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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배구연맹

[수원=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어디서 공격이 들어올지 모르니 그만큼 수비하기도 까다롭다.

현대건설은 13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V리그 2라운드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뒀다. 최근 흥국생명을 상대로 8연패를 당했던 현대건설은 9경기 만에 승리를 챙기는 동시에 2위 자리까지 빼앗으며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과거 네덜란드 축구대표팀은 1970년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콘셉트를 기반으로 하는 토털 사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빗댈 만한 토털 배구로 흥국생명을 흔들었다. 말 그대로 ‘토털 배구’였다.

이날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밀라그로스 콜라(등록명 마야)가 2세트 중반 부상으로 빠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마야는 1세트에도 1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는데 결국 일찌감치 경기에서 빠지고 말았다. 대신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냈다. ‘명불허전’ 센터 양효진은 28득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블로킹으로만 5득점을 올렸고,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팀에서 가장 높은 25.7%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득점을 책임졌다. 레프트에서는 황민경(15득점), 고예림(11득점)이 득점을 분담했다. 마야 대신 경기에 들어간 베테랑 라이트 황연주도 34.6%의 공격성공률로 9득점을 만들었다. 1점만 더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여기에 신예 센터 이다현은 블로킹 3득점, 서브에이스 2득점을 포함해 총 11득점이나 기록했다. 신인답지 않은 침착한 플레이로 좋은 활약을 했다. 교체로 들어간 지난 시즌 신인왕 정지윤은 4세트부터 본격적으로 들어가 7득점을 기록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에서 양효진과 황민경, 이다현 등이 이번 시즌 개인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국내 선수들의 고른 활약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세터 이다영이었다. 이다영은 좌우, 중앙, 후위를 적절하게 이용해 흥국생명 미들 블로커 라인을 흔들었다. 일반적으로 다른 팀은 외국인 선수가 30~40% 정도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한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없이 싸웠기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공격점유율을 분담해야 했다. 세터 역할이 굉장히 중요했는데 최근 경기력에 물이 오른 이다영이 제 몫을 했다. 양효진 외에 황연주와 고예림이 나란히 15.2%의 점유율을 가져갔고, 황민경도 13.5%를 책임졌다. 이다현은 9.9%, 정지윤은 8.5%를 기록했다. 흥국생명 입장에선 어디를 막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공격 패턴이 다양했다.

사실 외인의 부재는 현대건설에게 악재다. 경기를 더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마야를 교체하지 않는 이상 현대건설은 앞으로도 이런 유형의 경기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마야는 여전히 슬개골 부상을 안고 있고, 경기력에 기복도 있다. 결국 흥국생명전처럼 토털 배구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현재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마야와 황연주를 같이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날만큼만 하면 한 시름 덜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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