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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삼각형 건축과 옥상에 설치된 달 조각이 인상적이다. 제공|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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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원-왕의숲 148x98cm 2017. 제공|사비나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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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원 전시 전경. 제공|사비나미술관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있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개울가에 자리잡고 있어 고즈넉하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고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숲과 자연, 그리고 예술의 향기를 함께 즐기기 더없이 좋은 장소다.

현재 2층과 3층에서 2019년 마지막 전시로 양대원 작가의 ‘밀어 密語 & 왕의 속삭임’전(~12월 15일까지), 다발 킴 작가의 ‘천 개의 횡단, 다발 킴의 레드스타킹’전(~12월 15일까지)이 각각 열리고 있다.

먼저 양대원 작가는 회화 작업과 함께 ‘입체-설치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회화에 담아냈던 이미지를 입체로 꺼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왜곡되고 있는 개인, 사회, 국가 간의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이미지로 풀어냈다.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전쟁과 폭력적인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 의심하고 상처받는 인간의 모습을 한글이나 한자에 담긴 의미와 형상에 담았다.

양대원 작가는 “‘밀어 密語-왕의 속삭임’이란 ‘비밀스러운 나(너, 우리)의 외침’이라 번역할 수 있다. 밀어는 이야기해야만 하는 진실, 역사, 철학 등을 은유하고 왕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나, 너, 우리, 사회, 국가 등을 은유한다. 속삭임은 개인간의 뒷담화, 거짓, 잘못된 여론, 국가간의 협박 등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시도한 ‘오브제 설치’는 수 년 동안 수집해온 고미술품, 고가구, 잡동사니를 이용한 작업이다. 액자나 두루마리 족자를 활용한 ‘평면 콜라주’, 유리입방체 진열장 안에 들어있는 ‘오브제 콜라주’와 ‘좌대’, 천장에 매달거나 열린 공간에 디스플레이 된 ‘오브제 설치’ 등 다채로운 변주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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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킴, 유카의 꿈. 미국화이트사막 퍼포먼스 사진 & 피그먼트 프린트, 168.5x80cm, 2018. 제공|사비나미술관

3층에서 전시 중인 다발 킴 작가의 ‘천 개의 횡단, 다발 킴의 레드스타킹’(이하 천 개의 횡단)전은 강렬한 레드스타킹이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전이다.

다발 킴 작가는 내면의 욕망 때문에 남성이 강요한 전통적 여성상의 틀을 도저히 따를 수 없었던 여성으로서 겪었던 갈등과 고민을 풀어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세상이 정하는 모습으로 살지 않고 ‘나’답게 살고자 하는 여성들의 실현욕구를 대변하는 대형 융복합 프로젝트로 스페인, 모로코, 사하라 사막 등에서 레드스타킹을 직접 신고 과감한 포즈로 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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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발킴-모로코 여성과 레드스타킹. 모로코 퍼포먼스 촬영, 피그먼트 프린트, 76x57cm, 2019. 제공|사비나미술관

다발 킴 작가는 “내가 사막에서 붉은 스타킹을 신고 다니는 이유는 붉은 스타킹이 바로 현실의 몸과 상상의 몸을 이어주는 하이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퍼포먼스 배경을 사막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여성의 억압에 도전하고 욕망을 탐색하는 주제의식과 맞닿아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블루스타킹’은 18세기 문학을 좋아하는 여성이나 여성문학가를 자처하는 지식인 여성들을 경멸적으로 부르는 단어였다. 가부장적 사회 속에서 여성, 소수자, 페미니스트인 여성들을 억압하는 상징성을 지녔다. 레드스타깅은 블루스타킹의 상징적 의미를 21세기 버전으로 바꾼 것이다.

사비나미술관 측은 다발 킴 작가의 작업에 대해 “미술가의 주도로 새로운 방식의 다원예술협력 성과물을 만들어 진정한 여성성을 회복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게 하고자 한다”고 풀이했다. 특히 애니메이션 ‘창세기-레드스타킹 1장’은 긴 탐험의 여정을 판타지해 침몰되지 않고 떠있는 여성성과 황폐한 환경에서 탄생하는 레드스타킹의 생명력을 느끼게 해준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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