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종덕
롯데 나종덕(가운데)이 최근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서 컨설턴트로 참여한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 트리플A 마티 피비 코치로부터 조언을 듣고 있다. 김해 | 김용일기자

[김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나종덕(21)은 요즘 김해 상동구장에서 마무리 훈련에 한창인 롯데 선수단에서 가장 고민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팀이 ‘포수난’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롯데 포수 보강’은 KBO리그 전체 볼거리였다. 그런데 허문회 신임 감독은 지난 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프리에이전트(FA) 포수 영입 관련 질문에 “우리 팀 포수진은 결코 약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FA 영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였다. 그러나 허 감독의 진정한 뜻은 ‘FA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기존 자원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는 의미’였다. 나종덕을 비롯해 김준태, 정보근 등 기존 포수를 그저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로만 여길 게 아니라 자신이 추구하는 ‘멘탈 야구’ 환경을 만든 뒤 장점을 극대화해 활용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일부 팬은 올해 ‘내부 육성’ 기조를 앞세워 포수 보강을 하지 않았던 롯데가 최다 사구(546개)과 최다 폭투(103개) 등 불명예스러운 지표를 떠안은 것에 분개하고 있다. 나종덕을 비롯해 기존 포수를 신뢰하지 않는 목소리가 다시 불거졌다.

더구나 지난 13일 롯데 FA 영입 1순위로 꼽힌 베테랑 포수 이지영이 키움과 3년 계약을 했다. 롯데는 이지영 뿐 아니라 또다른 FA 포수인 김태군을 포함해 이전에 협상 테이블에 앉긴 했지만 ‘오버페이’ 금지라는 확고한 뜻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포수에 관해서는 ‘FA 철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신분 조회를 요청한 외국인 후보 2명과 더불어 오는 20일 2차 드래프트로 눈을 돌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롯데 포수난 해결 움직임이 예상과 다르게 흐르면서 기존 포수의 부담도 커졌다. 특히 올해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 차기 안방마님으로 가장 중용된 나종덕은 차기 시즌 어떠한 형태로든 제몫을해야 한다. 주전급 포수가 팀에 들어와도 믿음직스러운 대체 자원이 돼야 하고, 상황의 여의치 않을 땐 다시 주전 자리에 도전할 채비를 갖춰야 한다.

누구보다 현실을 잘 아는 건 나종덕이다. 그는 14일 상동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부담이 크지 않았느냐’는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주위 시선이 있다보니 조금 의식은 된다”며 “나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는 게 우선이다. 이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줘야 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스스로 데뷔 첫해보다 올해 야구에 대한 자세와 생각이 성숙해졌다고는 여기나 ‘결과’로 이어지지 못해 속이 상했단다. 나종덕은 “나아지는 모습이 그라운드에서 표출이 돼야 하는데…”라며 “남이 볼 땐 ‘열심히 안하는 선수’로도 보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고 했다.

타격훈련하는 나종덕, 멀리가라 타구야![포토]
나종덕이 지난 7월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전에 앞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일종의 트라우마가 될 법하다. 그런 의미에서 소통을 기반으로 한 멘탈 야구를 추구하는 허 감독 스타일이 나종덕에겐 힘이 된다. 그는 “누군가는 좋지 않을 때 (입대를 하는 등) 변화를 주라고 한다. 그러나 군에 간다고 해서 바뀐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부터 해결하는 게 좋다는 조언도 듣는데 나같은 선수에게 (허 감독같은 분은) 멘탈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종덕은 어느 때보다 마무리 훈련서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입을 열고 있다. 평소 수줍어하거나 내성적인 성향을 지닌 나종덕이나 최근 훈련장에서는 말을 많이 한다. 마무리 훈련 기간 롯데는 각 파트에 인스트럭터 역할을 할 메이저리그 출신 지도자를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나종덕은 포수 파트를 이끄는 시카고 컵스 트리플A 마티 피비 코치에게 달라붙어 ‘호기심 대장’처럼 끊임없이 질문히며 소통하고 있다. 그는 “하나라도 더 느끼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밖에 없다”고 웃었다. 소득도 분명하다. 피치 코치는 롯데 포수들과 공을 잡는 동작부터 바로잡았다. 나종덕을 두곤 투수의 공을 받기 전 불필요한 움직임을 지적했다. 그는 “공 받기 전에 동작이 많은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시즌 중 고치기 어렵더라. 올 시즌 폭투가 많이 나오면서 불안한 심리가 있었고 생각이 많아지니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모두 허 감독이 강조하는 기술적 루틴과 궤를 같이하는데 자체 청백전을 통해 한층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는 팬에게 실망을 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 있었다. 올 겨울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빛을 보기 위한 자기 자신과 싸움에 다시 돌입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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