표팀에 승선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차출된 만큼 김 감독도 이번 대회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일본 투수들이 정말 좋더라. 그런 공을 어떻게 치나. 실력 차이가 났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였다. 일본 마운드는 빈틈없이 촘촘했다. 결승전 당일 일본은 다카하시 레이와 다구치 가쓰토 두 명의 투수가 2이닝 씩을 책임졌고, 나머지 투수들이 1이닝씩 맡아 ‘벌떼 마운드’ 위용을 뽐냈다. 특히, 6회부터 8회를 책임진 나카가와 고타, 카이노 히로시,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의 불펜진은 150㎞ 이상의 패스트볼과 140㎞대의 포크볼 등으로 한국 타선을 꽁꽁 묶어뒀다. 김 감독은 “이게 현실이다. 이제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는 시기는 지났다. 불펜진이 150㎞ 던지는데, 이런 현실을 알아야 한다”고 날카로운 지적을 남겼다.

마운드뿐 아니라 타자들의 끈질김에 대해서도 혀를 내둘렀다. 일본 타자의 집요함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두산의 한 관계자는 일본으로 교육리그를 떠났던 당시를 떠올리며 “교육리그 때 두산 투수가 한 타자 상대로 열 개 넘게 공을 던진 게 생각이 났다. 쉽게 안 물러나더라. 교육리그인데도 쉽게 죽지 않았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짜증을 낼 정도”라고 돌아봤다. 에이스 양현종도 결승전 당일 일본 타자들의 공격에 무너졌다. 대한민국 간판 에이스로 선발 중책을 맡았지만 3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투구수는 75개에 달했다.

[포토] 일본 선발 선발 기시 다카유키, 1회부터 삼자범퇴 역투!
일본 야구대표팀의 선발 기시 다카유키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한국과의 경기에서 역투하고있다. 도쿄(일본)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관계자는 “한일전 두 경기 다 봤는데 맥없이 져서 안타까웠다. 일본 타자들도 많이 좋아졌다. 스윙을 설렁 설렁 하다가 타격 포인트에 딱 자세를 잡더라. 타이밍도 잘 맞췄고, 여러모로 많이 밀렸다”고 아쉬워했다. 재일교포 야구 평론가 장 훈의 비판에도 어느 정도 동의했다. 장 훈은 결승전 직후 일본 TBS ‘선데이모닝’에 출연해 “국제 대회에서 이렇게 긴장감 없는 경기는 처음 봤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장 훈이) 한국을 비난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말한 것이다. 안타까웠기 때문에 후배들을 지적한 것”이라며 “방송을 보니 채찍질을 하더라. 말로 혼을 내시던데 혼날 만했다”고 동의했다.

한국 리그 최고 위치에 오른 팀마저도 감탄한 실력이다. 일본의 탄탄한 선수 구성과 경기력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예고편이었다. 악착같은 정신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때는 지났다. 한국 야구의 현실을 바라보고 개선점을 찾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younw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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