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1601010012726 사본
박병호와 양의지.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홈런왕은 눈물을 훔쳤고 타격왕은 고개를 숙였다.

KBO리그 홈런왕, 올시즌 유일하게 30홈런 고지를 돌파한 박병호(33·키움)였지만 ‘프리미어12’에서는 부진했다. 그는 17일 도쿄돔에서 열린 프리미어12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변함없이 4번 자리에 섰지만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서울라운드(C조 예선)부터 대회 8경기에 모두 출장해 28타수 5안타에 타율 0.179로 위력적인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결승전에서도 기대했던 장타는 나오지 않았다. 삼진만 9개 당했다.

물론 한국시리즈(KS)까지 치르며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손목과 종아리 등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박병호는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대표팀은 준우승과 더불어 2020도쿄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며 체면치레를 했다. 그러나 당분간 박병호는 자신을 향해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시련이 혹독할수록 더 단단해 질 수 있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은 홈런왕에게도 쉽지 않다. 그는 준우승 후 시상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그만큼 마음고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BO리그 타격왕 양의지(32·NC)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양의지는 지난 1984년 이만수 이후 무려 35년만에 KBO리그 포수 타격왕을 차지했다. 그러나 프리미어12에서는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박병호의 한방이 터지지 않은 것처럼 타격왕의 방망이도 풀이 죽었다. 양의지는 이번 대회에서 23타수 2안타 1타점 타율 0.087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마지막 일본과의 결승전에선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9회 2사에서 허망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며 패배 마침표를 찍은 것도 양의지였다.

박병호와 양의지, 두 선수는 2020도쿄올림픽에서도 핵심 선수다. 이들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표팀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선 일본에 2연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홈런왕과 타격왕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그러나 두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약점을 수정해야 하고 무엇보다 중압감으로 작용한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다가오는 도쿄올림픽에서 베이징올림픽의 금메달 신화를 재현하려면 두 선수가 미소짓고 고개들어야 한다. 일본의 벽을 또 넘지 못하면 금메달은 없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