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배우 고건한(31)이 KBS2 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녹두전’은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 분)와 기생이 되기 싫은 처자 동동주(김소현 분)의 유쾌한 조선판 로맨틱 코미디. 극중 고건한이 연기하는 연근은 과부촌에 파견된 말단직 관리로, 여장한 녹두(장동윤)에 반하지만 그가 사내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정체성’에 혼돈을 겪는 인물이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사극에서 엉뚱하고 유쾌한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첫 사극이어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고민이 많았다는 고건한은 ‘사극’과 ‘로코’ 중 후자에 더 중점을 두려 노력했다. 그는 “대본을 봤을 때 연근이란 캐릭터는 사극 속에서 자유분방한 느낌이었다. 기존 사극 드라마에서 나왔던 유형이 아니라서 말투나 행동에서 현대적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며 “로코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했다. 감독님께서도 현장에서 하고 싶은대로 편하게 보여줬음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고, 저 역시 애드리브도 많이 사용하며 자유롭게 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특히 연근과 녹두의 ‘남남케미’는 드라마의 주요 웃음 포인트였다. 짝사랑하는 녹두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녹두가 사랑하는 동주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부분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촬영 현장에서도 웃음 때문에 NG가 많이 났을 것 같다고 예상하자 “정말 많이 NG가 났다. 이문식 선배님과 함께하는 신들을 찍을 땐 웃음을 참기가 힘들 정도다”라며 웃음 짓는 그다.

고건한은 호평받은 남남케미의 공을 여장한 장동윤에게 돌렸다.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 연근이 남자를 좋아하는 캐릭터인걸 알게된 후 걱정이 앞섰다는 그는 “이 모든 고민을 한 번에 정리해준게 동윤이의 여장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여장을 한 동윤이를 보고 ‘아 됐다’ 싶었다”는 그는 “이런 고민들이 불필요한 고민이었구나 싶었다.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정말 예뻤다. 덕분에 저 또한 연기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동윤의 여장에 대한 반응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뜨거웠다고. “감독님과 스태프 모두들 ‘남자인데 어떻게 저렇게 예뻐?’였다”고 회상하며 “동윤이의 장점이 많이 살았던 거 같다. 콧날이나 선들이 예쁘고 얼굴 작아서 오밀조밀하게 예쁘다. 메이크업과 의상도 잘 어울렸던 거 같다. 다들 여자라고 볼 만큼의 아름다움을 뿜어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극 중에선 마냥 유쾌해 보이지만, 녹두가 여자가 아닌 남자임을 깨닫고도 계속 사랑하게 되는 연근의 마음을 시청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현실의 고건한은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고건한은 “연근이란 인물이 돈은 많지만 외로운 인물이다. 과부촌에서 혼자서 외롭게 보내다 김과부(장동윤 분)를 보고 마음을 다 쏟아낸 거다”라며 “지금까지 겪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본질적인게 여자 김과부에서 남자 전녹두로 바뀌어도 성별을 떠나 그 사람 자체가 자신의 애착으로 변한 거 같다”고 자신이 이해한 연근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17년 KBS 드라마스페셜 ‘우리가 계절이라면’을 통해 장동윤과 한차례 연기호흡을 맞춘 바 있는 고건한은 “작품을 같이 하기도 했고 같은 고향 후배여서 원래 친하고 잘 통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더 가까워진 거 같다”고 장동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황태 역의 송건희와 최근 KBS 단막극 ‘생일편지’에 이어 연달아 만났다. 그는 장동윤과 송건희를 언급하며 “이런 동생들이 있어서 현장에서 편하게 즐기면서 연기 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소현에 대한 미담도 언급했다. 어린 나이에도 묵묵히 극을 이끌고 있는 김소현에 대해 “나이는 어리지만 아역부터 연기를 해오고 있는 친구여서 그런지 현장에서 태도는 저보다 훨씬 어른 같은 모습이었다. 연기는 두말할 필요 없이 카메라 앞에서 늘 여유가 있더라”라며 “일도 프로페셔널하게 잘하는 친구지만 정말 착하고 인성이 좋다”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드라마 댓글도 틈틈이 챙겨본다는 고건한은 “실제로는 녹두와 동주가 이어지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녹두-연근 커플 응원한다’는 댓글도 은근 있더라. 그런 말들이 제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줬다”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