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상동
허문회 롯데 신임 감독이 13일 김해 상동구장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 첫 합류, 공식 행보에 나서면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제공 | 롯데 자이언츠

[김해=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3일 롯데 마무리훈련이 진행중인 김해 상동구장(2군 훈련장).

롯데 허문회 신임 감독이 취임 12일 만에 처음으로 훈련에 합류, 사령탑으로 첫 행보에 나섰다. 지난 5일에도 상동구장을 찾긴 했으나 질롱코리아에 파견하는 선수를 잠시 살피는 차원이었다. 그는 ‘훈련 합류 전까지 2주간 휴식기를 어떻게 보냈느냐’는 말에 “솔직히 제대로 못 쉬었다. 신경 쓰이더라. 내년 구상을 하다보니 쉬는 데 집중이 안됐다”고 웃었다.

키움 수석코치로 지난 달 한국시리즈까지 치른 뒤 롯데 사령탑에 취임, 바쁜 가을을 보낸 그는 비로소 ‘감독 허문회’의 삶이 피부로 와닿아 보였다. 지난 취임식 시기와 비교해 차기 시즌 원하는 밑그림과 구상에 대해 가감 없이 견해를 밝혔다. 특히 선수 수급에 관해 말을 아끼던 그는 “구단에서 많이 해주면 좋다. 감독 입장에서 승률을 높이려면 프리에이전트(FA) 자원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오전 키움이 FA 신분이 된 포수 이지영이 재계약 발표했다. ‘포수난’을 겪는 롯데는 애초 이지영을 영입 후보 1순위로 점찍고 일찌감치 협상을 해왔다. 더구나 이지영이 키움에서 허 감독과 사제의 연을 맺고 한솥밥을 먹은터라 누구보다 신임 감독의 야구 철학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원이었다. 하지만 롯데가 보상선수 부담과 연봉 데드라인에서 이지영과 견해를 좁히지 못했고 외국인 포수 영입으로 계획을 틀면서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허 감독은 “어젯밤 지영이에게 (키움과 재계약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키움에서 가고자하는 방향성을 공유한 사이이기에 (롯데에서) 조금 더 쉽게 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기 때문에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A 선수든 외국인 선수든 팀이 이기는 확률을 1%라도 끌어올릴 수 있고 기존 유망한 자원(나종덕 김준태 등)에게 좋은 영향력을 심어줄 수 있는 선수를 영입했으면 한다”고 잘라말했다.

첫 합류였던 만큼 허 감독의 말 한 마디, 한마디와 동선이 관심사였다. 선수와 소통을 중시하는 허 감독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더욱더 그랬다. 하지만 첫날 풍경은 예상보다 고요했다. ‘말보다 관찰’이었다. 심지어 박세웅과 김원중 등 이날 훈련을 마친 주요 선수들은 허 감독이 상동구장에 온 줄도 몰랐다. 하나같이 “감독께서 오셨느냐”고 취재진에게 되물을 정도였다. 허 감독은 이날 오전 코치진과 간단하게 미팅한 뒤 투수, 야수 파트 훈련을 먼 발치서 바라봤다. 그는 “지금은 말보다 관찰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선수 뿐 아니라 코치들이 어떻게 하는지 우선 지켜본다. 그게 존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취임식 때부터 소통을 기반으로한 ‘멘탈 야구’를 강조했다. 지난 2014년 넥센(현 키움) 시절 보스턴 연수를 다녀온 그는 이후 기술 야구를 해내는 데 앞서 ‘멘탈’이 선행돼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품게 됐다. 바른 멘탈만이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효율성을 담보한 훈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실전 이행 가능한 기술적 루틴을 쌓을 수 있음을 핵심으로 여겼다. 이를 선수에게 심으려면 감독과 코치들은 ‘정확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롯데가 올해 최하위로 주저앉은 것을 두고 (선수들이 문제가) 기술인지, 체력인지, 멘탈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고 본다”며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야구 환경을 갖춰주는 데서 소통이 시작되고 그래야 선수-지도자간의 신뢰가 쌓인다”고 강조했다.

과거 LG, 넥센을 거치면서 2군 코치 생활을 했을 때 일화를 꺼내들었다. 허 감독은 “안타를 못 쳐도, 홈런을 맞아도 되니까 하고 싶은 100% 퍼포먼스를 다하라는 얘기 위주로 소통했다. 그런데 나를 비난하는 선수도 있었다. ‘왜 아무런 지적도 안 하고 지도도 안해주느냐’는 얘기다. 그것을 보고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서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 더욱더 부담 없이 자기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느꼈다. 어느 순간 여러 선수가 기술적으로 발전하더라”고 덧붙였다. 롯데에서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선수와 코치의 성향, 장·단점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장점을 극대화할 환경 조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부임 초기 ‘입을 닫고 눈을 뜨는’ 리더십으로 롯데 재건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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