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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최진실기자]웃을 수만은 없는, 하지만 웃음이 나오는 퍽퍽한 서민의 모습을 ‘달콤, 씁쓸 살벌’하게 담았다.

1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카센타’(하윤재 감독)의 이야기다. 13년 전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손재곤 감독)에서 만났던 박용우와 조은지가 현실을 100% 반영한 씁쓸함이 추가된 부부로 재회했다.

재구(박용우 분)와 순영(조은지 분) 부부는 지방 국도변에서 카센타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카센터는 손님 없이 파리만 날렸고, 재구는 외지인이면서 타협하지 않는 성격으로 마을에서 배척 받고 있었다. 전기세를 내지 못하고, 캔맥주 하나 사기에도 부족한 경제 상황이었던 두 부부의 카센타에 어느 날부터 갑자기 손님이 이어졌다. 원인은 인근 공사 현장을 오가는 트럭에서 떨어진 금속 조각으로 인해 타이어 펑크가 났던 것.

이를 알게 된 재구는 일부러 도로에 금속 조각을 뿌려 타이어 펑크를 유도했다. 관광지를 찾은 타 지역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타이어 펑크에 재구 부부의 카센타를 찾았고,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돈을 벌게 된다. 재구의 계획을 알게된 순영은 그를 말렸지만, 점차적으로 많아지는 돈 앞에서 결국 함께 동참하게 된다. 두 사람은 보다 대범하게 도로에 못을 박게 됐고, 수입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뜻하지 않게 두 사람은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재구는 펑크난 타이어로 인해 난감해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갈등을 겪는다.

더 이상 뉴스에서 생계형 범죄 소식은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씁쓸한 현실이다. ‘카센타’는 이같은 현실을 적극 반영해 생계형 범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묘한 공감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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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사건과 이를 맞이하는 재구, 순영 부부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한다. 한 달에 20만원도 못 버는 재구의 씁쓸한 모습, 인형 눈 붙이기 부업을 하고 홈쇼핑 속 옷을 보고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는 순영의 모습은 현실 속에서 볼 수 있는 서민의 모습이기도 했다. 현실 앞에서 절박함을 드러내는 이들의 모습은 씁쓸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신선한 소재도 있었지만, 박용우와 조은지의 연기가 빛났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찾아온 박용우는 그동안 작품에서 보여온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또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돈을 벌고 싶은 욕망과 양심 앞에서 갈등하고, 괴로운 모습을 보이는 재구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관객의 공감을 자아냈다. 선한 박용우의 인상과 확연히 다른 거친 모습이 돋보였다.

조은지 역시 생활 밀착형 연기의 달인인 만큼 ‘카센타’에서도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서울 유학파 출신으로 재구만 믿고 고향에 돌아오지만 팍팍한 현실에 좌절하고, 누구보다 야망 있는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영화의 집중을 도왔다.

작품에서 13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현실 부부 같은 호흡을 보였고, 이들의 연기 케미는 극 말미 몸싸움 장면에서 제대로 빛을 발했다. 욕심과 양심 앞에서 갈등하는 부부의 격정적인 몸싸움은 영화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만 하다.

연기의 힘이 돋보였으나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전개, 임팩트 있는 한 방이 없는 모습은 다소 아쉬웠다. 러닝타임 97분. 15세 관람가. 오는 27일 개봉.

true@sportsseoul.com

사진 | 트리플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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